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02

회절과 결상

마스크에 그린 무늬가 웨이퍼에 그대로 찍힌다면 노광은 그림자놀이일 것이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빛은 좁은 틈을 지나면 퍼지고, 틈이 좁을수록 더 크게 퍼진다. 마스크는 빛을 몇 갈래의 회절 차수로 쪼개고, 렌즈는 그 가운데 자기 입구에 들어온 것만 모아 웨이퍼에서 다시 겹친다. 겹친 갈래가 둘 이상이어야 무늬가 생긴다. 이 장은 이 한 문장을 슬릿 하나에서 시작해 한 요소씩 쌓아 올린다. 모든 그림은 끌어서 바꿀 수 있다. 읽기 전에 먼저 만져 보기를 권한다.

틈을 지난 빛은 퍼진다

1장에서 노광기를 "마스크의 무늬를 웨이퍼에 줄여 비추는 환등기"라고 했다. 노광은 공정 흐름에서 마스크와 레지스트 사이에 있는 단계이고, 이 장은 그 단계의 물리를 다룬다. 식각이나 증착 같은 앞뒤 공정은 ProcessBook에 있다. 여기서는 빛 하나만 본다.

출발점은 가장 단순한 마스크다. 불투명한 판에 틈 하나가 뚫려 있다. 위에서 평면파가 내려온다. 빛이 직진만 한다면 틈 아래에는 틈과 똑같은 폭의 밝은 띠가 생기고, 그 바깥은 완전히 어두울 것이다.

17세기에 하위헌스는 파동이 나아가는 방식을 이렇게 그렸다. 파면 위의 모든 점은 새로운 잔물결(Wavelet)의 샘이 되고, 다음 순간의 파면은 그 잔물결들을 모두 더한 것이다. 넓은 파면에서는 옆으로 가는 성분이 이웃 잔물결과 서로 지워져 앞으로 가는 평면파만 남는다. 틈이 파면을 잘라 내면 사정이 달라진다. 지워 줄 이웃이 없어진 가장자리의 잔물결이 옆으로 새어 나간다. 이것이 회절(Diffraction)이다.

아래 그림에서 마스크 위의 손잡이 두 개를 잡고 틈을 좁혔다 넓혔다 해 보자. 보라색과 주황색은 파동의 마루와 골이다.

SIMULATOR

슬릿 하나: 좁힐수록 퍼진다

틈 가장자리의 손잡이를 좌우로 끈다
슬릿 폭 a—
폭 / 파장—
첫 어두운 방향 θ—
바닥의 밝은 띠 폭—
해볼 것: ① 틈을 1,500 nm까지 넓힌다. 빛이 거의 곧게 내려오고 띠 폭이 틈 폭과 비슷하다. ② 400 nm쯤으로 좁힌다. 점선(첫 어두운 방향)이 벌어지고 띠가 오히려 넓어진다. ③ 파장(193 nm)보다 좁힌다. 어두운 방향이 사라지고 빛이 반원 전체로 퍼진다. 틈의 모양에 관한 정보가 사라진 것이다. (2차원 스칼라 파동, 파장 193 nm. 밝기는 보기 좋게 다시 맞췄다. 실제로는 틈이 좁을수록 지나가는 빛도 줄어든다.)

틈을 좁히면 빛이 덜 퍼질 것 같지만 정반대다. 넓은 틈에는 잔물결의 샘이 많아서 옆으로 가는 성분이 서로 잘 지워진다. 좁은 틈에는 샘이 몇 개 없어서 잔물결 하나가 퍼지는 모양 그대로 나간다. 폭이 \(a\)인 틈에서 처음으로 완전히 어두워지는 방향은 틈의 양 끝에서 나온 잔물결의 경로차가 정확히 한 파장이 되는 방향이다.

$$\sin\theta_{\text{dark}} = \frac{\lambda}{a}$$
\(\lambda\)는 파장, \(a\)는 틈의 폭이다. 경로차가 한 파장이면 틈의 위쪽 절반과 아래쪽 절반이 반 파장씩 어긋나 짝을 지어 지워진다. \(a < \lambda\)이면 이 식을 만족하는 각도가 없다. 어느 방향으로도 지워지지 않고 빛이 사방으로 나간다.

이 식 하나에 노광의 어려움이 다 들어 있다. 퍼지는 각도를 정하는 것은 틈의 크기 그 자체가 아니라 파장에 대한 크기의 비다. 작은 것을 찍으려 할수록 빛은 더 크게 퍼지고, 그 빛을 다시 모으려면 더 넓게 받아야 한다.

틈이 둘이면 줄무늬가 생긴다

이번에는 좁은 틈을 두 개 뚫는다. 각 틈에서 나온 빛은 반원으로 퍼지고, 두 반원이 겹친다. 겹친 곳에서 마루와 마루가 만나면 밝아지고 마루와 골이 만나면 어두워진다. 1801년 영이 빛이 파동이라는 증거로 내놓은 간섭(Interference)이다.

오른쪽 틈의 손잡이를 끌어 두 틈 사이를 벌려 보자. 밝은 방향을 가리키는 점선과 번호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본다.

SIMULATOR

슬릿 둘: 밝은 방향은 띄엄띄엄 있다

틈을 끌어 간격을 바꾼다
슬릿 간격 d—
d / λ—
1번 밝은 방향—
밝은 방향의 수—
해볼 것: ① 간격을 넓힌다. 밝은 방향이 촘촘해지고 개수가 늘어난다. ② 간격을 좁힌다. 방향들이 부채처럼 벌어지다가 하나씩 수평선 너머로 사라진다. ③ 간격을 파장보다 좁힌다. 가운데(0번) 하나만 남는다. 두 틈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 주는 줄무늬가 없어진다. ④ 파장을 늘리면 간격을 좁힌 것과 같은 일이 일어난다. (틈 하나의 폭은 80 nm로 고정. 점선은 먼 곳에서 성립하는 방향이라 틈 가까이에서는 조금 어긋난다.)

밝은 방향은 두 틈에서 그 방향으로 나간 빛의 경로차가 파장의 정수 배인 방향이다. 간격이 \(d\)이면 경로차는 \(d\sin\theta\)이므로

$$d\,\sin\theta_m = m\lambda \qquad (m = 0,\ \pm1,\ \pm2,\ \dots)$$
\(m\)은 밝은 방향에 붙인 번호다. \(|\sin\theta| \le 1\)이어야 하므로 \(|m| \le d/\lambda\)인 번호만 존재한다. \(d < \lambda\)이면 \(m = 0\)뿐이다.

여기서 기억할 것은 방향이 띄엄띄엄하다는 점과, 간격이 좁을수록 그 방향들이 크게 벌어진다는 점이다. 좁은 무늬일수록 그 정보는 큰 각도에 실려 나간다.

격자: 마스크는 빛을 차수로 쪼갠다

틈을 같은 간격으로 수없이 늘어놓으면 회절 격자(Diffraction grating)가 된다. 선과 간격이 반복되는 마스크 무늬가 바로 이것이다. 반복되는 주기를 피치(Pitch) \(p\)라 한다. 틈이 둘일 때는 밝은 방향 사이가 완만하게 이어졌지만, 틈이 많아지면 조건이 엄격해진다. 모든 틈에서 나온 빛이 한꺼번에 보강되는 방향만 살아남고 나머지 방향은 깨끗이 지워진다. 빛은 몇 가닥의 가느다란 평면파로 갈라진다. 이 가닥을 회절 차수(Diffraction order)라 부른다.

$$\sin\theta_m = \frac{m\lambda}{p}$$
\(m = 0\)인 0차는 꺾이지 않고 곧장 나가는 빛이다. \(\pm1\)차는 그 양옆, \(\pm2\)차는 그 바깥이다. 수직으로 비출 때의 식이며, 비스듬히 비추면 모든 차수가 같은 양만큼 옮겨 간다(4장).

아래 그림에서 +1차 빛줄기 끝의 손잡이를 잡고 좌우로 끌어 보자. 손잡이의 가로 위치가 \(\sin\theta_1\)이고, 그 값이 피치를 정한다. 손잡이를 반원 바깥까지 끌면 어떻게 되는지도 본다.

SIMULATOR

격자의 회절 차수

+1차 손잡이를 좌우로 끈다
피치 / 파장—
sin θ₁ = λ/p—
1차 회절각 θ₁—
전파하는 차수—
해볼 것: ① 피치를 키운다. 차수가 촘촘해지고 수가 늘어난다. ② 피치를 줄인다. 바깥 차수부터 반원의 끝(90°)에 닿아 사라진다. ③ ArF에서 피치를 193 nm 아래로 줄인다. 0차만 남는다. ④ "LB-28" 단추를 누르고 두 파장을 번갈아 본다. (피치의 30%가 열린 얇은 마스크. 빛줄기의 굵기는 차수의 진폭에 비례하게 그렸다. 차수가 많을 때는 ±12차까지만 그린다.)

\(\sin\theta\)는 1을 넘을 수 없다. \(m\lambda/p > 1\)인 차수는 갈 방향이 없다. 이런 차수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마스크 표면에 붙어 한 파장쯤의 거리 안에서 지수적으로 잦아드는 소멸파(Evanescent wave)가 된다. 멀리 떨어진 렌즈까지는 오지 못하므로 결상에는 없는 것과 같다. 피치가 파장보다 작으면 ±1차마저 소멸파가 되고, 남는 것은 0차 하나다. 이때 마스크는 광학적으로 그냥 반투명한 유리와 구별되지 않는다.

마스크 무늬의 피치(웨이퍼 기준)ArF 193 nm의 sin θ₁EUV 13.5 nm의 sin θ₁
1,000 nm0.193 (11.1°)0.0135 (0.8°)
400 nm0.483 (28.8°)0.034 (1.9°)
208 nm0.928 (68.1°)0.065 (3.7°)
90 nm2.14, 전파 안 함0.150 (8.6°)
28 nm6.89, 전파 안 함0.482 (28.8°)
공기 중과 물속 표의 ArF 값은 공기 중에서 따진 것이다. 렌즈와 웨이퍼 사이를 물로 채우면 물속 파장이 193/1.44 ≈ 134 nm로 줄어 더 작은 피치의 차수도 전파한다. 액침 노광의 원리이고 3장에서 다룬다.

렌즈는 일부만 받는다

마스크를 떠난 차수들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흩어져 나간다. 이대로 두면 웨이퍼에는 아무 무늬도 맺히지 않는다. 흩어진 빛을 다시 한 점으로 모으는 것이 투영 렌즈(Projection lens)의 일이다. 그런데 렌즈의 크기는 유한하다. 렌즈가 받아들일 수 있는 가장 큰 각도 \(\theta_{\max}\)의 사인값을 개구수(Numerical aperture, NA)라 한다.

$$\mathrm{NA} = n\,\sin\theta_{\max}$$
\(n\)은 빛이 지나는 매질의 굴절률이다. 공기나 진공에서는 1이므로 NA는 1을 넘을 수 없다. 이 장에서는 \(n = 1\)로 둔다. \(m\)차가 렌즈를 통과할 조건은 \(|m|\lambda/p \le \mathrm{NA}\)이다.

아래 그림은 마스크, 렌즈, 웨이퍼를 세로로 놓은 것이다. 렌즈 가장자리의 손잡이를 끌어 조리개를 열고 닫아 보자. 받아들인 차수는 웨이퍼의 한 점으로 다시 모이고, 받지 못한 차수는 조리개 판에 막혀 붉게 끝난다. 맨 아래 띠는 그 결과 웨이퍼에 생기는 빛의 세기다.

SIMULATOR

조리개를 열어 차수를 받는다

렌즈 가장자리 손잡이를 끈다
개구수 NA—
sin θ₁ = λ/p—
통과한 차수—
상의 대비—
해볼 것: ① 피치 400 nm에서 조리개를 천천히 닫는다. NA가 0.48 아래로 내려가는 순간 ±1차가 막히고 웨이퍼의 무늬가 한꺼번에 사라진다. ② 조리개를 활짝 열고 피치를 1,000 nm로 키운다. 차수가 여러 개 들어오고 상이 네모에 가까워진다. ③ 피치를 200 nm로 줄인다. NA 0.95로도 받지 못한다. (파장 193 nm, 수직으로 비추는 점광원, 선폭은 피치의 40%. 렌즈 면의 가로 위치를 sin θ에 비례하게 그렸다. 실제 렌즈가 그렇게 설계된다. 배율은 1로 그렸다.)

가장 중요한 관찰은 ①이다. 무늬는 조금씩 흐려지다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차수가 막히는 순간 통째로 없어진다. 렌즈에 0차 하나만 들어오면 웨이퍼는 고르게 밝을 뿐이다. 0차는 "빛이 평균적으로 얼마나 지나왔는가"만 알려 주고, 무늬의 주기는 ±1차가 꺾인 각도에 적혀 있기 때문이다. 수직으로 비출 때 ±1차가 겨우 들어오는 피치가 이 렌즈가 찍을 수 있는 가장 촘촘한 무늬다.

$$\frac{\lambda}{p_{\min}} = \mathrm{NA} \quad\Longrightarrow\quad p_{\min} = \frac{\lambda}{\mathrm{NA}} \quad\text{(수직 조명)}$$
ArF 건식 노광기(193 nm, NA 0.93)면 약 208 nm, EUV(13.5 nm, NA 0.33)면 약 41 nm다. 이 한계는 조명을 기울이면 절반까지 내려간다. 그 이야기는 3장과 4장의 몫이다.

1873년 아베가 현미경을 두고 세운 이 그림은 지금도 노광 시뮬레이터의 뼈대다. 이 책의 엔진도 광원의 점 하나하나에 대해 이 계산을 하고 세기를 더한다.

동공에서 본 차수

앞 그림에서 렌즈 면의 가로 위치를 \(\sin\theta\)에 비례하게 그렸다. 이 면을 위에서 내려다보면 원이 보인다. 렌즈의 동공(Pupil)이다. 동공의 반지름을 1로 잡은 좌표를 쓰면 편하다.

$$\rho_m = \frac{\sin\theta_m}{\mathrm{NA}} = \frac{m\lambda}{p\cdot\mathrm{NA}}$$
\(|\rho_m| \le 1\)인 차수가 동공 안에 있고 렌즈를 통과한다. 엔진의 LT.orders(mask, {wl, na})가 돌려주는 rho가 이 값이다.

차수의 위치는 피치가 정한다. 차수의 세기는 한 주기 안의 모양, 곧 선과 간격의 비가 정한다. 마스크 한 주기의 투과율을 푸리에 급수로 풀었을 때의 계수가 각 차수의 진폭이다. 투광부의 폭이 \(s\)인 바이너리 마스크라면

$$a_0 = \frac{s}{p}, \qquad a_m = \frac{\sin(\pi m s/p)}{\pi m}$$
\(a_0\)는 열린 면적의 비율이다. \(s/p = 1/2\)(선과 간격이 같은 폭)이면 \(a_{\pm1} = 1/\pi \approx 0.318\), \(a_{\pm2} = 0\), \(a_{\pm3} \approx 0.106\)이다.

아래 그림의 맨 위는 마스크 단면이다. 가운데 선의 가장자리를 끌어 선폭을 바꿔 보자. 가운데 원이 동공이고, 점의 크기가 차수의 진폭이다.

SIMULATOR

동공 위의 회절 차수와 선폭 비율

마스크 선의 가장자리를 끈다
선폭 / 피치—
0차 진폭—
±1차 진폭—
±2차 진폭—
동공 안의 차수—
해볼 것: ① 선폭을 정확히 50%로 맞춘다. ±2차, ±4차 점이 사라진다. ② 선폭을 33%나 67%로 맞춘다. 이번에는 ±3차가 사라진다. ③ 선을 아주 가늘게 또는 아주 굵게 한다. ±1차가 약해진다. 무늬를 만들 재료가 줄어든다. ④ 피치를 줄인다. 점들이 바깥으로 밀려나 동공을 벗어난다. 진폭은 변하지 않는다. (ArF 193 nm, NA 0.93, 수직 조명. 엔진의 LT.orders로 계산한 값이다.)

선과 간격이 같은 폭일 때 짝수 차수가 사라지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2차 방향에서는 이웃한 틈 사이의 경로차가 두 파장이고, 폭이 피치의 절반인 틈 하나의 양 끝 사이의 경로차는 정확히 한 파장이다. 첫 절에서 본 "틈 하나의 어두운 방향"과 격자의 2차 방향이 겹친 것이다. 격자가 방향을 고르고, 틈 하나의 회절 무늬가 그 방향에 얼마를 보낼지 정한다.

동공 그림을 읽는 법 이 책의 뒤 장들은 거의 모든 것을 동공 위에서 설명한다. 조명을 기울이는 것은 점들을 통째로 옆으로 미는 것이고(4장), 초점이 어긋나는 것은 동공의 가장자리로 갈수록 위상이 늦어지는 것이며(5장), 위상 변이 마스크는 0차 점을 지우거나 줄이는 장치다(6장).

상은 차수를 다시 더한 것이다

렌즈를 통과한 차수들은 웨이퍼에서 다시 만난다. \(m\)차는 웨이퍼 위에서 주기가 \(p/m\)인 물결 하나다. 웨이퍼 위의 전기장은 통과한 물결을 모두 더한 것이고, 레지스트가 느끼는 세기는 그 제곱이다.

$$E(x) = \sum_{|m|\lambda/p\,\le\,\mathrm{NA}} a_m\, e^{\,i 2\pi m x/p}, \qquad I(x) = |E(x)|^2$$
합에 들어가는 차수는 동공 안에 있는 것뿐이다. 모든 차수를 다 더하면 마스크의 네모난 투과율이 그대로 되살아난다. 렌즈는 이 합을 중간에서 자른다.

이 합을 직접 해 보자. 아래 그림 위쪽의 둥근 등이 차수다. 눌러서 켜고 끌 수 있다(±m차는 함께 움직인다). 0차만 켠 상태에서 시작해 하나씩 켜 본다.

SIMULATOR

차수를 하나씩 더해 상을 만든다

세기 I전기장 E마스크 투과율
켜진 빔—
세기 최대—
세기 최소—
대비—
해볼 것: ① "0차만". 세기가 0.36으로 평평하다. 무늬가 없다. ② ±1차를 켠다. 사인 곡선이 나타난다. 이것이 가장 촘촘한 무늬를 찍을 때 실제 노광기가 만드는 상이다. ③ ±2, ±3, ±4차를 차례로 켠다. 가장자리가 가팔라지고 네모에 가까워진다. ④ "±1차만". 0차를 끄면 주기가 절반인 무늬가 나온다. 6장의 교번 위상 변이 마스크가 쓰는 효과다. (열린 폭이 피치의 60%인 마스크. ±5차는 이 비율에서 진폭이 0이라 비어 있다. 가로축은 피치 단위.)

세 가지를 확인했다. 첫째, 0차 하나로는 무늬가 없다. 평면파 하나의 세기는 어디서나 같다. 둘째, 무늬는 서로 다른 방향에서 온 빔이 둘 이상 겹칠 때 생긴다. 셋째, 높은 차수는 무늬의 유무가 아니라 가장자리의 가파름을 정한다. 가장자리가 완만하면 노광량이 조금만 흔들려도 선폭이 크게 변한다. 이 기울기를 수치로 만든 것이 NILS이고 10장의 공정 윈도로 이어진다.

대비는 세기의 최댓값과 최솟값으로 정의한다.

$$C = \frac{I_{\max} - I_{\min}}{I_{\max} + I_{\min}}$$
무늬가 없으면 0, 어두운 곳이 완전히 어두우면 1이다. 이 책 전체에서 LT.contrast(I)가 이 값을 돌려준다.

세 빔 간섭과 두 빔 간섭

최소 피치 근처에서 동공에 들어오는 것은 0차와 ±1차, 빔 세 개뿐이다. 이 세 빔이 웨이퍼 근처에서 만드는 빛의 무늬를 옆에서 본 단면으로 그려 보자. 가로가 웨이퍼 면 방향 x, 세로가 높이(초점 방향) z다. 가로선의 손잡이를 위아래로 끌면 그 높이에서의 세기 곡선을 볼 수 있다.

SIMULATOR

웨이퍼 근처의 간섭무늬를 옆에서 본다

가로선을 위아래로 끈다
동공을 통과한 빔—
초점(z = 0)의 대비—
가로선 높이의 대비—
이 조명의 한계 피치—
해볼 것: ① 수직 조명, 피치 300 nm. 무늬가 z를 따라 진해졌다 옅어졌다 하고 중간에 밝고 어두운 곳이 뒤바뀐다. 가로선을 끌어 기본 피치 성분이 사라지고 반피치 성분이 남는 높이를 찾는다. 전체 대비가 0이 되는 것은 아니다. ② 피치를 208 nm 아래로 줄인다. ±1차가 빠지고 화면 전체가 고른 회색이 된다. ③ 같은 피치에서 "기울인 조명"으로 바꾼다. 무늬가 되살아나고, z 방향으로 변하지 않는 곧은 기둥이 된다. ④ 기울인 조명에서 피치를 311 nm 위로 키운다. 세 번째 빔이 들어와 기둥이 다시 일그러진다. (ArF 193 nm, NA 0.93, 선과 간격이 같은 폭이라 ±2차는 없다. 기울인 조명은 0차와 1차가 광축에 대칭이 되도록 λ/2p만큼 기울인 점광원 하나다.)

수직 조명에서는 0차가 광축을 따라 곧장 오고 ±1차가 양옆에서 비스듬히 온다. 비스듬한 빔은 z 방향으로 나아가는 속도가 0차와 다르다. 그래서 높이가 달라지면 0차와 ±1차 사이의 위상이 어긋나고, 무늬가 옅어졌다가 뒤집힌다. 세 빔 간섭(Three-beam interference)의 상은 초점에 민감하다.

조명을 기울이면 0차가 동공의 한쪽 가장자리로, 1차가 반대쪽 가장자리로 간다. 반대편의 −1차는 버린다. 남은 두 빔이 광축에 대칭이면 z 방향 속도가 같아서 높이가 달라져도 위상이 어긋나지 않는다. 두 빔 간섭(Two-beam interference)의 상은 초점에 둔감하고, 두 빔 사이의 각도를 동공 지름 전체로 쓸 수 있으니 더 촘촘한 피치까지 찍힌다. 여기서는 맛만 본다. 얼마나 촘촘해지는지는 3장, 조명을 어떻게 기울이는지는 4장, 초점은 5장에서 다룬다.

빔이 적을수록 대비는 낮아진다 기울인 조명의 대비는 1이 아니다. 0차(진폭 0.5)와 1차(진폭 0.318)의 크기가 달라 어두운 곳이 완전히 어두워지지 않는다. 두 빔의 세기를 맞추려는 노력이 6장의 감쇠 위상 변이 마스크다.

렌즈는 저역 통과 필터다

지금까지는 한 방향으로만 반복되는 격자를 보았다. 실제 마스크의 무늬는 2차원이고, 그 회절광은 동공 면 위에 2차원으로 흩어진다. 큰 도형의 정보는 동공 중심 가까이에, 가는 선과 뾰족한 모서리의 정보는 바깥쪽에 실린다. 동공은 반지름 NA 안쪽만 통과시킨다. 공간 주파수로 말하면 \(\mathrm{NA}/\lambda\)보다 높은 성분을 잘라 내는 저역 통과 필터(Low-pass filter)다.

아래 왼쪽은 마스크의 회절광을 동공 면에 점으로 찍은 것이다. 굵은 원이 동공이다. 원의 손잡이를 끌어 NA를 줄여 보자. 오른쪽이 그 렌즈가 맺는 상이다.

SIMULATOR

동공을 줄이면 상에서 무엇이 사라지는가

동공 원을 끌어 NA를 바꾼다
개구수 NA—
통과한 회절광—
피치 400 nm 선의 대비—
피치 230 nm 선의 대비—
해볼 것: ① NA 0.95에서 시작해 천천히 줄인다. 0.84 아래에서 오른쪽 위의 가는 선(피치 230 nm)이 뭉개져 한 덩어리가 된다. ② 0.48 아래에서 굵은 선(피치 400 nm)도 사라진다. ③ ㄴ자의 모서리가 얼마나 둥글어지는지, 작은 네모가 어떻게 약해지는지 본다. ④ NA 0.2. 무엇이 있었는지 알아볼 수 없다. (2,048 nm 주기 창, ArF 193 nm, 수직 점광원. 밝은 곳이 투광부, 점선은 마스크 도형, 노란 선은 세기 0.3의 등고선. 점광원이라 가장자리에 물결(ringing)이 보인다. 실제 조명은 넓어서 이 물결이 흐려진다.)

모서리가 둥글어지고 선의 끝이 짧아지는 것은 렌즈의 결함이 아니다. 뾰족한 모서리를 그리는 데 필요한 높은 차수가 동공 밖에 있어서 처음부터 웨이퍼에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떤 렌즈도 이것을 되살릴 수 없다. 대신 마스크를 미리 비틀어 그려서 웨이퍼에 찍힌 결과가 원하는 모양이 되게 한다. 7장의 광 근접 보정이다.

축소 광학: NA는 웨이퍼 쪽에서 잰다

지금까지 마스크와 웨이퍼를 같은 크기로 그렸다. 실제 노광기는 마스크의 무늬를 1/4로 줄여 찍는다. 축소 배율이 \(M\)이면 마스크 위의 피치는 웨이퍼 위 피치의 \(M\)배이고, 회절각의 사인값은 그만큼 작다.

$$\sin\theta_{\text{mask}} = \frac{\lambda}{M\,p} = \frac{\sin\theta_{\text{wafer}}}{M}, \qquad \mathrm{NA}_{\text{mask}} = \frac{\mathrm{NA}}{M}$$
\(p\)는 웨이퍼 위의 피치다. 렌즈는 마스크 쪽의 좁은 원뿔을 받아 웨이퍼 쪽의 넓은 원뿔로 바꾼다. 회절각과 렌즈의 받는 각이 같은 비율로 줄기 때문에 동공 좌표 \(\rho\)는 어느 쪽에서 계산해도 같다.

아래 그림에서 웨이퍼 쪽 원뿔의 가장자리 손잡이를 끌어 NA를 바꾸고, 배율을 바꿔 가며 마스크 쪽 원뿔이 얼마나 좁아지는지 본다.

SIMULATOR

마스크 쪽 각도와 웨이퍼 쪽 각도

웨이퍼 쪽 원뿔의 손잡이를 끈다
웨이퍼 쪽 NA (반각)—
마스크 쪽 NA (반각)—
마스크 위 피치—
1차 회절각 (마스크 / 웨이퍼)—
해볼 것: ① 4배 축소, NA 0.93. 웨이퍼 쪽은 68°까지 벌어지는데 마스크 쪽은 13°쯤이다. ② 1배로 바꾼다. 마스크 쪽도 68°로 벌어지고, 마스크의 무늬를 웨이퍼와 같은 크기로 만들어야 한다. ③ NA를 줄여 ±1차(주황색)가 원뿔 밖으로 나가게 한다. 마스크 쪽과 웨이퍼 쪽에서 동시에 벗어난다. ④ 8배로 바꾼다. 마스크 쪽 원뿔이 더 좁아지지만 같은 칩을 찍는 데 마스크가 두 배 커야 한다. (ArF 193 nm, 공기 중. 각도는 실제 값으로 그렸고 렌즈 안쪽은 생략했다.)

해상도를 정하는 것은 웨이퍼 쪽 NA다. 무늬가 실제로 만들어지는 곳이 웨이퍼이고, 거기서 빔들이 얼마나 큰 각도로 만나는지가 얼마나 촘촘한 줄무늬를 만들 수 있는지를 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광기의 NA는 언제나 웨이퍼 쪽 값으로 적는다. NA 0.93인 ArF 노광기의 마스크 쪽 NA는 0.2325에 지나지 않는다.

축소에는 실용적인 이득이 둘 있다. 하나는 마스크를 네 배 크게 그려도 된다는 것이다. 웨이퍼에서 14 nm인 선이 마스크에서는 56 nm다. 마스크의 치수 오차와 결함도 웨이퍼에서는 1/4로 줄어든다(실제로는 그보다 덜 줄어드는 경우가 있고, 6장의 MEEF에서 다룬다). 다른 하나는 마스크 쪽 각도가 작아진다는 것이다. 마스크 흡수체의 두께는 수십 nm이고, 빛이 비스듬히 지날수록 얇은 마스크라는 근사가 깨진다. 값을 치르는 곳은 노광 면적이다. 웨이퍼 위 26 × 33 mm를 한 번에 찍으려면 마스크의 무늬 영역은 104 × 132 mm여야 하고, 이것이 6인치 마스크 기판에 들어가는 최대 크기에 가깝다. 배율을 더 키우면 한 번에 찍는 면적을 줄여야 한다. High-NA EUV가 한 방향만 8배로 줄이는 이유이고 14장에서 다시 만난다.

타깃에 적용하기

1장에서 소개한 타깃 LB-28의 뼈대는 피치 28 nm의 격자다. 이 장에서 배운 식 하나, \(\sin\theta_1 = \lambda/p\)를 넣어 본다. 수치는 LT.orders(LT.grating(28, 14), {wl, na})로 확인한 것이다.

광원파장sin θ₁ = λ/28NA동공 좌표 ρ₁판정
ArF 액침193 nm6.891.355.111차가 전파조차 하지 못한다
EUV13.5 nm0.482 (28.8°)0.331.46전파하지만 수직 조명에서는 동공 밖
TARGET LB-28타깃 파일 · 2장

1차 회절광이 어디로 가는가

ArF(193 nm)로 피치 28 nm 격자를 비추면 \(\sin\theta_1\) = 193/28 = 6.89다. 1을 한참 넘는다. ±1차는 소멸파가 되어 마스크 표면을 떠나지 못하고, 렌즈가 아무리 커도 받을 빛이 없다. 물을 채워 파장을 134 nm로 줄여도 4.8이다. 이 파장으로는 이 격자를 한 번에 찍을 방법이 없다.

EUV(13.5 nm)면 \(\sin\theta_1\) = 13.5/28 = 0.482, 각도로 28.8°다. 회절광은 전파한다. 그러나 렌즈의 NA가 0.33이므로 동공 좌표는 0.482/0.33 = 1.46이다. 마스크를 수직으로 비추면 ±1차가 동공 가장자리보다 46% 바깥을 지나간다. 렌즈에 들어오는 것은 0차 하나이고, 웨이퍼에는 세기 0.25의 고른 빛만 온다. 무늬는 없다.

4배 축소이므로 마스크 위의 피치는 112 nm, 마스크 쪽에서 본 1차 회절각의 사인값은 13.5/112 = 0.121(6.9°)이고 렌즈가 마스크 쪽에서 받는 각은 0.33/4 = 0.0825(4.7°)다. 어느 쪽에서 계산해도 비는 1.46으로 같다.

이 장에서 정한 것빛은 EUV여야 한다. ArF로는 피치 28 nm의 회절광이 생기지도 않는다.
아직 남은 문제EUV에서도 수직으로 비추면 ±1차가 동공 밖(ρ = 1.46)이다. 빔 하나로는 무늬가 없다.
다음 단계이 렌즈가 원리적으로 찍을 수 있는 한계가 어디인지 3장에서 숫자로 따진다.

핵심 정리

  1. 빛은 틈을 지나면 퍼진다. 퍼지는 각도는 \(\lambda/a\)가 정하므로 틈이 좁을수록 더 크게 퍼진다.
  2. 주기적인 마스크는 빛을 \(\sin\theta_m = m\lambda/p\) 방향의 회절 차수로 쪼갠다. 피치가 작을수록 차수는 크게 벌어지고, \(m\lambda/p > 1\)인 차수는 소멸파가 되어 전파하지 못한다.
  3. 렌즈는 \(|\sin\theta| \le \mathrm{NA}\)인 차수만 받는다. 동공 좌표 \(\rho = m\lambda/(p\cdot\mathrm{NA})\)가 1 이하인 차수가 통과한다.
  4. 상은 통과한 차수의 합이다. 0차 하나로는 무늬가 없고, 둘 이상의 빔이 겹쳐야 무늬가 생긴다. 높은 차수는 가장자리를 가파르게 한다.
  5. 수직 조명에서 찍을 수 있는 최소 피치는 \(\lambda/\mathrm{NA}\)다. 그보다 작으면 무늬가 흐려지는 것이 아니라 통째로 사라진다.
  6. 차수의 위치는 피치가, 차수의 진폭은 선폭 비율이 정한다. 선과 간격이 같은 폭이면 짝수 차수가 없다.
  7. 세 빔 간섭(0, ±1차)은 초점에 민감하고, 광축에 대칭인 두 빔 간섭은 초점에 둔감하다.
  8. 렌즈는 공간 주파수 \(\mathrm{NA}/\lambda\) 위를 자르는 저역 통과 필터다. 모서리가 둥글어지는 것은 그 정보가 웨이퍼에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9. 4배 축소 광학에서 마스크 쪽 각도는 웨이퍼 쪽의 1/4이다. NA는 무늬가 만들어지는 웨이퍼 쪽에서 정의한다.

확인 퀴즈

파장 193 nm의 빛으로 피치 150 nm인 격자를 공기 중에서 수직으로 비춘다. 마스크에서 멀리 떨어진 곳까지 도달하는 회절 차수는?

\(\sin\theta_1 = 193/150 = 1.29\)로 1을 넘는다. ±1차는 소멸파가 되어 마스크 표면 근처에서 잦아든다. 0차는 꺾이지 않으므로 언제나 전파한다.

KrF 노광기(파장 248 nm, NA 0.8)로 수직 조명을 쓴다. 선과 간격이 반복되는 무늬에서 상이 생기는 최소 피치는?

±1차가 동공 가장자리에 걸리는 조건 \(\lambda/p = \mathrm{NA}\)에서 \(p = 248/0.8 = 310\) nm다. 155 nm는 조명을 기울였을 때의 한계 \(\lambda/(2\mathrm{NA})\)이고 3장에서 다룬다.

렌즈가 0차 회절광만 받아들였다. 웨이퍼에 생기는 것은?

평면파 하나의 세기는 어디서나 같다. 세기는 \(a_0^2\), 곧 열린 면적 비율의 제곱이다. 무늬의 주기 정보는 ±1차의 각도에 실려 있으므로, 그것이 없으면 상에도 주기가 없다.

선폭과 간격이 정확히 같은 바이너리 격자의 동공 그림에서 보이지 않는 차수는?

\(a_m = \sin(\pi m/2)/(\pi m)\)이므로 짝수 차수의 진폭이 0이다. 2차 방향이 폭 \(p/2\)인 틈 하나의 첫 어두운 방향과 겹치기 때문이다. ±3차는 진폭 0.106으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