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와 부품
팹은 기계만으로 돌지 않는다. 웨이퍼가 들어가야 하고, 레지스트를 바르고, 수십 가지 특수 가스를 흘리고, 초순수와 불산으로 씻고, 슬러리로 갈아 내야 한다. 이 모든 소재를 합친 시장은 2024년 약 680억 달러로, 칩 시장(약 6,300억 달러)의 10분의 1 남짓이다. 그런데 이 작은 시장의 품목 하나가 끊기면 수백억 달러짜리 팹이 몇 주 안에 선다. 이 장은 소재가 어디서 오는지, 왜 소수의 나라와 회사에 몰려 있는지, 끊기면 무슨 일이 몇 주 뒤에 벌어지는지를 직접 돌려 본다.
- 반도체 소재 시장을 전공정·후공정으로 나누고, 가장 큰 품목과 가장 집중된 품목을 구분한다.
- 모래가 웨이퍼가 되기까지 kg당 가격이 몇 배씩 뛰는지, 순도 '11N'이 무엇을 뜻하는지 설명한다.
- 품목별 공급 국가 집중도(HHI)를 읽고, 시장 크기와 급소의 크기가 다르다는 것을 말한다.
- 재고 기간·차질 기간·대체 공급 인증 기간으로 팹이 언제 멈추는지 계산한다.
- AI 칩이 ABF 기판 수요를 왜 불균형하게 키우는지 패키지 면적과 층수로 설명한다.
작은 시장, 큰 급소
반도체 소재(Semiconductor materials)는 두 덩어리로 나뉜다. 팹 안에서 웨이퍼 위에 쓰이는 전공정 소재(Fab materials)와, 다 만든 다이를 감싸는 후공정 소재(Packaging materials)다. SEMI 집계로 2024년 전공정 소재가 약 430억 달러, 후공정 소재가 약 250억 달러다.
아래 트리맵에서 면적은 시장 크기다. 타일을 눌러 누가 만들고, 끊기면 무엇이 서는지 본다.
소재 680억 달러는 어디에 쓰이나
300 mm 환산 웨이퍼 연 약 1.1억 장(2024, SEMI 출하 면적 근사)으로 나눈 평균이다.
가장 큰 타일은 실리콘 웨이퍼다. 전공정 소재의 약 30%다. 그다음이 특수 가스와 포토마스크다. 언론에 자주 오르는 포토레지스트는 약 26억 달러로 생각보다 작다. 그러나 크기와 중요도는 다르다. 레지스트 없이는 노광을 할 수 없고, 노광이 없으면 회로가 없다.
평균 웨이퍼 한 장에 드는 전공정 소재비는 약 400달러 안팎이다. 3 nm 웨이퍼의 판매가가 약 2만 달러라는 것과 비교하면 2% 남짓이다. 원가표에서 작게 보이는 항목이 공급망에서는 가장 위험한 항목일 수 있다는 것이 이 장의 주제다.
모래에서 웨이퍼까지
실리콘은 지각에서 산소 다음으로 흔한 원소다. 모래와 돌이 원료이니 원료값은 거의 공짜다. 비싼 것은 순도와 결정이다. 단계를 하나 지날 때마다 kg당 가격이 몇 배에서 수십 배씩 뛴다. 계단을 하나씩 눌러 본다.
모래 1 kg이 금보다 비싸지기까지
규석 1 kg은 몇 센트, 공정을 마친 3 nm 웨이퍼 1 kg은 약 15만 달러다. 사다리 전체가 약 300만 배다. 가장 큰 계단은 마지막, 팹이다. 그 앞에서는 순도를 올리는 계단이 크다. 태양광용과 반도체용 폴리실리콘은 같은 지멘스 공정으로 만들지만, 순도가 6~9N에서 11N으로 올라가면 가격이 약 10배가 된다.
'11N'은 9가 열한 개, 99.999999999%다. 실리콘 원자 1,000억 개에 불순물 원자가 1개다. 이 숫자가 과장이 아닌 이유를 다음 시뮬레이터에서 트랜지스터 단위로 본다.
9가 몇 개여야 하나: 순도와 트랜지스터
다이: AX-1(806 mm², 3 nm급 약 200 MTr/mm²)
11N에서도 AX-1 다이 한 개의 활성층에는 불순물 원자가 수억 개 들어간다. 그래도 트랜지스터 수백 개에 하나꼴이다. 9N이면 네 개에 하나, 태양광급 6N이면 트랜지스터 하나에 수백 개다. 반도체용 폴리실리콘을 만들 수 있는 회사가 바커, 헴록, 도쿠야마, OCI 등 소수인 이유다. 태양광급 폴리실리콘은 2024년 중국이 약 90%를 만들지만, 반도체급은 지형이 다르다.
폴리실리콘을 녹여 종자 결정을 천천히 끌어올리면(초크랄스키법(Czochralski)) 원자 배열이 하나로 이어진 단결정 잉곳이 된다. 이것을 0.775 mm 두께로 잘라 거울처럼 갈면 웨이퍼다. 300 mm 웨이퍼 시장은 신에쓰화학, SUMCO, 글로벌웨이퍼스, 실트로닉, SK실트론 다섯 곳이 약 95%를 나눈다. 웨이퍼 공정 자체는 ProcessBook에서 다룬다.
레지스트, 가스, 화학: 공정 고리에 들어가는 것들
웨이퍼는 팹 안에서 증착 → 노광 → 식각 → 세정 → 평탄화의 고리를 수십 번 돈다. 고리의 단계마다 서로 다른 소재가 들어간다. 그리고 다 만든 다이는 패키징에서 또 다른 소재 묶음을 만난다.
포토레지스트(Photoresist)는 빛을 받으면 녹는 성질이 바뀌는 고분자 용액이다. JSR, TOK, 신에쓰화학, 스미토모화학, 듀폰, 동진쎄미켐이 주요 공급사이고, 특히 EUV 레지스트는 일본 회사들이 대부분을 공급한다. 레지스트의 화학은 LithoBook이 자세히 다룬다.
특수 가스(Specialty gases)는 수십 종이다. 박막을 쌓는 실레인과 전구체, 식각하는 불소계 가스(NF₃, C₄F₆ 등), 노광 레이저를 채우는 네온·크립톤 혼합 가스, 장비를 식히고 밀어내는 헬륨·질소가 있다. 가스 회사는 대부분 유럽·미국·일본계 대형 산업 가스 회사의 전자 부문이고, 한국·중국 회사가 품목별로 자리를 넓혀 왔다.
아래 지도는 이 장의 소재 회사들을 품목과 지역으로 놓은 것이다. 버블 면적은 2024년 반도체 관련 매출(약)이다.
소재 회사 지도: 품목 × 지역
아래 띠: 소재 단계 부가가치의 지역 점유(2019, SIA·BCG 근사). 버블은 이 책 회사 목록에 있는 곳만이다.
버블이 가장 큰 곳은 웨이퍼 열이고, 열 다섯 개 가운데 네 개에 일본 회사가 있다. 반면 아래 띠의 부가가치 점유는 대만·한국·일본·중국이 고르게 나눈다. 두 그림이 다른 이유는 소재가 두 종류이기 때문이다. 팹 옆 공장에서 만들어 탱크로리로 보내는 범용 소재(벌크 가스, 일반 화학)는 팹이 있는 곳에서 만든다. 오래 쌓은 배합 기술이 필요한 고난도 소재(EUV 레지스트, 마스크 블랭크, ABF 필름)는 소수의 나라에 몰린다. 급소는 뒤쪽에 있다.
집중도: 어디에 급소가 있나
시장이 얼마나 쏠렸는지는 허핀달-허쉬만 지수(HHI)로 잰다. 점유율(%)을 제곱해 더한 값이다. 한 곳이 다 가지면 10,000, 열 곳이 고르게 나누면 1,000이다. 미국 2010년 합병 지침은 2,500 초과를 고집중으로 분류했다. 여기서는 회사가 아니라 생산 국가의 점유로 계산한다. 한 나라에서 정책이나 재해가 생겼을 때의 위험을 보려는 것이다.
소재 12종, 누가 얼마나 쥐고 있나
HHI 9,000을 넘는 품목이 셋이다. 갈륨은 중국, ABF 필름과 EUV 마스크 블랭크는 일본이다. 셋 다 시장 크기로는 수억 달러에서 수십억 달러 규모로 작다. 작기 때문에 신규 진입자가 돈을 벌기 어렵고, 그래서 독점이 오래 간다. 중국은 2023년 갈륨·게르마늄 수출을 허가제로 돌렸다. 집중도는 위험이 어디에 있는지 알려 줄 뿐이다. 위험이 얼마나 빨리 생산으로 번지는지는 재고와 대체 가능성이 정한다. 그것은 이 장 마지막 시뮬레이터에서 돌린다.
ABF 기판: AI가 키운 병목
고성능 칩은 실리콘 다이를 바로 보드에 꽂지 않는다. 미세한 범프를 보드의 굵은 배선으로 풀어 주는 다층 패키지 기판(FC-BGA substrate)을 거친다. 기판의 층과 층 사이를 가르는 절연 필름이 ABF(Ajinomoto Build-up Film)다. 조미료 회사 아지노모토가 1990년대에 개발했고 지금도 사실상 혼자 공급한다. 기판 자체는 이비덴, 유니마이크론(대만), 신코(일본), 삼성전기, AT&S(오스트리아) 등이 만든다.
AI 가속기의 기판은 PC용 CPU 기판보다 면적이 약 5배, 층수가 약 2배다. 층이 늘어날 때마다 층별 수율이 곱해지니 버리는 기판도 많아진다. 아래에서 AI 출하 성장률과 기판 증설 속도를 바꿔 본다.
AI 칩 하나가 기판을 얼마나 먹나
AI 가속기 기판 한 장은 PC 기판 약 5장 면적에 층수가 두 배이고, 수율까지 감안하면 ABF 소비는 PC 한 장의 약 12배다. 출하 대수로는 작아도 면적·층으로 세면 몇 년 안에 가장 큰 수요처가 된다. 2021~2022년에는 PC·서버 호황으로 기판이 모자랐고, 2023년에는 반대로 남았다. 기판 공장도 사이클을 탄다(3장). AI 패키징 병목 전체는 11장에서 다시 본다.
하나가 끊기면: 공급 차질의 전파
소재 공급이 끊겨도 팹이 바로 서지는 않는다. 창고와 탱크에 재고가 있다. 재고가 바닥나기 전에 다른 공급사를 찾으면 된다. 그런데 반도체 팹은 새 공급사의 소재를 바로 쓰지 못한다. 시험 웨이퍼를 돌려 수율이 같은지 확인하는 인증(Qualification)에 몇 주에서 1년이 걸린다. 그리고 팹이 멈춘 효과가 칩 출하에 나타나기까지 또 팹 공정 기간(약 3개월)이 걸린다.
세 시간, 즉 재고 기간, 차질 기간, 인증 기간의 경주다. 소재를 골라 직접 돌려 본다. 실제 사례 단추는 그때의 조건을 어림해 넣는다.
소재가 끊기면 몇 주 뒤 팹이 서나
모델의 결론은 단순하다. 차질 기간 × 끊긴 비율이 재고 + 대체 공급보다 작으면 팹은 서지 않는다. 2022년 네온이 그런 경우다. 반도체용 네온의 약 절반을 만들던 우크라이나 공장이 멈췄지만, 2014년 크림반도 사태 때 가격 폭등을 겪은 팹들이 재고를 쌓고 공급처를 늘려 둔 덕에 생산 차질은 보고되지 않았다. 대신 네온 가격이 몇 배로 뛰었다.
반대로 재고가 얇고 대체가 어려운 소재는 몇 주 만에 팹을 세운다. EUV 레지스트나 ABF 필름처럼 공급사가 하나뿐이거나, 다른 공급사가 있어도 인증에 반년 이상 걸리는 품목이다. 1위 점유가 높을수록(위의 집중도) '끊긴 비율'이 크고, 기술이 어려울수록 '인증 기간'이 길다. 집중도와 인증 기간이 함께 높은 품목이 진짜 급소다.
| 사례 | 끊긴 것 | 무엇이 일어났나(공개 보도 요약) |
|---|---|---|
| 2011 동일본 대지진 | 실리콘 웨이퍼, 일부 화학·부품 | 신에쓰화학 시라카와 공장(세계 300 mm 웨이퍼의 약 20%로 보도)이 몇 달 멈췄다. 재고와 다른 공장 증산으로 대부분 흡수했지만, 차량용 MCU(르네사스 나카 공장) 차질은 자동차 생산에 번졌다. |
| 2019 일본 수출 규제 | 고순도 불화수소, EUV 레지스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 한국행 수출을 건별 허가제로 바꿨다. 허가가 늦어졌지만 금지는 아니었고, 한국 기업이 불화수소를 국산화·다변화했다. 생산 차질은 보고되지 않았다. 2023년 규제가 해제됐다. |
| 2022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 반도체용 네온(우크라이나 정제) | 네온 가격이 몇 배로 뛰었지만 재고·재활용·중국·미국 등 대체 공급으로 생산 차질은 크지 않았다. |
| 2023~ 중국 수출 허가제 | 갈륨·게르마늄, 이후 일부 품목 확대 | 화합물 반도체·전력 소자 원료다. 실리콘 로직 팹 영향은 작지만 대체 생산 시설을 짓는 데 수년이 걸린다. |
AX-1의 소재는 어디서 오는가
이어지는 타깃 AX-1을 따라가 보자. AX-1을 첫해 40만 개 만들려면 3 nm 웨이퍼가 연 약 1.46만 장, 한 달 약 1,220장 필요하다(4장). 그 웨이퍼 하나하나에 위의 소재가 모두 들어간다.
소재 하나가 끊기면 AX-1은 몇 주 뒤에 멈추나
AX-1 웨이퍼 월 약 1,220장의 바탕은 일본·대만·한국·독일 회사의 300 mm 프라임 웨이퍼다. 3 nm급이라 EUV 층이 20여 개이고, 그 EUV 레지스트는 대부분 일본 회사(JSR·TOK·신에쓰화학)가 공급한다. 남은 DUV 층에는 네온 혼합 가스가 든 엑시머 레이저를 쓴다. 식각·증착 가스는 유럽·미국·일본계 가스 회사가 파운드리 현지에서 공급한다. 패키지 단계에서는 2.5D 인터포저(약 2,400 mm²)를 얹을 대형 FC-BGA 기판이 필요하고, 그 층간 필름은 아지노모토 ABF다. 40만 개면 대형 기판이 40만 장을 훌쩍 넘게(층 수율 손실 포함) 필요하다.
위 공급 차질 모델로 보면, 파운드리가 EUV 레지스트를 8주 분 쌓아 두고 대체 공급사 인증이 26주 걸린다면 6개월짜리 차질에서 AX-1 웨이퍼 투입은 약 3개월 뒤부터 줄기 시작하고, 칩 출하는 그보다 약 3개월 더 늦게 줄어든다. ABF가 끊기면 팹은 돌아도 다 만든 다이를 담을 기판이 없어 2주 남짓 만에 출하가 막힌다. 다이와 HBM이 창고에 쌓인다.
핵심 정리
- 반도체 소재 시장은 2024년 약 680억 달러(전공정 약 430억, 후공정 약 250억)로 칩 시장의 약 10분의 1이다. 전공정에서는 실리콘 웨이퍼, 후공정에서는 패키지 기판이 가장 크다.
- 모래에서 3 nm 웨이퍼까지 kg당 가격은 수백만 배 뛴다. 팹 이전에는 순도(11N)와 단결정이 값을 만든다.
- 범용 소재는 팹 근처에서 만들지만, EUV 레지스트·마스크 블랭크·ABF 필름 같은 고난도 소재는 소수 국가(주로 일본)에 몰려 있다. 갈륨은 중국에 몰려 있다.
- 차질이 생산으로 번지는지는 재고 기간, 끊긴 비율과 차질 기간, 대체 공급 인증 기간의 경주가 정한다. 칩 출하는 팹 투입보다 약 3개월 늦게 반응한다.
- 2011 지진, 2019 일본 수출 규제, 2022 네온 사태는 모두 재고와 다변화 덕에 큰 생산 차질 없이 지나갔지만, 가격과 공급망 전략(국산화·이중 공급)을 바꿨다.
- AI 가속기는 기판 면적·층수가 커서 ABF 수요를 출하 대수보다 훨씬 빠르게 늘린다. 패키지 기판이 다시 병목이 될 수 있다.
확인 퀴즈
1. 2024년 전공정(팹) 소재 가운데 시장 규모가 가장 큰 품목은?
2. 어떤 소재의 공급이 100% 끊겼다. 팹에는 평소 소비 8주 분 재고가 있고, 차질은 6주 만에 끝났다. 대체 공급은 없다. 팹 생산은?
3. 세 나라가 한 소재를 50%, 30%, 20%로 나눠 만든다. 국가 HHI는?
4. AI 가속기가 출하 대수에 비해 ABF 기판을 훨씬 많이 쓰는 이유로 가장 알맞은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