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기: 배럴에서 ICP까지
3장은 플라스마 속에서 무엇이 만들어지는지를, 4장은 이온이 시스에서 어떻게 가속되는지를 다뤘다. 이 장은 그 둘을 담는 그릇, 곧 식각 장비를 본다. 반응기의 역사는 하나의 질문을 따라 흘러왔다. 이온을 얼마나 많이, 얼마나 센 에너지로, 얼마나 고르게 보낼 수 있는가. 그리고 그 셋을 서로 따로 움직일 수 있는가. 식각 흐름에서 이 장은 플라스마 단계에 속한다. 같은 트렌치를 반응기마다 직접 깎아 보면서 시작한다.
- 배럴, 평행판 플라스마 식각, RIE, 이중 주파수 CCP, ICP의 구조와 특징을 구분한다.
- 이온의 양(밀도)과 에너지(바이어스)를 따로 조절해야 하는 이유를 식각 속도와 선택비로 설명한다.
- 압력이 평균 자유 행로, 이온 방향성, 라디칼 공급을 통해 속도와 이방성을 절충하는 방식을 이해한다.
- 웨이퍼 반지름 방향의 균일도를 코일, 가스 분배, 포커스 링으로 맞추는 원리를 익힌다.
- 정전척과 헬륨 후면 냉각이 웨이퍼 온도를 정하는 방식을 계산한다.
반응기의 계보
1970년대 초 처음 반도체 공장에 들어온 플라스마 장비는 배럴 반응기(Barrel reactor)였다. 석영 원통 바깥에 전극을 감고 안에 웨이퍼 수십 장을 세워 넣는다. 웨이퍼는 전극에 닿지 않아 이온이 거의 오지 않고, 오직 라디칼이 깎는다. 레지스트를 태우는 애싱에는 지금도 비슷한 방식(다운스트림 애셔)을 쓴다. 하지만 라디칼만으로는 등방성이라 2장의 습식과 다를 바가 없었다.
다음은 웨이퍼를 평판 전극 위에 눕힌 평행판 반응기(Parallel-plate reactor)다. 웨이퍼를 접지 전극에 두고 맞은편에 RF를 걸면 플라스마 식각(Plasma etching mode), 웨이퍼 쪽 전극에 RF를 걸고 그 전극을 작게 만들면 4장의 자기 바이어스가 웨이퍼 앞에 몰려 반응성 이온 식각(RIE, Reactive ion etching)이 된다. 같은 상자에서 전원을 어느 쪽에 거느냐만 바꿨는데 이온 에너지가 열 배 달라진다.
RIE에는 약점이 있었다. RF 전원 하나가 플라스마도 만들고 이온도 가속한다. 전력을 올리면 밀도와 에너지가 함께 오른다. 둘을 떼어 내려는 노력이 1990년대 이후의 고밀도 플라스마 장비다. 코일로 유도 자기장을 걸어 플라스마를 만드는 ICP(Inductively coupled plasma, TCP라고도 한다), 마이크로파와 자기장 공명을 쓰는 ECR(Electron cyclotron resonance), 그리고 평행판에 높은 주파수와 낮은 주파수 두 전원을 겹쳐 거는 이중 주파수 CCP(Dual-frequency capacitively coupled plasma)다.
이제 같은 트렌치를 다섯 반응기에 넣어 같은 시간 동안 깎아 본다. EB-20 단면 그대로다. 반응기마다 압력, 밀도, 이온 에너지, 각도 퍼짐, 라디칼과 이온의 비가 달라지고, 그 차이를 엔진의 레시피 손잡이로 옮겼다.
반응기를 바꾸면 트렌치가 달라진다
ET.sim, EB-20 단면. 반응기마다 바꾼 값은 위 설명 칸과 아래 표에 적었다. 시간 단위는 기본 레시피(이중 CCP)의 열린 평면 산화막 1 nm. 교육용 대응이며 실제 장비의 수치가 아니다.)| 반응기 | 압력 | 전자 밀도 (m⁻³) | 이온 에너지 | 밀도·에너지 따로? | 주된 쓰임 |
|---|---|---|---|---|---|
| 배럴 · 다운스트림 | 0.3~2 Torr | (웨이퍼 쪽 거의 0) | 수 eV | — | 애싱, 등방성 제거 |
| 평행판 PE (웨이퍼 접지) | 0.1~1 Torr | 10¹⁵~10¹⁶ | 수십 eV | 아니오 | 초기 질화막·폴리 식각 |
| RIE (웨이퍼에 RF) | 10~200 mTorr | 10¹⁵~10¹⁶ | 수백 eV | 아니오 | 1980년대 이방성 식각 |
| 이중 주파수 CCP | 10~50 mTorr | 10¹⁶~10¹⁷ | 수백~수천 eV | 대체로 | 산화막·유전막, 고종횡비 |
| ICP / TCP | 1~50 mTorr | 10¹⁷~10¹⁸ | 수십~수백 eV | 예 | 실리콘, 금속, 게이트 |
이온의 양과 에너지를 따로
4장에서 이온 플럭스는 \(\Gamma_i = 0.61\,n\,u_B\)로 밀도가 정하고, 이온 에너지는 시스 전압이 정한다는 것을 봤다. 식각 속도에는 둘 다 들어가지만 들어가는 방식이 다르다. 6장에서 자세히 볼 덮임률 모델을 미리 빌려 쓰면 이렇다.
에너지는 속도를 올리지만 마스크도 깎는다. 마스크(탄소막)는 물리 스퍼터로 주로 깎이므로 에너지와 함께 쭉 늘어난다. 그러니 원하는 것은 적당한 에너지에 많은 이온이다. 이온의 양은 속도를 올리면서 선택비는 크게 해치지 않는다. 그런데 전원이 하나인 RIE에서 전력을 올리면 둘이 함께 오른다. 아래 지도에서 그 차이를 본다. 점을 끌어 원하는 조건을 고르면, 반응기가 실제로 갈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점(테두리 원)으로 옮겨진다.
이온 플럭스 × 이온 에너지 지도
지도의 교훈은 단순하다. 단일 전원 RIE는 선 위에서만 움직인다. 이온을 늘리면 에너지도 따라오고, 에너지가 오르면 마스크가 빨리 닳는다. 고밀도 장비는 이 선을 면으로 넓혔다. ICP는 코일 전력으로 이온의 양을, 웨이퍼 바이어스로 에너지를 거의 따로 맞춘다. 이중 주파수 CCP는 높은 주파수(27~100 MHz)가 플라스마를 만들고 낮은 주파수(수백 kHz~2 MHz)가 이온을 가속한다. 4장에서 본 대로 낮은 주파수는 넓은 고에너지 분포를 만들어 깊은 구멍에 유리하다.
압력: 속도와 방향의 절충
압력은 반응기의 성격을 정하는 또 하나의 손잡이다. 압력이 높으면 기체가 많아 라디칼이 많고, 식각 속도의 원료가 넉넉하다. 대신 평균 자유 행로가 짧아 이온이 시스에서 부딪히고(4장), 방향이 흩어지고 에너지를 잃는다. 압력이 낮으면 이온은 곧고 세지만 라디칼이 모자라다. 그리고 너무 낮으면 플라스마를 유지하기도 어렵다. 아래 그래프에서 세로선을 끌어 압력을 바꿔 본다.
압력이 바꾸는 것들
그래프의 봉우리가 장비마다 다른 압력을 쓰는 이유다. ICP는 수 mTorr에서도 고밀도 플라스마를 유지할 수 있어 이온 방향성이 중요한 실리콘·게이트 식각에 쓴다. CCP는 그보다 높은 수십 mTorr에서 일한다. 유전막의 불화탄소 화학은 라디칼(CFx)이 넉넉해야 측벽 보호막과 선택비가 생기기 때문이다. 수백 mTorr 이상은 방향성이 필요 없는 애싱이나 등방성 제거의 몫이다. 같은 장비에서도 단계마다 압력을 바꾼다. 측벽 보호가 중요한 주 식각은 조금 높게, 바닥을 정리하는 과식각은 낮게 두는 식이다.
균일도: 300 mm 위의 같은 속도
지름 300 mm 웨이퍼 위에 칩이 수백 개 있다. 가운데 칩과 가장자리 칩이 같은 깊이로 파여야 한다. 1장의 불균일도 \((R_{max} - R_{min})/(2\bar R)\)를 보통 수 % 안, 첨단 공정에서는 1~2% 안으로 맞춘다. 반지름 방향의 속도를 바꾸는 것은 크게 셋이다.
- 플라스마 밀도 분포. 플라스마는 가운데가 짙고 벽 쪽이 엷다(확산 분포). ICP는 코일을 안쪽과 바깥쪽 둘로 나눠 전력 비로 밀도 분포를 기울인다.
- 가스 분배. 가스가 가운데 샤워헤드로 들어와 가장자리로 빠져나가면 라디칼이 가장자리로 가며 소모된다. 가운데와 가장자리 주입구의 유량 비로 맞춘다.
- 가장자리 효과. 웨이퍼 끝에서는 웨이퍼를 둘러싼 링 때문에 시스가 휘고 이온이 몰리거나 모자란다. 다음 절에서 따로 본다.
웨이퍼 위의 식각 속도 지도
웨이퍼 가장자리와 포커스 링
웨이퍼 바깥에는 포커스 링(Focus ring, Edge ring)이 둘러져 있다. 실리콘이나 석영, SiC로 만든 고리다. 이 링이 없으면 웨이퍼 끝에서 시스가 갑자기 꺾인다. 시스 경계면이 꺾이면 그 아래 전기장도 기울고, 이온은 비스듬히 들어온다. 4장에서 이온이 수직인 이유는 시스가 평평하기 때문이었다. 가장자리에서는 그 전제가 깨진다.
링의 윗면이 웨이퍼 윗면과 같은 높이에 있고 전기적으로도 비슷하면 시스는 웨이퍼 끝을 넘어서까지 평평하게 이어진다. 그런데 링은 플라스마에 깎이는 소모품이다. 수백 시간을 쓰면 낮아지고, 시스 경계가 웨이퍼 끝에서 아래로 처져 이온이 바깥쪽으로 기운다. 아래에서 링 높이를 바꾸고, 웨이퍼 위 측정 위치를 끌어 그곳의 이온 기울기를 본다. "이 자리에서 깎기"를 누르면 그 기울기로 EB-20 트렌치를 깎는다.
포커스 링 높이와 가장자리 이온 기울기
ET.sim, EB-20 기본 레시피에 ion.tilt만 넣었다. 시간 300.)엔진으로 EB-20을 기울어진 이온으로 깎아 보면, 기울기 1°에서 바닥이 약 2 nm, 2°에서 약 4 nm 옆으로 밀린다. 4°가 넘으면 한쪽 측벽과 마스크 모서리가 이온을 가려 시간 300에 정지막에 닿지 못한다. 트렌치가 비스듬히 내려가면 아래층의 접점과 어긋나므로, 웨이퍼 끝 몇 mm의 칩을 살리려면 링 높이를 관리해야 한다. 그래서 링의 높이를 장비 안에서 조금씩 올려 닳은 만큼 보정하거나, 링에 따로 전압을 걸어 시스 높이를 맞추는 장비가 쓰인다. 이 기울기는 깊은 구멍에서 비틀림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11장).
정전척과 웨이퍼 온도
웨이퍼는 이온 에너지를 열로 받는다. 이온 플럭스 \(10^{16}\) cm⁻²s⁻¹, 에너지 500 eV면 약 0.8 W/cm², 300 mm 웨이퍼 전체로 500 W가 넘는다. 진공 속이라 공기로 식힐 수 없다. 웨이퍼 뒤의 전극에 웨이퍼를 붙잡고 그 틈에 헬륨을 흘려 열을 빼낸다. 붙잡는 장치가 정전척(ESC, Electrostatic chuck)이다. 얇은 세라믹 층 속의 전극에 수백~수천 V를 걸면 웨이퍼와 전극 사이에 정전기 인력이 생긴다.
헬륨 후면 냉각과 정전척
웨이퍼 온도는 식각에서 은근히 큰 손잡이다. 라디칼의 자발 식각은 아레니우스 식(2장)을 따라 온도에 민감하고, 불화탄소 고분자는 차가운 표면에 더 잘 쌓인다. 측벽 보호막의 두께가 바뀌면 측벽 각과 선택비가 바뀐다(9장). 그래서 척을 가운데와 가장자리 여러 구역으로 나눠 온도를 따로 맞추고, 그 온도 분포로 앞 절의 균일도를 다듬기도 한다. 극저온 식각은 척을 영하 수십 도로 낮춰 측벽 보호를 얻는 극단적인 예다(16장).
타깃 파일
어떤 장비에서, 어떤 압력으로 깎는가
EB-20은 산화막 160 nm를 폭 20 nm로 파는 트렌치다. 4장에서 이온 에너지는 수백 eV, 각도 퍼짐은 3° 안팎이어야 한다는 것을 정했다. 이 장의 지도로 보면 수백 eV에서 이온을 넉넉히 보내면서 탄소 마스크와의 선택비를 20 넘게 지키는 영역이 있다. 단일 주파수 RIE의 선으로는 그 영역에 닿지 못한다. 이온을 늘리면 에너지가 함께 올라 마스크가 닳는다. 그래서 EB-20은 이온의 양과 에너지를 따로 맞출 수 있는 장비, 곧 이중 주파수 CCP(또는 ICP)에서 깎는다.
산화막 식각에서는 CCP를 더 많이 쓴다. ICP는 전자 밀도가 높아 C₄F₈을 지나치게 잘게 쪼갠다. 불소 원자가 많아지고 측벽과 정지막을 덮을 CFx 고분자가 모자라 선택비가 떨어진다. CCP의 적당한 해리는 고분자 화학에 유리하다. 압력은 라디칼과 고분자 전구체가 넉넉하면서 시스 충돌이 심하지 않은 수십 mTorr(이 책은 20~40 mTorr로 둔다)다. 이 책의 기본 레시피는 이 이중 CCP를 기준으로 잡은 것이다. 같은 시간 150에 이중 CCP는 약 90 nm, 단일 주파수 RIE는 약 57 nm를 판다. 웨이퍼 끝에서는 포커스 링이 닳아 이온이 1~2° 기울면 트렌치 바닥이 2~4 nm 옆으로 밀린다.
핵심 정리
- 배럴은 라디칼만으로 등방성 식각을 하고, 평행판에서 웨이퍼를 작은 RF 전극에 두면 자기 바이어스로 이온이 가속되는 RIE가 된다.
- 식각 속도에는 이온의 양과 에너지가 모두 들어가지만, 에너지는 마스크도 깎아 선택비를 떨어뜨린다. 원하는 것은 적당한 에너지에 많은 이온이다.
- 단일 전원 RIE에서는 밀도와 에너지가 함께 움직인다. ICP(코일 + 바이어스)와 이중 주파수 CCP(높은 주파수 + 낮은 주파수)는 둘을 거의 따로 맞춘다.
- 압력이 높으면 라디칼이 많지만 이온이 시스에서 부딪혀 방향과 에너지를 잃는다. ICP는 수 mTorr, 유전막 CCP는 수십 mTorr, 애싱은 수백 mTorr 이상에서 일한다.
- 반지름 방향 균일도는 코일 전력 분배, 가스 주입 비, 척 온도 구역으로 맞추고, 같은 설정도 압력이 바뀌면 다시 틀어진다.
- 웨이퍼 끝에서는 포커스 링의 높이가 시스 경계를 휘게 해 이온이 기운다. 링이 닳으면 가장자리 트렌치가 비스듬해진다.
- 정전척이 웨이퍼를 붙잡고 헬륨이 열을 빼낸다. 헬륨이 없으면 웨이퍼가 과열되고, 헬륨 압력이 척 압력을 넘으면 웨이퍼가 들린다.
확인 퀴즈
단일 주파수 RIE에서 식각 속도를 올리려고 RF 전력을 두 배로 올렸더니 탄소 마스크와의 선택비가 크게 떨어졌다. 가장 알맞은 설명은?
ICP 장비에서 이온 에너지는 그대로 두고 이온 플럭스만 늘리려면 무엇을 올리는가?
압력을 300 mTorr로 올렸을 때 일어나는 일로 옳지 않은 것은?
장비를 오래 써서 포커스 링이 닳아 웨이퍼보다 낮아졌다. 웨이퍼 끝 근처의 트렌치에서 예상되는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