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리와 팹의 경제학
선단 공정 팹 한 동을 짓는 데 약 200억 달러가 든다. 그 돈의 4분의 3은 5년 안에 감가상각되는 장비다. 팹은 멈춰 있어도 하루 수백만 달러씩 가치가 깎인다. 그래서 팹을 가진 회사는 웨이퍼를 쉬지 않고 돌려야 하고, 웨이퍼 한 장에서 좋은 칩을 하나라도 더 건져야 한다. 이 장은 그 계산을 따라간다. 누가 웨이퍼를 찍는가, 웨이퍼 한 장의 원가는 어디서 오는가, 웨이퍼가 다이가 될 때 결함은 얼마나 비싼가, 그리고 왜 이 산업은 1등이 갈수록 더 멀리 앞서가는가.
- 파운드리 시장과 7 nm 이하 선단 공정의 점유율, 집중도(HHI)를 숫자로 말한다.
- 감가상각·고정비·변동비로 웨이퍼 원가를 나누고, 가동률이 떨어지면 왜 적자로 돌아서는지 설명한다.
- 노드별 웨이퍼 가격과 밀도로 트랜지스터당 원가를 계산하고, 28 nm 이후 곡선이 평평해진 이유를 말한다.
- 웨이퍼당 다이 수, 결함 밀도, 수율 모델로 다이 원가를 계산한다.
- 수율 학습 곡선과 고객 이동이 맞물려 승자 독식이 생기는 과정을 설명한다.
- AX-1 다이 하나의 원가를 계산하고, 결함 밀도가 바뀌면 어떻게 움직이는지 본다.
웨이퍼를 대신 찍어 주는 회사
파운드리(Foundry)는 남이 설계한 칩을 대신 만들어 주는 회사다. 고객은 설계 파일을 넘기고, 파운드리는 마스크를 만들어 웨이퍼를 찍은 뒤 다 만든 웨이퍼를 돌려준다. 1987년 TSMC가 이 사업 모델만으로 출발했을 때는 "누가 자기 칩을 남의 공장에 맡기겠느냐"는 시선이 많았다. 지금은 세계 매출 상위 팹리스(6장) 대부분이 이 모델 위에 서 있다.
파운드리와 고객 사이에는 돈과 웨이퍼만 오가지 않는다. 파운드리는 자기 공정에서 무엇이 되고 안 되는지를 정리한 설계 규칙과 소자 모델 묶음(PDK(Process Design Kit))을 먼저 건넨다. 고객은 그 규칙대로 설계해야 하므로, 한 파운드리에 맞춘 설계를 다른 파운드리로 옮기려면 사실상 다시 설계해야 한다. 이 전환 비용이 파운드리 산업의 해자다.
2024년 세계 파운드리 매출은 약 1,400억 달러, 그중 TSMC 한 회사가 약 64%를 가져갔다. 7 nm 이하 선단 공정으로 좁히면 TSMC의 몫은 약 90%가 된다. 아래에서 두 원판을 비교해 보자. 조각에 마우스를 올리면 회사 정보가, 누르면 아래 칸에 설명이 나온다.
전체 시장의 HHI도 이미 4,000을 넘지만, 선단 공정은 8,000을 넘는다. 사실상 한 회사가 공급하는 품목이다. 대만은 회사 수로는 여럿이지만 매출로는 파운드리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한다. 이 쏠림이 13장과 14장의 지정학 문제로 이어진다. 그런데 왜 이렇게 쏠렸을까? 답은 팹의 원가 구조와 수율의 학습 속도에 있다.
팹 한 동의 손익
팹의 원가는 대부분 미리 정해진다. 장비값은 5년에 걸쳐, 건물은 20년에 걸쳐 감가상각된다. 인건비·유지보수 같은 고정 운영비도 웨이퍼를 찍든 말든 나간다. 웨이퍼 한 장마다 새로 드는 돈(소재, 가스, 전력, 마스크 사용료 등 변동비)은 그에 비하면 작다. 그래서 웨이퍼 한 장의 원가는 얼마나 많이 찍느냐, 즉 가동률(Utilization)에 거의 반비례한다.
IND.fab).아래 그래프에서 세로 손잡이를 좌우로 끌어 가동률을 바꿔 보자. 원가 곡선이 판매가 선 위로 올라가는 순간이 손익분기다.
가동률이 떨어지면 웨이퍼 원가는 어떻게 되는가
기본값에서 원가의 가장 큰 덩어리는 장비 감가상각이고, 고정비를 다 합치면 원가의 절반을 넘는다. 가동률 90%에서 장당 약 6,800달러이던 원가가 50%에서는 약 9,800달러로 뛴다. 판매가가 그대로여도 이익은 크게 준다. 2023년처럼 수요가 꺾여 가동률이 70%대로 내려가면 성숙 공정 파운드리의 이익이 먼저 무너지는 것이 이 구조 때문이다.
반대로 장비 상각이 끝난 팹은 같은 웨이퍼를 훨씬 싸게 만든다. 그래서 파운드리는 선단 공정에서 번 돈으로 다음 선단 팹을 짓고, 상각이 끝난 옛 팹은 싼 웨이퍼로 오래 돌린다. 감가상각을 막 시작한 신규 팹과 다 끝난 옛 팹이 같은 시장에서 경쟁하면 뒤늦게 뛰어든 쪽이 불리하다. 사업 모델의 선택은 4장에서 다뤘다.
노드가 줄면 트랜지스터는 싸지는가
오랫동안 반도체의 약속은 "다음 세대로 가면 트랜지스터가 싸진다"였다. 웨이퍼 가격은 조금 오르지만 같은 면적에 트랜지스터가 두 배 들어가니 하나당 원가는 거의 절반이 된다. 이 약속이 언제까지 지켜졌는지 노드별 숫자로 확인해 보자. 막대는 웨이퍼 가격, 점은 트랜지스터 10억 개를 만드는 데 드는 웨이퍼 원가다.
트랜지스터당 원가와 가장 싼 노드
노드를 눌러 보자
웨이퍼 가격, 밀도, 직전 노드와의 비교가 여기에 나온다.
IND.NODES의 업계 추정치다. 웨이퍼 쓸 수 있는 면적은 지름 294 mm 원, 칩 원가는 결함 밀도 0.1 /cm², 머피 수율로 계산했다. 교육용 근사다.)90 nm에서 28 nm까지는 세대마다 원가가 30~50%씩 내려갔다. 28 nm 이후는 다르다. 웨이퍼 가격이 밀도와 거의 같은 속도로 올라서 10억 개당 원가가 1.5~2달러 근처에서 평평해진다. EUV 같은 비싼 장비(7장), 늘어난 마스크 장수와 공정 단계가 밀도 이득을 먹어 버린 것이다.
그래서 선단 공정은 "싸서" 쓰는 것이 아니라 "전력과 성능이 필요해서" 쓰는 공정이 됐다. 칩 한 개 원가 보기에서 판매량이 적은 칩은 설계비 때문에 28 nm 같은 성숙 공정이 가장 싸다. 데이터센터 가속기처럼 트랜지스터가 아주 많이 필요한 칩만 선단 공정이 유일한 선택지가 된다. 2024년에도 파운드리 웨이퍼의 상당 부분이 28 nm 이상 성숙 공정에서 나오는 이유다.
웨이퍼에서 다이로: 원가 계산기
파운드리가 파는 것은 웨이퍼지만 고객이 쓰는 것은 그 위의 좋은 다이(Die)다. 다이 하나의 원가는 세 숫자로 정해진다. 웨이퍼 한 장에 다이가 몇 개 들어가는가(웨이퍼당 다이 수(Gross die per wafer)), 그중 몇 %가 결함 없이 살아남는가(수율(Yield)), 그리고 웨이퍼 가격이다.
아래 계산기에서 오른쪽 상자의 모서리를 끌어 다이 크기를 바꾸면 왼쪽 웨이퍼 위에 다이 격자가 다시 깔리고 결함이 뿌려진다. 결함을 하나라도 맞은 다이는 빨갛게 버려진다.
다이 원가 계산기: 웨이퍼 한 장에서 좋은 칩 몇 개
806 mm²짜리 다이는 300 mm 웨이퍼에 약 61~68개밖에 들어가지 않는다. 결함 밀도 0.1 /cm²에서 그중 절반 가까이가 결함을 맞는다. 같은 결함 밀도에서 100 mm² 다이는 90% 넘게 살아남는다. 다이가 커지면 다이 수가 줄고 수율도 떨어지니, 원가는 면적보다 빠르게 오른다. 대형 AI 칩을 여러 개의 작은 칩렛(Chiplet)으로 쪼개려는 이유가 여기 있다(11장).
수율은 배우는 것이다
새 공정의 결함 밀도는 처음부터 낮지 않다. 양산 초기에는 D₀가 1 /cm² 안팎이고, 웨이퍼를 찍고 불량 원인을 찾아 고치는 일을 수만 장 되풀이하면서 0.1 아래로 내려간다. 많이 찍을수록 빨리 배운다. 누적 생산량이 두 배가 될 때마다 결함이 일정 비율씩 줄어드는 학습 곡선(Learning curve)이다.
여기에 고객의 선택이 겹친다. 수율이 높은 파운드리는 다이 원가가 싸고 납기가 확실하므로 고객이 몰린다. 고객이 몰리면 웨이퍼를 더 많이 찍고, 더 빨리 배운다. 아래에서 두 파운드리가 같은 노드를 시작하되, B가 몇 달 늦게 출발하게 해 보자.
학습 곡선과 승자 독식: 몇 달 늦으면 따라잡을 수 있나
먼저 출발한 쪽이 더 많은 웨이퍼를 찍고, 더 빨리 수율을 올리고, 그래서 더 많은 고객을 얻는다. 양의 되먹임이다. 몇 달의 차이가 몇 년의 격차로 굳는다. 선단 공정에서 1위의 점유율이 90%까지 올라간 데에는 이 되먹임이 크게 작용했다.
승자 독식이 영원하지는 않다. 공정이 성숙하면 두 회사 모두 수율 한계에 다다르고 차이가 줄어든다. 그때는 가격과 생산능력이 경쟁 요소가 된다. 그래서 선단 경쟁은 "다음 노드에서 누가 먼저 수율을 올리느냐"의 반복이다.
선단 경주에서 남은 회사
노드가 바뀔 때마다 판돈이 커졌다. 2000년대 초 130 nm 팹은 약 15억 달러였지만 3 nm 팹은 약 200억 달러다. 그 사이 개발비도 몇 배로 늘었다. 다음 노드에 걸 돈을 벌지 못한 회사는 하나씩 경주에서 내려와 파운드리의 고객이 됐다. 아래 그래프의 노드를 누르거나 재생해 보자.
노드가 바뀔 때마다 몇 회사가 남았나
130 nm 무렵 20곳이 넘던 선단 로직 제조사는 7 nm 무렵 세 곳(TSMC, 삼성전자, 인텔)으로 줄었다. GlobalFoundries는 2018년 7 nm 개발을 멈췄고, UMC도 같은 해 12 nm 아래 투자를 접었다. 남은 회사들도 같은 속도로 달리지 못했다. 인텔은 10 nm 양산이 수년 늦어졌고 2021년부터 파운드리 사업을 다시 키우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삼성 파운드리는 2022년 GAA 구조의 3 nm를 가장 먼저 양산했지만 점유율은 약 10% 안팎에 머물렀다. 일본의 라피더스는 정부 지원을 받아 2 nm로 경주에 다시 들어오려 한다.
선단 공정의 매출 비중도 같은 그림을 보여 준다. 가장 큰 파운드리의 매출을 공정별로 나눠 보면, 매년 새 노드가 위에서 쌓이고 옛 노드는 아래로 밀려난다.
새 노드가 위에서 쌓인다: 공정별 매출 구성
2018년 약 9%이던 7 nm 이하 비중은 2024년 약 70%가 됐다. 같은 기간 매출은 약 340억 달러에서 약 900억 달러로 늘었다. 웨이퍼 장수로 보면 성숙 공정이 여전히 많지만, 매출과 이익은 선단 공정에서 나온다. 이 이익이 다시 다음 노드의 투자비가 된다.
고객 하나가 떠나면
파운드리의 매출은 소수 고객에 쏠려 있다. 대형 파운드리의 연차 보고서를 보면 가장 큰 고객 한 곳이 매출의 20%를 넘기도 한다. 고객이 쉽게 떠나지 않는 구조(전환 비용)가 파운드리를 지켜 주지만, 반대로 큰 고객이 떠나면 가동률이 한꺼번에 무너진다. 가상의 파운드리 하나를 놓고 고객을 하나씩 빼 보자.
고객 집중도: 큰 고객이 떠나면 팹은 어떻게 되나
매출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고객 하나가 빠지면 이익은 절반 가까이 줄어든다. 가동률이 고정비를 나눠 지는 분모이기 때문이다. 값을 내려 빈자리를 메우는 것도 답이 아니다. 이 예에서는 남은 고객 모두의 단가가 내려가 오히려 이익이 더 준다. 그래서 파운드리는 큰 고객의 다음 세대 제품을 미리 확보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고객은 반대로 두 번째 파운드리를 준비해 협상력을 지키려 한다. 하지만 선단 공정에서는 두 번째 선택지의 수율이 따라오지 못하면 그 카드가 잘 통하지 않는다.
AX-1 다이 하나의 원가
이제 이 책의 타깃으로 돌아온다. 노바실리콘의 AX-1은 26 × 31 mm, 806 mm²의 다이를 3 nm급 공정에서 찍는다. 웨이퍼 한 장은 약 2만 달러, 양산 초기의 결함 밀도는 0.1 /cm²로 둔다. 아래 그래프의 세로선을 끌어 결함 밀도를 바꾸거나, 양산 뒤 수율이 오르는 과정을 재생해 보자.
AX-1: 결함 밀도가 다이 원가를 얼마나 흔드는가
웨이퍼 한 장에서 좋은 다이 약 29개, 하나에 약 700달러
근사식으로 300 mm 웨이퍼에 806 mm² 다이가 61개 들어간다(격자로 직접 세면 68개). 결함 밀도 0.1 /cm²에서 머피 모델 수율은 약 47%, 좋은 다이는 웨이퍼당 약 29개다. 웨이퍼 2만 달러를 29로 나누면 다이 하나의 원가는 약 700달러다(정확히는 약 696달러). 판매가 25,000달러에 비하면 작지만, 결함 밀도에 매우 민감하다. D₀를 0.05로 반으로 줄이면 좋은 다이는 약 41개, 원가는 약 480달러로 내려간다. 반대로 0.2로 두 배가 되면 약 15개, 약 1,330달러로 뛴다. 같은 조건에서 100 mm² 다이의 원가는 0.1 → 0.2에서 10% 남짓 오를 뿐이다.
좋은 다이 40만 개를 얻으려면 1년에 웨이퍼 약 1만 4천 장이 필요하다. 수율이 47%에 머무르면, 노바실리콘이 사는 웨이퍼의 절반 이상은 결함 때문에 버려지는 셈이다. 파운드리와의 계약에서 웨이퍼 단가만큼 수율 목표와 그 책임 분담이 중요한 이유다.
핵심 정리
- 파운드리는 남이 설계한 칩을 웨이퍼 단위로 만들어 판다. 2024년 파운드리 매출은 약 1,400억 달러, TSMC 점유율은 약 64%, 7 nm 이하 선단 공정에서는 약 90%다. HHI는 각각 4,000과 8,000을 넘는다.
- 웨이퍼 원가의 절반 이상은 장비 감가상각 같은 고정비다. 장당 원가는 가동률에 거의 반비례하므로 가동률이 떨어지면 이익이 빠르게 사라지고, 판매가가 손익분기 아래로 내려가면 아무리 돌려도 적자다.
- 트랜지스터 10억 개당 웨이퍼 원가는 90 nm에서 28 nm까지 크게 내려갔지만 그 뒤로는 약 1.5~2달러에서 평평하다. 선단 공정은 원가가 아니라 성능·전력 때문에 쓴다. 적게 파는 칩에는 성숙 공정이 더 싸다.
- 다이 원가 = 웨이퍼 가격 ÷ (웨이퍼당 다이 수 × 수율). 다이가 커지면 다이 수와 수율이 함께 줄어 원가가 면적보다 빠르게 오르고, 결함 밀도에도 훨씬 민감해진다.
- 수율은 많이 찍을수록 빨리 오른다. 수율이 높은 쪽으로 고객이 옮기고, 고객이 많은 쪽이 더 빨리 배우는 되먹임이 선단 공정의 승자 독식을 만든다. 노드마다 판돈이 커져 선단 로직 제조사는 20여 곳에서 3곳 안팎으로 줄었다.
- AX-1: 웨이퍼당 61개, 수율 약 47%, 좋은 다이 약 29개, 다이 원가 약 700달러. 결함 밀도가 0.1에서 0.2로 오르면 원가는 약 1,330달러로 거의 두 배가 된다.
확인 퀴즈
1. 28 nm 이후 트랜지스터당 원가가 거의 내려가지 않게 된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2. 팹 한 동의 가동률이 90%에서 45%로 반토막 났다. 웨이퍼 한 장 원가에 대해 옳은 것은?
3. 같은 공정(D₀ 0.1 /cm²)에서 100 mm² 다이와 800 mm² 다이가 있다. 결함 밀도가 0.2로 두 배가 되면?
4. 선단 공정에서 늦게 출발한 파운드리가 따라잡기 어려운 이유로 가장 알맞은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