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식 식각과 등방성
반도체 공정의 첫 식각은 용액이었다. 웨이퍼를 불산에 담그면 산화막이 녹고, 레지스트로 가린 곳은 남는다. 간단하고, 싸고, 재질을 잘 가린다. 그런데 용액은 방향을 모른다. 아래로 녹이는 만큼 옆으로도 녹인다. 이 장은 그 "모든 방향"이 단면을 어떻게 바꾸는지 시간을 흘려 가며 본다. 그리고 용액 식각의 속도를 정하는 두 가지 병목, 온도와 교반이 하는 일, 결정 방향을 따라 녹는 실리콘의 특이한 모양을 다룬다. 마지막에는 EB-20을 HF로 파 보고, 그래도 습식이 여전히 공장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식각인 이유를 정리한다.
- 등방성 식각의 단면이 마스크 가장자리를 중심으로 한 원호로 자라는 이유와 언더컷 = 깊이 관계를 설명한다.
- 용액 식각의 세 단계(반응물 확산 → 표면 반응 → 생성물 확산)와 반응 제한·확산 제한을 구분한다.
- 아레니우스 그래프에서 활성화 에너지를 읽고, 온도와 교반에 대한 민감도로 영역을 판별한다.
- HF·BOE, 인산, KOH·TMAH의 대상막과 선택비, 과식각이 언더컷만 키우는 이유를 말한다.
- KOH의 (100) 실리콘 식각이 54.74°의 V홈에서 스스로 멈추는 기하를 계산한다.
용액은 방향을 모른다
산화막(SiO₂)은 불산(HF) 용액에 녹는다. 반응식은 대략 이렇다.
용액 속 HF는 표면 어디에서나 같은 농도로 기다린다. 한 점에서 녹기 시작한 식각은 그 점에서 모든 방향으로 같은 속도로 퍼진다. 마스크 구멍 가장자리의 점은 아래로도, 마스크 밑으로도 똑같이 파고든다. 그래서 식각 전면은 구멍 가장자리를 중심으로 한 원호가 된다. 이것이 등방성 식각(Isotropic etching)이다.
아래에서 직접 본다. 레지스트 구멍의 가장자리를 끌어 폭을 정하고, 재생 버튼이나 시간 슬라이더로 식각을 흘린다. 산화막 두께는 50 nm이고 그 아래 실리콘은 녹지 않는다.
등방성 언더컷: 시간에 따라 자라는 원호
ET.wet의 등방성 도달 시간 풀이. 산화막 속도 1, 레지스트와 실리콘 0.)등고선이 보여 주는 규칙은 하나다. 식각 전면은 출발점(구멍)에서 같은 거리에 있는 점들이다. 거리 \(r = Rt\)인 점의 모임이 원이고, 구멍이 선분이면 선분에서 같은 거리인 점의 모임, 곧 양 끝이 반원인 모양이 된다. 막이 다 녹은 뒤에도 거리 규칙은 그대로이므로 바닥만 멈추고 옆은 계속 간다.
습식으로 쓸 만한 무늬의 조건이 여기서 나온다. 바이어스 \(2h\)가 무늬 폭보다 충분히 작아야 한다. 막 두께가 0.5 µm면 바이어스가 1 µm를 넘으므로, 무늬가 수 µm 이상이던 시절에는 습식으로 충분했다. 무늬가 1 µm 근처로 내려오면서 패턴 식각은 플라스마로 넘어갔다. 바이어스를 마스크에서 미리 보정할 수는 있지만 무늬 사이의 벽이 \(2u\)보다 얇으면 보정할 것도 남지 않는다.
녹는 데는 세 단계가 있다
용액 식각은 한 번의 반응이 아니라 이어달리기다. 반응물이 용액에서 표면까지 와야 하고, 표면에서 반응해야 하고, 생성물이 표면을 떠나야 한다.
두 가지 경우를 나눈다. 표면 반응이 느리면 반응물은 표면에 넉넉히 쌓여 있고, 속도는 반응의 빠르기가 정한다. 이것이 반응 제한(Reaction-limited)이다. 반응이 빠르면 표면에 닿는 족족 소모되어 표면 농도가 0에 가까워지고, 속도는 경계층을 지나는 확산이 정한다. 이것이 확산 제한(Diffusion-limited) 또는 수송 제한이다.
아래 그림의 왼쪽 벽이 녹는 표면이고, 오른쪽으로 갈수록 용액 본체다. 점의 밀도가 반응물 농도다. 교반(경계층 두께)과 반응 속도 상수를 바꿔 본다.
경계층: 반응이 빠를수록 표면이 굶는다
두 영역은 공정의 성격을 완전히 바꾼다. 확산 제한 식각은 교반에 민감하다. 웨이퍼 가운데와 가장자리의 흐름이 다르면 속도가 다르고, 좁은 구멍 안처럼 용액이 고여 있는 곳은 느리다. 반대로 반응 제한 식각은 흐름에 둔하지만 온도에 민감하다. 웨이퍼 위 1 °C의 차이가 속도 몇 %의 차이가 된다. 그래서 습식 장비는 용액 온도를 0.1~0.5 °C 단위로 관리하고, 균일도를 위해 될 수 있으면 반응 제한 쪽 조건을 고른다.
온도와 아레니우스
표면 반응의 속도 상수는 온도에 지수적으로 오른다. 반응을 넘기려면 넘어야 할 에너지 언덕(활성화 에너지(Activation energy) \(E_a\))이 있고, 그 언덕을 넘을 만큼 뜨거운 분자의 비율이 볼츠만 인자 \(e^{-E_a/k_BT}\)를 따르기 때문이다. 확산 계수도 온도에 따라 오르지만 훨씬 완만하다.
아래 그래프는 가로가 \(1000/T\), 세로가 로그 눈금의 식각 속도다. 오른쪽이 차갑고 왼쪽이 뜨겁다. 그래프 위의 점을 좌우로 끌면 용액 온도가 바뀐다.
아레니우스 그래프: 꺾이는 곳에서 영역이 바뀐다
실제 값 몇 가지를 적어 둔다. 묽은 HF·BOE의 산화막 식각은 겉보기 활성화 에너지가 약 0.3~0.4 eV이고, KOH의 실리콘(100) 식각은 약 0.6 eV다. 0.6 eV면 25 °C 근처에서 1 °C마다 속도가 약 8% 오르고, 10 °C 오르면 두 배쯤 된다. KOH를 80 °C 안팎에서 쓰는 이유가 이것이다. 실온에서는 너무 느리다. 확산 제한 식각의 대표는 질산과 불산을 섞은 HNA 용액의 실리콘 식각이다. 실리콘을 산화시키는 반응과 그 산화막을 녹이는 반응이 모두 빨라 교반이 속도를 정한다.
대표 식각액과 선택비
습식 식각의 가장 큰 장점은 선택비다. 용액의 화학은 재질을 정확히 가린다. HF는 산화막을 녹이지만 실리콘은 거의 녹이지 못한다. 뜨거운 인산은 질화막을 녹이지만 산화막은 수십 배 느리게 녹인다. 아래 표는 교과서와 공개 자료에 자주 나오는 대략의 값이다. 농도, 온도, 막질(열산화막인지 증착 산화막인지)에 따라 몇 배씩 달라진다.
| 식각액 | 대상 | 대표 속도 | 잘 버티는 막 | 쓰임 |
|---|---|---|---|---|
| BOE (NH₄F : HF ≈ 6~7 : 1), 25 °C | SiO₂ | 약 100 nm/분 (열산화막) | Si, 질화막(약 1 nm/분), 레지스트 | 산화막 패턴·창 열기. NH₄F가 HF 농도를 일정하게 지키고 레지스트를 덜 상하게 한다 |
| 묽은 HF (1 : 100 안팎) | SiO₂ | 약 2~5 nm/분 | Si | 자연 산화막 제거, 세정의 마지막 단계(표면을 수소로 덮는다) |
| 인산 H₃PO₄ (85%), 약 160 °C | Si₃N₄ | 약 4~6 nm/분 | SiO₂(약 0.1~0.2 nm/분) | 질화막 제거. 3D 낸드의 질화막 희생층 제거(수십 층을 옆으로 녹인다) |
| KOH (약 30%), 80 °C | Si (100) | 약 1 µm/분 | Si(111) 약 1/100, 질화막, 산화막(수 nm/분) | MEMS 구조, V홈, 멤브레인 |
| TMAH (약 25%), 80 °C | Si (100) | 약 0.3~0.6 µm/분 | 산화막(매우 느림) | 칼륨 이온이 없어 CMOS와 함께 쓰기 쉽다 |
| HNA (HF + HNO₃ + CH₃COOH) | Si | 수 µm/분 이상 | 질화막 | 등방성 실리콘 식각, 웨이퍼 박화 |
| SC1 (NH₄OH : H₂O₂ : H₂O) | 입자·유기물 | Si·SiO₂ 1 nm 이하 | — | 세정. 표면을 아주 조금 깎아 입자를 떼어 낸다 |
| SPM (H₂SO₄ + H₂O₂) | 유기물·레지스트 | — | Si, SiO₂, 질화막 | 레지스트·유기 잔류물 제거 |
선택비가 높다는 것은 아래 막에서 멈출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습식에서는 과식각이 아래 막을 거의 상하게 하지 않는다. 대신 등방성이므로 과식각한 시간만큼 옆으로 더 녹인다. 아래에서 두 식각액을 바꿔 가며 확인한다. HF·BOE는 질화막을 마스크로 산화막을, 인산은 산화막을 마스크로 질화막을 녹인다.
선택비가 높아도 과식각은 옆으로 간다
ET.wet. BOE 속도비 산화막 1 : 질화막 0.01 : 실리콘 0. 인산 속도비 질화막 1 : 산화막 0.03 : 실리콘 0.005. 피치 160 nm.)습식 공정 설계에서 가장 먼저 따지는 숫자가 이것이다. 웨이퍼 전체에서 막이 다 열리려면 막 두께와 속도의 불균일만큼 과식각이 필요하고, 그 시간은 고스란히 언더컷이 된다. 습식의 선택비는 아래를 지켜 주지만 옆을 지켜 주지는 못한다.
결정이 방향을 정하는 식각: KOH
모든 습식 식각이 등방성은 아니다. 수산화칼륨(KOH)이나 TMAH 같은 알칼리 용액으로 단결정 실리콘을 녹이면 결정면에 따라 속도가 크게 다르다. 원자가 촘촘하고 표면 원자 하나가 결정에 세 개의 결합으로 묶여 있는 (111)면은 매우 느리고, (100)면은 빠르다. (111) 대 (100)의 속도비는 대략 1/100 안팎이다.
아래 단면에서 구멍의 오른쪽 가장자리를 끌어 폭 \(W\)를 바꾸고 시간을 흘린다. (100)과 (111)의 속도비도 바꿔 본다.
KOH V홈: 스스로 멈추는 식각
깊이가 마스크 폭으로 정해지고 스스로 멈춘다는 성질 덕분에, KOH 식각은 압력 센서의 얇은 멤브레인, 광섬유를 맞추는 V홈, 잉크젯 노즐 같은 MEMS 구조에 오래 쓰였다. 정지를 더 확실히 하려면 붕소를 짙게 넣은 층을 쓴다. 붕소 농도가 약 10¹⁹ cm⁻³을 넘으면 KOH 속도가 수십 배 이상 떨어진다.
지금도 습식이 하는 일
무늬가 μm 아래로 내려오면서 패턴을 새기는 식각은 거의 플라스마로 넘어갔다. 그러나 웨이퍼 한 장이 거치는 습식 단계의 수는 오히려 늘었다. 습식이 맡는 일은 공통점이 있다. 방향이 필요 없거나, 오히려 모든 방향이 필요하거나, 손상이 없어야 하는 일이다.
- 세정. 건식 식각 뒤의 고분자 잔류물, 금속 오염, 입자를 씻는다. SC1·SC2, SPM, 묽은 HF가 대표적이다. 표면을 원자 몇 층 이하로만 깎는다.
- 스트립. 마스크로 쓴 질화막이나 레지스트를 통째로 벗긴다. 아래 막을 상하게 하지 않는 선택비가 핵심이다.
- 희생막 제거. 구조를 다 만든 뒤 사이에 끼워 둔 막을 녹여 빈 공간을 만든다. 3D 낸드에서 질화막 수십 층을 뜨거운 인산으로 옆으로 녹여 내고 그 자리에 텅스텐 워드라인을 채우는 공정, MEMS에서 산화막을 녹여 폴리실리콘 빔을 띄우는 공정, 게이트 올 어라운드 트랜지스터에서 SiGe 층을 골라 녹이는 공정이 그렇다. 여기서는 등방성이 장점이다.
마지막 경우를 본다. 산화막 20 nm 위에 폴리실리콘 빔이 있고, 빔에는 용액이 들어갈 작은 구멍(폭 6 nm)이 뚫려 있다. 구멍의 수를 고르고 시간을 흘려 빔이 언제 완전히 뜨는지 본다.
희생막 제거: 구멍으로 들어가 옆으로 녹인다
ET.wet, 산화막만 속도 1. 폭 200 nm가 주기로 되풀이된다. 계산값은 구멍 가장자리에서 가장 먼 점까지의 거리 \(\sqrt{((p-6)/2)^2 + 20^2}\)다.)희생막 제거는 습식의 등방성을 무기로 쓰는 경우다. 그러나 여기에도 습식만의 함정이 있다. 빔이 뜬 뒤 용액을 말리면 빔과 바닥 사이에 남은 물의 표면 장력이 빔을 바닥으로 끌어내려 붙여 버린다. 이것이 스틱션(Stiction)이다. 그래서 마지막 단계를 초임계 건조로 하거나, 희생막 제거 자체를 기체 HF로 하기도 한다. 기체 HF 식각은 습식의 화학을 건식의 환경에서 쓰는 절충이다.
EB-20을 HF로 판다면
1장에서 남긴 질문으로 돌아온다. EB-20을 탄소 마스크 그대로 두고 HF 용액에 담그면 어떻게 될까. 산화막은 녹고, 탄소 마스크와 질화막 정지막은 거의 녹지 않는다. 선택비는 완벽하다. 문제는 방향이다. 아래 단면은 실제 EB-20 치수(피치 40 nm, 구멍 20 nm, 산화막 160 nm)다. 재생을 누른다.
EB-20 + HF: 벽은 언제 사라지나
ET.wet, 산화막 속도 1, 탄소와 질화막 0. ET.EB20.build()의 단면을 세 주기 그렸다.)결론은 분명하다. EB-20은 습식으로 팔 수 없다. 벽의 절반(10 nm)을 녹이는 동안 깊이도 10 nm밖에 못 간다. 종횡비 8의 홈을 파려면 옆으로 가는 속도가 아래로 가는 속도의 1% 아래여야 한다. 그런 방향성을 주는 것은 전기장에 끌려 수직으로 떨어지는 이온뿐이다. 다음 장부터 그 이온을 만드는 플라스마로 들어간다.
타깃 파일
HF로는 깊이 10 nm에서 끝난다
EB-20을 HF 용액으로 판다고 가정했다. 산화막만 녹고 탄소 마스크와 질화막은 녹지 않으므로 선택비는 사실상 무한대다. 그러나 등방성이라 언더컷이 깊이와 같다. 피치 40 nm, 구멍 20 nm에서 홈 사이의 벽은 20 nm이고, 양쪽에서 10 nm씩 녹으면 사라진다. 엔진(ET.wet)으로 계산한 결과 시간 약 10, 깊이 약 10 nm에서 벽이 끊기고 마스크가 뜬다. 목표 깊이 160 nm의 6%다.
깊이 160 nm를 파는 동안 옆으로도 160 nm가 녹으므로, 습식으로 이 깊이를 파려면 피치가 340 nm 이상이어야 한다. 지금 피치의 8배가 넘는다. 따라서 주 식각은 건식이어야 하고, 습식은 식각 뒤의 세정과 잔류물 제거에만 쓴다. 그때도 묽은 HF는 산화막 측벽을 분당 수 nm씩 넓히므로 세정 시간 자체가 선폭 예산의 일부가 된다.
핵심 정리
- 습식 식각은 등방성이다. 식각 전면은 구멍에서 같은 거리에 있는 점들이므로 언더컷이 깊이와 같고(\(u = Rt\)), 과식각은 바닥이 아니라 옆으로만 간다.
- 용액 식각은 반응물 확산 → 표면 반응 → 생성물 확산의 이어달리기다. 담쾰러 수 \(\mathrm{Da} = k_s\delta/D\)가 작으면 반응 제한, 크면 확산 제한이다.
- 반응 제한 식각은 온도에 민감하고(아레니우스; 이 장의 HF·KOH 사례는 \(E_a\) 약 0.3~0.6 eV), 확산 제한 식각은 교반에 민감하다. 균일도를 위해서는 대개 반응 제한 조건을 고른다.
- 대표 식각액: BOE·묽은 HF(산화막), 뜨거운 인산(질화막), KOH·TMAH(실리콘, 결정 방향 의존), HNA(등방성 실리콘). 선택비가 매우 높다.
- KOH는 (111)면이 매우 느려 (100) 웨이퍼에 54.74°의 벽을 만들고, V홈은 깊이 \(0.707\,W\)에서 스스로 멈춘다. 볼록 모서리는 깎이므로 보상 무늬가 필요하다.
- 습식은 세정, 스트립, 희생막 제거에서 여전히 주역이다. 희생막 제거에서는 등방성이 장점이고, 건조할 때의 스틱션이 함정이다.
- EB-20을 HF로 파면 깊이 약 10 nm에서 벽이 사라진다. 종횡비가 큰 무늬는 건식으로만 판다.
확인 퀴즈
두께 100 nm의 산화막을 BOE로 녹이며 30% 과식각했다. 레지스트 구멍의 폭이 2 µm였다면 식각 뒤 산화막 윗면의 홈 폭은 대략?
어떤 식각에서 교반을 세게 하자 속도가 크게 늘었고, 온도를 10 °C 올리자 속도는 10%쯤만 늘었다. 이 식각에 대한 판단으로 맞는 것은?
(100) 실리콘 웨이퍼에 [110] 방향으로 정렬한 폭 50 µm의 긴 구멍을 열고 KOH로 충분히 오래 식각했다. (111)면의 식각을 무시하면 홈의 깊이는?
EB-20(피치 40 nm, 구멍 20 nm, 산화막 160 nm)을 HF 용액으로 판다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