빛으로 회로를 새긴다
칩 하나에는 수백억 개의 트랜지스터와 그것을 잇는 배선이 들어 있다. 그 무늬를 하나씩 그려 넣는 사람은 없다. 무늬를 미리 새겨 둔 원판에 빛을 비추고, 그 빛을 렌즈로 줄여 웨이퍼에 한꺼번에 찍는다. 이것이 노광(Lithography)이다. 얼마나 가는 선을 찍을 수 있느냐가 곧 그 세대의 칩이 얼마나 촘촘할 수 있느냐를 정한다. 이 장은 책 전체의 지도다. 먼저 크기를 손으로 느껴 보고, 그림자만으로는 왜 안 되는지 확인하고, 무늬를 말하는 단어를 익힌 다음, 패턴 하나가 레이아웃에서 식각까지 가는 일곱 단계를 한 번에 훑는다.
- 머리카락에서 14 nm 선까지의 크기 차이를 숫자로 말한다.
- 마스크를 웨이퍼에 가까이 대고 찍는 방식이 왜 한계에 부딪히는지 \(\sqrt{\lambda g}\)로 설명한다.
- 피치, CD, 간격, 듀티를 구분하고 서로 바꿔 계산한다.
- 레이아웃 → OPC → 마스크 → 노광 → 레지스트 → 현상 → 식각 전사의 일곱 단계가 각각 무엇을 입력받아 무엇을 내놓는지 말한다.
- 스캐너의 다섯 부분과 스텝 앤드 스캔 동작, 필드 수와 처리량의 관계를 설명한다.
- 이 책이 끝까지 따라갈 타깃 LB-28이 무엇인지 안다.
얼마나 작은가
"14 nm"라는 숫자는 읽기는 쉽지만 느끼기는 어렵다. 1 nm는 10억분의 1 m이고, 실리콘 결정에서 원자가 반복되는 간격(격자 상수)이 0.543 nm다. 14 nm 폭의 선은 그 격자가 약 26번 반복되는 폭이다. 원자를 세어서 말할 수 있는 크기다.
비교할 것을 나란히 놓아 보자. 머리카락 굵기는 약 80 µm, 적혈구는 약 7.5 µm, 세균은 약 1~2 µm, 바이러스는 약 100 nm다. 그리고 이 책이 끝까지 따라갈 패턴은 폭 14 nm인 선이 28 nm마다 반복되는 배선이다. 아래 그림은 이것들을 모두 한 점 주변에 실제 비율대로 놓은 것이다. 화면을 오른쪽으로 끌면 그 한 점을 향해 확대된다. 머리카락에서 시작해 끝까지 끌어 보자.
머리카락에서 14 nm 선까지
머리카락 하나의 굵기 안에 이 선이 약 2,900줄 들어간다. 처음 화면에서 마지막 화면까지의 배율은 약 1만 6천 배다. 축구장을 내려다보다가 잔디 잎 하나의 두께를 보는 정도의 차이다.
확대하는 동안 왼쪽 위의 물결을 눈여겨봤다면 이 책의 핵심 문제를 이미 본 것이다. 가시광의 한 파장(약 550 nm)은 선 8줄 전체보다 두 배 넘게 길다. 반도체 양산에 가장 오래 쓰인 ArF 레이저의 193 nm도 선 하나의 14배다. 붓보다 가는 선을 그 붓으로 그리려는 셈이다. 13.5 nm의 EUV에 와서야 파장이 선폭과 비슷해진다. 파장보다 작은 무늬를 어떻게 찍는가, 어디까지 가능한가가 2장부터 5장까지의 주제다.
그림자로 찍기, 그리고 그 한계
무늬를 옮기는 가장 단순한 방법은 그림자다. 유리판에 불투명한 막으로 무늬를 그려 두고(마스크(Mask)), 빛에 반응하는 막(레지스트(Photoresist))을 바른 웨이퍼 위에 올린 뒤 빛을 비춘다. 뚫린 곳 아래의 레지스트만 빛을 받는다. 1960년대의 집적 회로는 실제로 이렇게 만들었다. 마스크를 웨이퍼에 딱 붙이면 접촉 노광(Contact printing), 조금 띄우면 근접 노광(Proximity printing)이다.
붙이면 그림자가 가장 선명하다. 하지만 마스크와 웨이퍼가 닿을 때마다 레지스트 조각이 마스크에 묻고 마스크가 긁힌다. 결함이 다음 웨이퍼로 그대로 복사된다. 그래서 띄워야 하는데, 띄우면 그림자가 번진다. 빛은 틈을 지나면 퍼지기 때문이다(회절(Diffraction)). 얼마나 번지는지 직접 보자. 아래에서 마스크의 손잡이를 위아래로 끌어 간격을 바꾼다.
마스크를 띄우면 그림자가 번진다
틈을 지난 빛이 거리 \(g\)만큼 가는 동안 옆으로 번지는 폭은 대략
숫자를 넣어 보면 이 방식의 운명이 보인다. 수은등의 i선(365 nm)으로 간격 20 µm에서 찍으면 번짐이 약 2.7 µm다. 수 µm짜리 무늬가 한계다. 간격을 줄이면 나아지지만 웨이퍼는 완전히 평평하지 않고 먼지도 있어서, 수 µm 아래로 고르게 유지하기 어렵다. 거꾸로 계산해 보자. 13.5 nm의 빛으로 14 nm 선을 그림자로 찍으려면 \(g \approx w^2/\lambda\), 약 15 nm까지 마스크를 가져가야 한다. 300 mm 웨이퍼 전체에서 원자 수십 개 높이의 간격을 유지하라는 말이다.
길은 하나다. 마스크를 웨이퍼에서 멀리 떼어 놓고, 그 사이에 렌즈를 넣어 마스크의 상(像)을 웨이퍼 위에 맺는다. 이것이 투영 노광(Projection lithography)이다. 마스크는 아무것에도 닿지 않으니 긁히지 않고, 렌즈가 상을 줄여 주면 마스크의 무늬를 웨이퍼보다 크게 만들어도 된다. 이 책의 기본 예제인 ArF와 0.33 NA EUV 스캐너는 4배 축소 투영을 쓴다. 5배 축소 i선 장비도 있으며 High-NA EUV는 한 방향 4배, 다른 방향 8배다. 대신 새 한계가 생긴다. 렌즈는 마스크에서 퍼져 나온 빛을 전부 받지 못한다. 얼마나 받느냐가 해상도를 정한다. 이 이야기는 이 장 뒤쪽에서 맛만 보고, 2장에서 제대로 시작한다.
무늬를 말하는 단어: 피치와 CD
노광을 이야기하려면 단어 네 개가 필요하다. 같은 폭의 선이 같은 간격으로 반복되는 무늬(선/간격 격자, line/space)를 놓고 정의한다.
- 피치(Pitch) \(p\): 무늬가 한 번 반복되는 거리. 한 선의 왼쪽 가장자리에서 다음 선의 왼쪽 가장자리까지다.
- CD(Critical dimension): 관리 대상이 되는 치수. 선/간격 무늬에서는 보통 선폭이다. 임계 치수라고도 한다.
- 간격(Space): 선과 선 사이의 빈 폭. \(p - \mathrm{CD}\)다.
- 듀티(Duty cycle): 피치 가운데 선이 차지하는 비율 \(\mathrm{CD}/p\). 선과 간격이 같으면 0.5이고, 이때 CD는 반피치(Half pitch)와 같다.
아래 그림에는 손잡이가 둘 있다. 하나는 가운데 선의 가장자리에 달려 선폭을 바꾸고, 다른 하나는 이웃 선에 달려 피치를 바꾼다. 위쪽은 위에서 내려다본 모습이고 아래쪽은 자른 단면이다. 레지스트 높이는 30 nm로 고정해 두었다.
가장자리를 끌어 피치와 CD를 바꾼다
칩의 집적도를 정하는 것은 CD가 아니라 피치다. 선폭만 가늘게 만드는 일은 생각보다 쉽다. 굵게 찍은 다음 깎아 내면 된다. 하지만 1 µm 안에 선을 몇 줄 넣을 수 있는지는 피치가 정하고, 피치는 깎아서 줄일 수 없다. 그래서 해상도의 한계는 늘 피치(또는 반피치)로 말한다. 방금 본 것처럼 CD에는 양쪽 한계가 있다. 굵으면 이웃과 붙고, 가늘면 서 있지 못한다. 그 사이의 좁은 범위에 CD를 맞춰 넣는 일이 11장의 CD 제어다. 보통 목표 CD의 ±10% 안에 들어야 한다.
패턴 하나가 가는 길: 일곱 단계
설계자가 화면에 그린 사각형이 웨이퍼 위의 실제 구조가 되기까지 일곱 단계를 거친다. 책 전체가 이 순서를 따라가므로, 각 단계가 무엇을 받아 무엇을 내놓는지만 먼저 잡아 두자.
| 단계 | 하는 일 | 내놓는 것 | 다루는 장 |
|---|---|---|---|
| 1 레이아웃 | 찍고 싶은 모양을 도형으로 그린다. | 목표 도형(사각형의 좌표) | 이 장, 17 |
| 2 OPC | 찍으면 일그러질 것을 미리 계산해 마스크 도형을 반대로 일그러뜨린다. | 보정된 마스크 도형 | 7 |
| 3 마스크 | 그 도형을 4배 크기로 원판에 새긴다. | 마스크(레티클) | 6, 13 |
| 4 노광 | 마스크에 빛을 비추고 렌즈로 줄여 웨이퍼에 상을 맺는다. | 공간상(빛의 세기 분포) | 2, 3, 4, 5, 12 |
| 5 레지스트 | 빛을 받은 곳에서 화학 반응이 일어나 용해도가 바뀐다. | 잠상(눈에 보이지 않는 화학적 무늬) | 8, 14 |
| 6 현상 | 현상액으로 녹는 곳을 씻어 낸다. | 레지스트 무늬 | 9, 10, 11 |
| 7 식각 전사 | 레지스트를 가림막 삼아 아래 막을 깎는다. | 웨이퍼에 남는 실제 구조 | 15, 16 |
4~7단계를 웨이퍼 쪽에서 보면 아래 그림과 같다. 깎을 막 위에 레지스트를 바르고, 빛을 쬐고, 현상하고, 식각하고, 남은 레지스트를 벗긴다. 층 하나를 만들 때마다 이 한 바퀴를 돈다.
이제 이 일곱 단계를 실제 패턴에 적용해 본다. 대상은 이 책의 타깃 LB-28이다. 가상의 2 nm급 로직 칩에서 가장 촘촘한 금속 배선 층의 한 조각으로, 224 × 224 nm 창 안에 세로 선 8줄이 피치 28 nm로 놓여 있고 그중 4줄이 중간에 끊겨 있다. 선폭은 14 nm, 끊긴 선의 끝과 끝 사이(끝-끝(Tip-to-tip))는 24 nm다.
아래 시뮬레이터는 이 책의 공통 노광 엔진으로 일곱 단계를 실제로 계산한 것이다. 단계 버튼을 1부터 7까지 차례로 눌러 보자. 왼쪽은 위에서 본 모습, 오른쪽은 주황색 자름선을 따라 자른 단면이다. 자름선의 손잡이를 위아래로 끌면 단면의 위치가 바뀐다.
LB-28이 일곱 단계를 지나는 모습
단계를 넘기며 본 것을 정리하면 이렇다. 1단계의 사각형은 모서리가 직각이지만 4단계의 빛은 그렇지 않다. 렌즈를 지나면 날카로운 모서리가 사라지고 무늬는 물결 모양의 밝기 분포가 된다. 그래서 2단계에서 미리 마스크를 고친다. 5단계에서는 그 빛이 레지스트 안에서 화학 반응으로 바뀌며 한 번 더 번진다. 6단계에서 어떤 세기를 경계로 녹는 곳과 남는 곳이 갈린다. 노광량을 바꾸면 그 경계가 움직이므로 선폭이 변한다. 기준 노광량에서 엔진이 내놓는 선폭은 약 14.0 nm, 끝-끝 간격은 약 23 nm다. 노광량을 약 40% 낮추면 선들이 서로 붙고, 2.5배쯤 높이면 선이 사라진다. 실제로 허용되는 범위는 그보다 훨씬 좁다. 선폭 ±10%를 지키려면 노광량은 대략 ±10% 안쪽에서만 움직일 수 있다. 이 여유를 정량적으로 재는 것이 10장의 공정 윈도다.
7단계의 단면도 눈여겨보자. 레지스트는 30 nm밖에 되지 않는다. 그 얇은 막으로 깊은 홈을 팔 수는 없어서, 레지스트 무늬를 먼저 얇은 SiARC 막으로 옮기고, 그것으로 다시 두꺼운 탄소 하드마스크를 깎는다. 무늬는 그렇게 한 층씩 아래로 내려간다.
스캐너: 한 줄기 빛으로 훑는다
4단계를 수행하는 기계가 스캐너(Scanner)다. 반도체 공장에서 가장 비싸고 가장 정밀한 장비다. 크게 다섯 부분으로 나뉜다.
- 광원: 한 파장의 빛을 만든다. ArF 엑시머 레이저(193 nm)이거나, 주석 방울에 레이저를 쏘아 만든 플라스마(EUV, 13.5 nm)다.
- 조명계(Illuminator): 빛을 고르게 펴고, 마스크에 어떤 각도로 비출지 정한다. 이 각도 분포가 해상도를 크게 바꾼다(4장).
- 레티클(Reticle): 스캐너에 쓰는 마스크를 이렇게 부른다. 이 예제의 투과형 마스크는 한 변 152 mm(6인치)의 석영판이며 무늬는 웨이퍼 치수의 4배다. EUV는 반사형 마스크를 쓰고 High-NA는 축별 축소 배율도 다르다.
- 투영 렌즈(Projection optics): 레티클의 상을 1/4로 줄여 웨이퍼에 맺는다. 얼마나 넓은 각도의 빛을 모으는지를 개구수(Numerical aperture, NA)로 나타낸다.
- 웨이퍼 스테이지: 웨이퍼를 nm 단위로 정확하게 움직인다.
기본 스캐너의 노광 필드는 웨이퍼 위 26 × 33 mm다. High-NA EUV는 26 × 16.5 mm 반필드를 쓴다. 이것을 노광 필드(Exposure field)라 한다. 그런데 이 넓이 전체에서 수차 없는 상을 한 번에 맺는 렌즈는 만들기 어렵다. 그래서 렌즈의 가장 좋은 부분만 쓴다. 폭 26 mm, 높이 수 mm의 가느다란 슬릿(Slit) 모양으로만 빛을 통과시키고, 레티클과 웨이퍼를 함께 움직여 그 슬릿이 필드 전체를 훑게 한다. 복사기가 원고를 훑는 것과 같은 원리다. 한 필드를 훑고 나면 웨이퍼를 옆 필드로 옮겨 다시 훑는다. 이 동작이 스텝 앤드 스캔(Step-and-scan)이다.
아래 그림에서 레티클의 손잡이를 좌우로 끌어 보자. 렌즈가 상을 뒤집고 1/4로 줄이므로, 레티클이 오른쪽으로 가면 웨이퍼는 왼쪽으로 그 1/4만큼 가야 상이 웨이퍼의 같은 자리에 머문다.
스텝 앤드 스캔: 레티클과 웨이퍼는 4 : 1로 엇갈린다
이 4배 축소 예제에서 레티클 스테이지는 웨이퍼 스테이지보다 4배 빠르게, 반대 방향으로 달린다. 둘의 속도 비가 정확히 4가 아니면 슬릿이 한 점을 지나가는 동안 상이 그 점 위에서 미끄러진다. 슬릿 높이가 5 mm일 때 속도 비가 1 ppm만 틀려도 상이 5 nm 끌린다. 피치 28 nm 무늬는 약 5.6 ppm에서 완전히 지워진다. 수백 mm/s로 움직이는 두 스테이지를 nm 수준으로 맞물리게 하는 것이 스캐너 기술의 절반이다. 나머지 절반이 광학이다.
스캔 방식에는 덤이 있다. 웨이퍼 표면은 완전히 평평하지 않은데, 슬릿이 좁으니 스캔하는 동안 웨이퍼의 높이와 기울기를 그때그때 맞춰 가며 초점을 따라갈 수 있다(5장). 노광량도 스캔 도중에 위치마다 조금씩 바꿀 수 있어서 CD를 고르게 만드는 데 쓴다(11장).
웨이퍼를 채운다: 필드 수와 처리량
지름 300 mm 웨이퍼의 넓이는 약 707 cm²이고 필드 하나는 26 × 33 mm = 8.58 cm²다. 넓이로만 나누면 82개지만, 둥근 웨이퍼를 네모로 채우는 것이라 가장자리에 걸치는 필드가 생긴다. 걸친 필드에도 온전한 칩이 몇 개 들어갈 수 있고, 가장자리를 비워 두면 식각과 연마가 고르지 않게 되므로 보통 걸친 필드도 찍는다. 그래서 웨이퍼 한 장에 약 100번 안팎의 스캔이 필요하다.
스캐너의 값어치는 한 시간에 웨이퍼를 몇 장 처리하느냐, 곧 처리량(Throughput, wafers per hour)으로 매긴다. 필드 하나를 찍는 시간은 둘 중 긴 쪽으로 정해진다. 스테이지가 낼 수 있는 속도로 필드를 지나가는 시간, 그리고 레지스트가 필요로 하는 에너지를 광원이 쏟아붓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아래에서 격자의 손잡이를 끌어 필드 배치를 옮기고, 필드 높이와 노광량을 바꿔 보자.
300 mm 웨이퍼에 필드를 깐다
이 모델에서 노광량 30 mJ/cm²일 때 처리량은 시간당 약 150장이다. EUV 스캐너의 공개된 처리량(30 mJ/cm² 기준으로 시간당 약 150~200장)과 비슷한 자릿수다. 노광량을 두 배로 올리면 필드마다 빛을 쬐는 시간이 두 배가 되어 처리량이 100장 아래로 떨어진다. 광원이 약한 EUV에서는 처리량이 거의 광출력과 노광량의 비로 정해진다. 그런데 14장에서 보겠지만, 무늬가 작아질수록 광자 수의 통계 때문에 노광량을 올려야 한다. 처리량과 무늬 품질이 정면으로 부딪히는 것이다. ArF 액침 스캐너는 광원이 넉넉해서 스테이지 속도가 처리량을 정하고, 시간당 약 300장까지 낸다.
필드 높이를 절반으로 줄였을 때도 눈여겨보자. NA 0.55의 차세대 EUV 스캐너(High-NA)는 광학계 구조 때문에 필드가 26 × 16.5 mm로 절반이다(14장). 같은 웨이퍼를 채우는 데 스캔이 거의 두 배 필요하다.
해상도 맛보기: 파장과 NA
투영 노광으로 넘어오면서 마스크와 웨이퍼 사이의 간격 문제는 사라졌다. 대신 렌즈가 한계를 정한다. 렌즈가 맺을 수 있는 가장 촘촘한 무늬는 두 가지로 정해진다. 빛의 파장 \(\lambda\), 그리고 렌즈가 빛을 얼마나 넓은 각도로 모으는지를 나타내는 개구수 NA다. 식의 유도는 2장과 3장으로 미루고 여기서는 손으로 확인만 한다.
아래는 선과 간격이 같은 격자 마스크와, 그것을 렌즈로 맺은 상이다. 파장을 고르고, NA와 피치를 움직여 상의 물결이 언제 사라지는지 보자.
격자의 상은 언제 사라지는가
무늬는 서서히 흐려지다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피치가 \(\lambda/\mathrm{NA}\)의 일정 배수 아래로 내려가는 순간 통째로 없어진다. 이 시뮬레이터의 조명 조건에서는 그 배수가 약 0.67이다. 마스크가 빛을 몇 갈래로 쪼개는데, 렌즈가 그중 두 갈래 이상을 받아야 상이 생기기 때문이다. 피치가 작을수록 갈래는 더 넓게 벌어지고, 어느 순간 렌즈 밖으로 나간다. 이 한 문장을 그림으로 풀어내는 것이 2장이다.
무늬를 되살리는 방법은 두 가지였다. 파장을 줄이거나, NA를 키운다. 노광의 역사는 이 두 손잡이를 번갈아 돌려 온 역사다. 수은등의 436 nm와 365 nm에서 엑시머 레이저의 248 nm와 193 nm로, 다시 13.5 nm로 파장을 줄였고, NA는 0.3 언저리에서 물을 채운 액침 렌즈의 1.35까지 키웠다. 이 관계를 한 줄로 쓴 것이 레일리 식이다.
노광이 노드와 비용을 정한다
칩 하나를 만드는 데 마스크가 수십 장 들어간다. 층마다 무늬가 다르기 때문이다. 공개된 자료로 보면 28 nm급 로직은 마스크가 약 40~50장, 첨단 로직은 약 80장 안팎이다. 웨이퍼는 그 수만큼 노광 공정을 지난다. 그래서 노광은 웨이퍼 가공 비용에서 가장 큰 몫을 차지하는 공정으로, 흔히 약 30%로 꼽힌다. 장비도 가장 비싸다. ArF 액침 스캐너가 약 1,000억 원대, EUV 스캐너가 약 2,000억~3,000억 원, High-NA EUV는 그보다 더 비싼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든 층이 어려운 것은 아니다. 전체 층 가운데 피치가 가장 촘촘한 임계 층(Critical layer)은 일부이고, 나머지는 오래된 값싼 장비(KrF, i선)로 찍는다. 문제는 임계 층이다. ArF 액침으로 한 번에 찍을 수 있는 피치는 약 80 nm가 한계여서, 그보다 촘촘한 층은 무늬를 여러 장의 마스크로 나눠 찍어야 한다(16장). 한 층에 마스크가 서너 장씩 들어가면 공정 수와 비용이 불어나고, 나눠 찍은 무늬끼리의 위치 맞춤(12장)이 새 문제가 된다. EUV는 그 서너 장을 한 장으로 되돌린다. 대신 한 번 찍는 값이 비싸다.
이 맞바꿈을 직접 해 보자. 아래에 임계 층 10개가 있다. 각 층의 기둥을 누르거나 가로로 끌어서 ArF 액침 여러 장으로 찍을지, EUV 한 장으로 찍을지 고른다.
임계 층 10개를 무엇으로 찍을까
결론은 단순하다. EUV 한 장이 ArF 액침 마스크 두 장을 대신하는 정도라면 굳이 쓸 이유가 없다. 서너 장을 대신할 때 비용이 역전된다. 실제로 EUV는 그런 층부터 들어갔다. 공개된 자료를 종합하면 EUV를 쓰는 층은 7 nm급 로직에서 약 5개 안팎으로 시작해 5 nm급 약 10여 개, 3 nm급 약 20개 이상으로 늘었고, DRAM에서도 1z·1a 세대에 1~5개 층으로 시작해 세대마다 늘고 있다. 수치는 회사마다 다르다. 자세한 비교는 17장에서 한다.
| 세대(이름) | 가장 촘촘한 금속 피치 | 마스크 수 | EUV 층 | 임계 층을 찍는 방법 |
|---|---|---|---|---|
| 28 nm급 로직 | 약 90 nm | 약 40~50 | 0 | ArF 액침 한 번 |
| 14/16 nm급 | 약 64 nm | 약 60 | 0 | ArF 액침 두 번 나눠 찍기 |
| 7 nm급 | 약 36~40 nm | 약 80 안팎 | 0 ~ 약 5 | ArF 액침 SAQP 또는 EUV |
| 5 nm급 | 약 28~30 nm | 약 70~80 | 약 10여 | EUV 한 번 |
| 3 nm급 | 약 21~24 nm | 약 80 이상 | 약 20 이상 | EUV 한 번, 일부 두 번 |
공개 발표와 분석 자료를 바탕으로 한 대표값이다. 회사와 제품에 따라 다르며, 노드 이름과 피치의 대응도 회사마다 다르다.
표에서 읽을 것은 흐름이다. 피치를 줄이려면 노광이 먼저 길을 열어야 하고, 그 길의 값이 곧 그 세대 칩의 값이 된다. 새 노광 기술이 준비되지 않으면 노드는 멈추거나, 훨씬 비싼 우회로를 택한다. "노광이 노드를 정한다"는 말은 이런 뜻이다.
이 책이 따라갈 패턴
이 책의 모든 장은 같은 패턴 하나를 붙잡고 있다. 앞에서 일곱 단계를 통과시켜 본 LB-28이다. 각 장은 자기가 맡은 단계에서 이 패턴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무엇을 정해야 하는지를 계산해서 장 끝의 타깃 파일에 적는다. 첫 장의 타깃 파일은 문제를 내는 것으로 충분하다.
피치 28 nm 배선을 웨이퍼에 새겨라
가상의 2 nm급 로직 칩에서 가장 촘촘한 금속 배선 층의 한 조각이다. 224 × 224 nm 창에 세로 선 8줄이 있고, 그중 4줄이 끊겨 있다. 실제 회사나 제품과는 무관하다. 선은 레지스트가 남는 곳이다.
| 피치 | 28 nm | 1 µm에 약 36줄. 머리카락 굵기에 약 2,900줄. |
| 선폭 (CD) | 14 nm | 듀티 0.5. 실리콘 격자 약 26개의 폭. 허용 오차 ±10% = ±1.4 nm. |
| 끝-끝 간격 | 24 nm | 끊긴 선의 끝과 끝 사이. 끊긴 자리는 모두 5곳. |
| 마스크 위 치수 | 56 nm | 4배 축소 투영이므로 마스크에서는 선폭 56 nm, 피치 112 nm. |
이 장에서 확인한 것은 세 가지다. 그림자로는 찍을 수 없다(13.5 nm의 빛으로도 간격 약 15 nm가 필요하다). 선폭은 ArF 파장 193 nm의 1/14이고 EUV 파장 13.5 nm와 비슷하다. 그리고 엔진에 EUV 조건을 넣고 일곱 단계를 돌리면 선폭 약 14.0 nm로 찍히기는 한다. 왜 그 조건이어야 하는지는 아직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았다.
핵심 정리
- 노광은 마스크의 무늬를 빛으로 웨이퍼에 옮기는 공정이고, 공정 가운데 "어디에"를 정하는 유일한 단계다. 찍을 수 있는 최소 피치가 그 세대의 집적도를 정한다.
- 이 책의 타깃인 선폭 14 nm는 머리카락 굵기의 약 1/5,700, 실리콘 격자 약 26개의 폭이다. ArF의 파장 193 nm보다 훨씬 작고 EUV의 13.5 nm와 비슷하다.
- 마스크를 웨이퍼 가까이 대고 그림자로 찍으면 번짐이 \(\sqrt{\lambda g}\)쯤 된다. 간격을 좁히는 데는 한계가 있어서, 렌즈로 상을 맺는 투영 노광으로 넘어갔다.
- 피치는 반복 거리, CD는 선폭, 간격은 피치 − CD, 듀티는 CD/피치다. 집적도는 피치가 정한다. 노드 이름은 실제 치수가 아니다.
- 패턴은 레이아웃 → OPC → 마스크 → 노광 → 레지스트 → 현상 → 식각 전사의 일곱 단계를 거친다. 단계마다 모양이 조금씩 달라지고, 그 차이를 미리 계산해 보정한다.
- 이 책의 기본 4배 축소 스캐너는 광원, 조명계, 레티클, 투영 광학계, 웨이퍼 스테이지로 이루어진다. 좁은 슬릿으로 26 × 33 mm 필드를 훑으며, 레티클과 웨이퍼는 4 : 1의 속도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 300 mm 웨이퍼 한 장에는 약 100번의 스캔이 필요하다. 처리량은 필드 수, 노광량, 광출력, 스테이지 속도로 정해진다.
- 투영 노광의 해상도는 \(\lambda/\mathrm{NA}\)가 정한다. 파장을 줄이거나 NA를 키워야 더 촘촘한 무늬가 찍힌다.
- 노광은 웨이퍼 가공 비용의 약 30%를 차지한다. EUV는 ArF 액침 마스크 서너 장을 한 장으로 줄일 수 있는 층에서 값을 한다.
확인 퀴즈
파장 365 nm의 빛으로 근접 노광을 한다. 마스크와 웨이퍼의 간격을 20 µm에서 5 µm로 줄이면 그림자의 번짐 \(\sqrt{\lambda g}\)는 어떻게 되는가?
피치 28 nm, 선폭 14 nm인 무늬에서 선폭만 10 nm로 줄였다. 다음 중 옳은 것은?
4배 축소 스캐너에서 웨이퍼 스테이지가 왼쪽으로 300 mm/s로 스캔하고 있다. 레티클 스테이지는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가?
EUV 스캐너의 처리량이 노광 시간으로 정해지는 조건에서, 레지스트의 필요 노광량이 30에서 60 mJ/cm²로 늘었다. 처리량을 되찾는 방법으로 가장 직접적인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