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 자동화(AMHS)
300 mm 웨이퍼 25장을 담은 FOUP 한 개는 약 8 kg이다. 첨단 팹에서는 이런 FOUP가 하루에 십수만 번 움직인다. 웨이퍼 한 장이 완성되기까지 수백~천 개의 공정 스텝을 거치고, 스텝마다 다른 장비로 옮겨 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 일을 사람 대신 천장 레일 위의 수백~천여 대 차량이 한다. AMHS(Automated Material Handling System, 자동 물류 반송 시스템)는 클린룸 천장을 도는 무인 철도망이자, 팹의 사이클 타임과 재공(WIP)을 좌우하는 대기열 시스템이다. 이 장에서는 이동량을 어림하고, OHT·스토커·천장 버퍼의 역할을 3D로 살펴본 뒤, 교통 혼잡·대기열·디스패칭을 직접 시뮬레이션해 본다.
- 웨이퍼 투입량·공정 스텝 수·로트 크기로부터 하루 FOUP 이동 수와 필요한 OHT 차량 수를 어림할 수 있다.
- FOUP, 로드포트, OHT, 스토커, OHB·STB·UTB, 인터베이·인트라베이의 역할과 관련 SEMI 규격(E47.1, E15.1, E84 등)을 안다.
- 단방향 레일 위 차량 수와 처리량의 관계가 왜 올라갔다가 떨어지는지(혼잡) 교통 기본도로 설명할 수 있다.
- 리틀의 법칙과 M/M/c(Erlang C)·Erlang B로 반송 대기 시간과 버퍼 용량을 계산할 수 있다.
- 반송 시간이 스텝마다 더해져 사이클 타임과 WIP를 얼마나 늘리는지 정량적으로 추정한다.
- 최근접·FIFO 디스패칭 규칙의 평균 대기와 꼬리(최대 대기) 차이를 이산사건 시뮬레이션으로 비교한다.
- OHT 주행 프로파일·차륜·비접촉 급전이 클린룸 진동·입자 관리와 어떻게 이어지는지 안다.
왜 물류 자동화인가: FOUP 이동량
반도체 공정은 직선 조립 라인이 아니다. 웨이퍼는 노광 → 식각 → 세정 → 증착 → 평탄화 → 계측의 한 바퀴를 마스크 층마다 반복한다. 같은 노광 장비 구역을 수십 번 다시 찾아오므로 이를 재진입 흐름(re-entrant flow)이라 한다. 첨단 DRAM·로직 공정의 마스크 층은 약 60~90개 이상이고, 층 하나에 공정·계측 스텝이 10~15개 안팎 붙으므로 웨이퍼 한 장의 경로는 약 600~1,000 스텝을 넘는다(공정·제품마다 크게 다르다). 스텝마다 장비가 바뀌니 스텝 수만큼 반송이 필요하다.
팹 전체의 하루 이동 수는 정상 상태에서 간단한 곱으로 어림할 수 있다. 하루에 투입되는 로트 수에 로트 하나가 일생 동안 겪는 반송 수를 곱하면 된다. 정상 상태에서는 하루 투입량과 하루 완성량이 같으므로, 어느 날이든 팹 안에서 일어나는 이동 수는 이 곱과 같다.
필요한 차량 수는 한 번 반송에 차량이 묶이는 시간으로 정해진다. 차량은 빈 채로 출발지에 가서(공차 주행), FOUP를 집어 올리고(호이스트), 목적지까지 싣고 가서(적재 주행), 내려놓는다. 이 네 구간을 합한 것이 반송 1회의 차량 점유 시간 \(T_\text{veh}\)이다. 시간당 \(\lambda_\text{h}\)번의 반송을 하려면 평균적으로 \(\lambda_\text{h}T_\text{veh}\)대가 항상 일하고 있어야 한다. 이는 5절에서 볼 리틀의 법칙 그 자체다. 다만 차량을 100 % 바쁘게 돌리면 요청이 줄을 서고 레일이 막히므로 목표 가동률 \(\rho\)로 나눠 여유를 둔다.
FOUP 이동량과 필요 차량 수 계산기
월 10만 장, 900 스텝, 스텝당 1.3회 반송이면 하루 약 15.6만 회, 시간당 약 6,500회, 초당 거의 2회의 FOUP 이동이 일어난다. 반송 1회에 차량이 약 4분 묶인다면 평균 약 460대가 항상 일하고 있어야 하고, 가동률 50 %를 목표로 하면 약 900~1,000대가 필요하다. 기준 팹 표의 "OHT 차량 약 1,000대"는 이 어림과 같은 자릿수다. 레일 총연장은 층 면적과 베이 수에 따라 수~수십 km 규모가 된다(약, 교육용 가정).
200 mm 시대 초기에는 작업자가 웨이퍼 카세트를 손이나 카트로 옮기는 팹이 많았다. 300 mm로 넘어오면서 FOUP 무게가 약 8 kg이 되었고, 반복 운반은 산업안전(근골격계) 문제가 되었다. 동시에 사람은 클린룸에서 가장 큰 입자 발생원이며(2장), 낙하·오배송 사고는 수십 장의 웨이퍼를 한 번에 잃게 한다. 300 mm 팹이 처음부터 천장 반송 자동화를 전제로 설계된 이유다.
AMHS의 구성 요소: FOUP에서 스토커까지
AMHS는 "운반 용기 + 반송 차량 + 저장소 + 접점 + 제어 소프트웨어"로 이루어진다. 하나씩 살펴보자.
FOUP과 로드포트
FOUP(Front Opening Unified Pod)은 300 mm 웨이퍼 25장을 담는 밀폐형 용기다. 외형·위치 결정 핀·로봇 플랜지(OHT가 잡는 손잡이)·도어 규격은 SEMI E47.1에 정해져 있어, 어느 회사 차량이든 어느 회사 장비든 같은 FOUP를 다룰 수 있다. FOUP 안은 그 자체로 작은 청정 공간, 즉 미니인바이런먼트의 일부다(4장). 웨이퍼는 장비 앞 로드포트(Load Port, SEMI E15.1)에 FOUP가 놓인 뒤 도어가 EFEM 쪽으로 열리고 나서야 공기와 만난다. 로드포트의 FOUP 안착 높이는 바닥에서 약 900 mm로 규정되어 있어, OHT의 호이스트 하강 거리도 이 높이를 기준으로 정해진다.
OHT: 천장 주행 반송 차량
OHT(Overhead Hoist Transport)는 천장에 매단 레일을 달리는 무인 차량이다. 차량 아래의 호이스트가 벨트로 그리퍼를 내려 FOUP 상단 플랜지를 잡고 들어 올린다. 바닥 공간을 전혀 쓰지 않고, 장비 로드포트 바로 위에서 FOUP를 내려놓을 수 있어 300 mm 팹의 표준이 되었다. 대략적인 성능은 직선 최고 속도 약 3~5 m/s, 곡선 약 1 m/s 안팎, 호이스트 1회 약 10~20초 수준이다(제조사·세대마다 다르다). 전력은 레일을 따라 깔린 급전선에서 전자기 유도로 받는 비접촉 급전(contactless/inductive power transfer)을 쓰는 경우가 많다. 접촉식 집전 레일처럼 마모 분진이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스토커와 천장 버퍼
장비가 바빠 바로 들어갈 수 없는 FOUP는 어딘가에서 기다려야 한다. 전통적인 저장소는 스토커(Stocker)다. 내부의 크레인 로봇이 선반 수백~수천 칸에 FOUP를 넣고 뺀다. 용량은 크지만 입출고 포트가 몇 개뿐이라 처리 속도에 한계가 있고, 장비에서 멀다. 그래서 요즘 팹은 레일 옆이나 아래 천장 공간을 저장소로 쓴다. 레일 옆 선반을 STB(Side Track Buffer), 레일 바로 아래 선반을 UTB(Under Track Buffer)라 하고, 이 둘을 묶어 흔히 OHB(Overhead Buffer, 천장 버퍼)라 부른다. OHT가 호이스트만 조금 내리면 닿으므로 장비 바로 옆에 다음 로트를 미리 갖다 둘 수 있다.
| 구성 요소 | 역할 | 장점 | 한계 |
|---|---|---|---|
| OHT | 천장 레일 위 반송, 호이스트로 로드포트 직접 적재 | 바닥 공간 0, 장비 간 직접 반송 | 단방향 레일 혼잡, 호이스트 중 차선 점유 |
| 스토커 | 대용량 FOUP 저장(수백~수천 칸, 약) | 밀도 높은 저장, 질소 퍼지 선반 가능 | 입출고 포트 병목, 장비와 거리 |
| STB·UTB(OHB) | 레일 옆·아래 선반 | 장비 근처 버퍼, 빠른 접근 | 칸 수가 레일 길이에 묶임 |
| 컨베이어 | 고정 경로 대량 이송(층간·인터베이) | 연속 흐름, 대기 없음 | 경로 유연성 낮음 |
| 리프터 | 층간 수직 이송 | 다층 팹 연결 | 포트 수가 적어 병목되기 쉬움 |
| AGV·AMR | 바닥 주행 로봇(일부 장비·백엔드) | 레일 공사 불필요 | 통로 점유, 처리량 낮음 |
손 건네기: SEMI E84
차량이 FOUP를 로드포트에 내려놓는 순간은 두 기계가 맞닿는 순간이다. 장비가 "받을 준비가 됐다"고 말하기 전에 내리면 충돌하고, 차량이 다 놓기 전에 장비가 도어를 열면 FOUP가 떨어진다. 그래서 차량(능동 측)과 로드포트(수동 측)는 광통신 등으로 연결된 병렬 신호선으로 단계별 확인을 주고받는다. 이 핸드셰이크가 SEMI E84(Enhanced Carrier Handoff Parallel I/O Interface)다.
핸드셰이크 한 번에는 수 초가 걸리고, 이 시간 동안 차량은 레일 위에 서 있다. 단방향 레일에서 서 있는 차량은 뒤따르는 모든 차량을 막는다. 4절의 혼잡 이야기는 여기서 시작한다.
제어 계층: MES에서 차량까지
"로트 A를 식각 장비 E-17로 보내라"는 결정은 생산 관리 시스템 MES(Manufacturing Execution System)이 내린다. MES의 반송 요청은 MCS(Material Control System)가 받아 경로(스토커 경유 여부, 버퍼 선택)를 정하고, 각 하위 제어기(OHT 제어기, 스토커 제어기)에 명령을 나눈다. OHT 제어기는 어느 차량을 보낼지(디스패칭, 7절)와 어떤 길로 갈지(경로 탐색), 구간 점유와 충돌 회피를 관리한다. 장비와 MCS 사이 반송 상태 보고는 SEMI E87(Carrier Management), AMHS 자체의 장비 모델은 SEMI E82(IBSEM)·E88(스토커)·E153(AMHS SEM) 계열 규격이 다룬다.
| 규격 | 대상 | 요점 |
|---|---|---|
| SEMI E47.1 | FOUP | 300 mm FOUP의 외형·도어·로봇 플랜지·위치 결정 |
| SEMI E15.1 | 로드포트 | 300 mm 로드포트 치수, 안착 높이 약 900 mm |
| SEMI E62 | FIMS | 로드포트 도어 개폐 인터페이스 |
| SEMI E84 | 반송 핸드오프 | 차량–로드포트 병렬 I/O 핸드셰이크 |
| SEMI E87 | 캐리어 관리 | 장비가 FOUP 도착·ID 확인·상태를 호스트에 보고 |
| SEMI E82 / E88 / E153 | AMHS 장비 모델 | 인터베이·인트라베이 AMHS, 스토커, AMHS 일반의 통신 모델 |
레일 레이아웃: 인터베이와 인트라베이
클린룸은 보통 긴 통로를 따라 장비가 늘어선 베이(bay)들로 나뉜다. 베이 안을 도는 반송을 인트라베이(intrabay), 베이와 베이를 잇는 간선 반송을 인터베이(interbay)라 한다. 초기 300 mm 팹은 이 둘을 분리했다. 중앙 통로의 인터베이 레일이 베이 입구의 스토커들을 잇고, 베이 안의 인트라베이 차량이 스토커와 장비 사이를 오갔다. FOUP는 장비 → 스토커 → (인터베이) → 스토커 → 장비로, 스토커를 두 번씩 거쳤다.
스토커 입출고는 한 번에 수십 초씩 걸리고 포트 수가 적어 곧 병목이 되었다. 그래서 오늘날의 표준은 통합형(unified) 레이아웃이다. 인터베이와 인트라베이 레일을 하나의 망으로 연결해 OHT가 출발 장비에서 도착 장비로 바로 가는 직접 반송(tool-to-tool, direct delivery)을 한다. 스토커는 장기 보관과 넘침 흡수용으로 물러나고, 장비 근처의 OHB가 단기 버퍼를 맡는다.
레일은 거의 항상 단방향이다. 양방향 운행은 교차·대피 구간이 필요해 제어가 복잡하고 레일 공간을 두 배로 쓴다. 단방향의 대가는 "바로 뒤의 장비로 가려면 루프를 한 바퀴 돌아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루프 사이를 잇는 숏컷(shortcut), 정체 구간을 우회하는 바이패스(bypass), 분기·합류 지점을 레이아웃에 넣는다. 분기와 합류가 늘면 경로 선택지가 많아지지만 합류부마다 진입 순서를 정하는 제어가 필요하고, 곡선 구간마다 감속이 생긴다. 레이아웃 설계는 결국 "평균 반송 거리 대 합류·곡선 수"의 타협이다.
인트라베이 OHT 루프 3D 모델
OHT는 두 겹의 충돌 방지 장치를 쓴다. 하나는 차량 앞의 거리 센서(레이저·광학)로, 앞차와의 간격에 따라 감속·정지하는 차량 추종이다. 다른 하나는 제어기가 레일을 구간(block, zone)으로 나누고 한 구간에 한 대씩만 들어가도록 허가를 주는 구간 점유 제어다. 특히 합류부는 두 방향에서 동시에 들어오면 센서만으로는 막을 수 없으므로 반드시 점유 허가를 받는다. 이 장의 시뮬레이터는 앞의 방식, 즉 "앞차와 정지 거리 이상의 간격을 유지한다"는 규칙만 단순화해 쓴다.
레일 위의 교통: 차량 수와 혼잡
차량을 많이 넣을수록 반송 능력이 커질 것 같지만, 단방향 레일은 도로와 같아서 어느 지점부터는 차량을 넣을수록 오히려 처리량이 떨어진다. 교통공학의 교통 기본도(fundamental diagram of traffic flow)가 이 현상을 설명한다. 레일 길이당 차량 수를 밀도 \(k\), 한 지점을 단위 시간에 지나는 차량 수를 교통량 \(q\), 평균 속도를 \(v\)라 하면 세 양은 항상 \(q = k\,v\)로 묶인다. 밀도가 오르면 앞차 간격이 줄어 속도가 떨어진다. 가장 단순한 그린실즈(Greenshields) 모형은 속도가 밀도에 대해 직선으로 준다고 본다.
OHT 루프는 일반 도로보다 까다롭다. 버스처럼 정류장(로드포트)마다 서는데, 정류장이 차선 위에 있다. 아래 시뮬레이터는 이 상황을 그대로 계산한다. 각 차량은 앞차와의 간격 \(g\)에서 정지할 수 있는 속도 \(\sqrt{2bg}\)와 최고 속도, 곡선 제한 속도 가운데 가장 작은 값을 넘지 않도록 가속·감속하고, 이송 중에는 그 자리에 선다.
단방향 루프 교통 애니메이션
애니메이션은 한 순간을 보여 줄 뿐이다. 차량 수와 처리량의 관계를 곡선으로 얻으려면 차량 수를 바꿔 가며 같은 실험을 반복해야 한다. 아래 시뮬레이터는 모든 스테이션에 반송할 FOUP가 항상 쌓여 있는 포화 수요를 가정하고, 차량 수마다 모의 1시간을 돌려 최대 처리량(용량)을 구한다. 점선은 "혼잡이 전혀 없다면" 차량 한 대의 처리량에 차량 수를 곱한 이상적 직선이다.
차량 수–처리량 혼잡 곡선
반송 대기가 길어지면 차량을 늘리고 싶어진다. 그러나 이미 포화·혼잡 구간이라면 차량 추가는 레일을 더 막을 뿐이다. 이때 효과가 있는 것은 레일 용량 자체를 늘리는 조치다. 숏컷·바이패스로 경로를 분산하고, 이송 중인 차량을 본선에서 비켜 세우는 측선을 두고, 호이스트 속도를 올리고, 빈 차량을 본선 대신 대기 구간에 세우는 것이다. 차량 수는 시뮬레이션으로 찾은 최대점보다 충분히 왼쪽, 즉 기울기가 아직 살아 있는 구간에서 정한다.
대기열 이론: 리틀의 법칙과 M/M/c
반송 시스템을 위에서 내려다보면 "요청이 도착하고, 차량(서버)이 처리하고, 처리 중이 아니면 줄을 서는" 대기열이다. 대기열 이론의 첫 번째 도구는 분포에 관계없이 성립하는 리틀의 법칙(Little's law)이다.
리틀의 법칙은 평균끼리의 관계일 뿐 대기 시간 자체를 알려 주지는 않는다. 대기 시간을 구하려면 도착과 처리의 확률 모형이 필요하다. 가장 기본적인 모형이 M/M/c다. 요청이 포아송 과정(지수 분포 간격, 첫 번째 M)으로 도착하고, 처리 시간이 지수 분포(두 번째 M)이며, 서버가 \(c\)대인 대기열이다. 차량 한 대의 평균 처리율을 \(\mu = 1/T_\text{veh}\)라 하면 다음이 성립한다.
M/M/c 반송 대기열 계산기
대규모 M/M/c에서 대기 확률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데 필요한 서버 수는 근사적으로 \(c \approx a + \beta\sqrt{a}\)다(Halfin–Whitt 영역, \(\beta\)는 목표 서비스 수준에 따른 상수). 여유 차량은 부하에 비례하지 않고 그 제곱근에 비례해 늘어난다. 부하 \(a=16\)이면 여유 \(\sqrt{16}=4\)대(가동률 80 %)로 충분한 수준이, \(a=400\)이면 여유 20대(가동률 95 %)로 같은 서비스 수준이 된다. 베이마다 차량을 따로 묶어 두지 않고 팹 전체가 차량을 공유하는 통합 레일망이 유리한 대기열 이론의 이유다. 다만 실제 OHT는 위치에 따라 처리 시간이 달라 "가까운 차량"만 실질적인 서버이므로 풀링 효과는 이론보다 작다.
반송 시간과 사이클 타임·WIP
팹 운영의 핵심 지표는 웨이퍼가 투입부터 완성까지 걸리는 사이클 타임(cycle time, CT)과 팹 안에 머무는 미완성 웨이퍼, 즉 재공(WIP, Work In Process)이다. 두 값은 리틀의 법칙으로 묶여 있다. 팹 전체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보면 \(\text{WIP} = \text{TH}\times\text{CT}\)다(TH는 산출률). 같은 산출을 내면서 CT를 줄이면 WIP가 그만큼 줄고, 재고 금액·불량 노출 위험·신제품 출시 시간이 함께 준다.
한 스텝의 사이클 타임은 대략 세 부분의 합이다. 반송(요청부터 로드포트 도착까지), 장비 앞 대기, 그리고 실제 가공이다. 장비 그룹의 대기는 가동률에 강하게 좌우되는데, \(m\)대의 병렬 장비를 가진 G/G/m 대기열에 대해 사카세가와(Sakasegawa) 근사가 흔히 쓰인다(Hopp & Spearman, Factory Physics).
반송이 사이클 타임에 영향을 주는 길은 세 가지다. 첫째, 스텝마다 더해지는 직접 지연 \(t_\text{d}\). 둘째, 반송 시간이 들쭉날쭉하면 장비에 도착하는 간격의 변동 \(c_a^2\)이 커져 장비 앞 대기가 늘어난다. 셋째, 다음 로트가 제때 오지 않아 장비가 놀면 그 공백만큼 장비의 실효 가공 시간이 늘어나 실효 가동률이 올라간다. 가동률이 이미 높은 장비에서는 셋째 효과가 가장 크다. 로드포트를 두 개 이상 두고 OHB에 다음 로트를 미리 갖다 두는 선행 적재(pre-staging)가 중요한 이유다.
반송 시간 → 사이클 타임·WIP 계산기
FAB-E를 900 스텝, 스텝당 가공 20분, 3대 병렬, 가동률 88 %, 반송 8분으로 어림하면 CT는 약 45일, X-팩터는 약 3.6, WIP는 약 15만 장(약 6,000 FOUP)이다. 이 6,000개의 FOUP 대부분은 가공 중이 아니라 기다리는 중이다. 그 기다리는 FOUP가 놓일 자리, 즉 OHB와 스토커 용량이 8절의 주제다(교육용 가정).
고객 샘플이나 공정 개발용 로트는 핫 로트(hot lot)로 지정해 반송과 장비 대기에서 우선권을 준다. 핫 로트는 X-팩터 1.5 안팎까지 빨라질 수 있지만, 그만큼 다른 로트가 기다린다. 우선권은 대기 시간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옮기는 것이다. 핫 로트 비율이 몇 %를 넘으면 팹 전체 CT가 눈에 띄게 늘어난다는 것이 운영 현장의 경험칙이다.
디스패칭: 어느 차량이 어느 FOUP를
OHT 제어기는 매 순간 두 가지 결정을 내린다. 새 반송 요청이 왔을 때 빈 차량이 여럿이면 어느 차량을 보낼 것인가(요청 주도), 그리고 차량이 일을 마쳤을 때 기다리는 요청이 여럿이면 어느 요청을 맡길 것인가(차량 주도). 이 규칙을 디스패칭 규칙(dispatching rule)이라 한다.
| 규칙 | 선택 기준 | 장점 | 약점 |
|---|---|---|---|
| FIFO(FCFS) | 가장 오래 기다린 요청 / 가장 오래 쉰 차량 | 공평, 최대 대기 예측 가능 | 공차 주행 증가 → 용량 감소 |
| 최근접(NVF·NJF) | 가장 가까운 차량 / 가장 가까운 요청 | 공차 최소, 평균 대기·용량 우수 | 꼬리 대기(기아), 위치 편향 |
| 혼합(나이 상한) | 최근접이되 일정 시간 넘게 기다린 요청 우선 | 꼬리 억제 | 상한이 너무 짧으면 FIFO처럼 됨 |
| 우선순위 가중 | 거리·대기 시간·로트 우선순위·장비 굶주림의 가중합 | 생산 목표 반영 | 가중치 튜닝 필요 |
| 재배정(re-assignment) | 집하하러 가는 중인 차량도 더 좋은 배정이 생기면 교체 | 동적 최적화 | 계산량, 진동(배정 뒤집기) |
아래는 교통 간섭을 빼고 배정 결정만 비교하는 이산사건 시뮬레이션(discrete-event simulation)이다. 시간을 일정 간격으로 쪼개지 않고 "요청 도착"과 "차량 작업 완료" 두 종류의 사건 시각으로 바로 건너뛴다. 세 규칙에 같은 요청열(같은 난수)을 넣으므로 결과 차이는 순전히 규칙 때문이다.
디스패칭 규칙 비교 이산사건 시뮬레이션
최근접 규칙은 평균 대기를 줄이는 탐욕 알고리즘이다. 하지만 팹에서 아픈 것은 평균이 아니라 꼬리다. 큐 타임(Q-time) 제한이 있는 로트(예: 세정 후 일정 시간 안에 증착해야 하는 로트, 4장)가 꼬리에 걸리면 재작업이나 폐기가 된다. 그래서 실제 디스패칭은 거리와 대기 시간, 로트 우선순위, 큐 타임 잔여, 목적지 장비가 곧 놀게 되는지 여부를 함께 점수화하고, 일정 주기로 배정을 다시 푸는 최적화(헝가리안 할당, 휴리스틱, 최근에는 강화학습 연구)를 쓴다.
저장과 버퍼: 스토커와 OHB 용량
6절에서 FAB-E의 WIP가 약 6,000 FOUP라고 어림했다. 이 FOUP들은 어딘가에 있어야 한다. 장비 안(가공 중), 로드포트 위, OHB 선반, 스토커, 그리고 차량 위다. 가공 중인 FOUP는 장비 수와 비슷한 1,500개 안팎이고, 차량 위는 수백 개다. 나머지 대부분은 선반에서 기다린다. 저장 위치를 장비에서 멀리 두면 반송 시간이 늘고, 가까이 많이 두려면 레일 주변 천장 공간이 부족하다.
베이 하나의 OHB를 생각해 보자. FOUP가 시간당 \(\lambda\)개 들어와 평균 \(\bar t\) 동안 머문다. 선반이 \(K\)칸이고 꽉 찼을 때 들어오는 FOUP는 멀리 있는 스토커로 돌려야 한다면, 이는 대기 공간이 없는 손실 시스템 M/G/K/K다. 돌려보내질 확률은 얼랑 B(Erlang B) 식으로 주어진다.
OHB 버퍼 크기: 얼랑 B 넘침 확률
클린룸 환경과 AMHS: 진동·입자·안전
OHT는 클린룸 천장, 즉 FFU 바로 아래의 가장 깨끗한 공기 속을 달린다. 하강 기류는 위에서 아래로 흐르므로 차량에서 생긴 입자는 그대로 아래의 로드포트와 장비 쪽으로 내려간다. 그래서 AMHS 설계에는 클린룸(2장)과 진동(12장)의 요구가 처음부터 들어간다.
주행 프로파일: 빨리 가는 것과 부드럽게 가는 것
FOUP 안의 웨이퍼는 슬롯에 걸쳐 놓여 있을 뿐 고정되어 있지 않다. 급가속·급정지는 웨이퍼를 슬롯 안에서 미끄러지게 하거나 부딪혀 입자를 만들고, 레일·천장 구조를 흔든다. 그래서 OHT는 가속도뿐 아니라 가속도의 변화율인 가가속도(jerk)도 제한하는 S자 속도 프로파일로 달린다. 이 제한이 있으면 짧은 구간에서는 최고 속도에 도달하지도 못한다. 3절의 평균 속도가 최고 속도보다 훨씬 낮은 이유 중 하나다.
S자 주행 프로파일과 평균 속도
안전과 신뢰성
머리 위로 8 kg짜리 FOUP가 수천 번 오르내리므로 낙하 방지는 AMHS 안전의 첫 항목이다. 그리퍼는 기계식으로 잠기고, 호이스트 벨트는 이중화하며, 호이스트 아래 사람이 있으면 내리지 않도록 영역 센서를 둔다. 지진이 감지되면 차량은 정지하고 FOUP를 붙잡는다. 이후 레일 정렬을 점검하고 재가동하는 절차가 필요하다(지진 대응은 14장). 정전 시 비접촉 급전이 끊기면 레일 위의 모든 차량이 그 자리에 서므로, 순간 전압 강하(10장)는 물류 마비로 바로 이어진다. 차량 고장은 단방향 레일 전체를 막을 수 있어, 고장 차량을 밀어서 빼내는 회수 차량·유지보수 구간과 고장 지점을 우회하는 경로가 레이아웃에 포함된다. 이런 이중화와 가용도 계산은 15장에서 다룬다.
| AMHS 사건 | 직접 영향 | 팹 영향 | 주된 대책 |
|---|---|---|---|
| 차량 1대 고장 | 해당 구간 정체 | 루프 전체 반송 정지 가능 | 바이패스, 회수 차량, 고장 진단 |
| 순간 정전·전압 강하 | 급전 상실, 차량 정지 | 재가동까지 반송 공백 | 급전 계통 UPS, 차량 내 축전 |
| 스토커 크레인 고장 | 저장 FOUP 출고 불가 | 특정 로트 정체 | 복수 크레인, 수동 포트 |
| MCS 소프트웨어 장애 | 반송 명령 중단 | 팹 전체 반송 정지 | 이중화 서버, 장애 전환 |
| 지진 | 차량 정지, 레일 변위 가능 | 점검 동안 반송 정지 | FOUP 고정, 레일 정렬 점검 절차 |
앞으로의 방향
팹이 커지고 다층화되면서 AMHS도 바뀌고 있다. 층과 층, 팹과 팹을 잇는 고속 리프터와 연결 브리지 레일, 수천 대 규모 차량군의 경로 계획, 실제 레일망과 같은 모양의 디지털 트윈에서 디스패칭 규칙을 미리 시험하는 운영 방식, 반송 이력 데이터로 다음 반송 요청을 예측해 빈 차량을 미리 보내는 예측 디스패칭이 대표적이다. 어느 것이든 이 장에서 본 세 가지 법칙, 즉 리틀의 법칙, 가동률에 따른 대기의 폭증, 레일 밀도에 따른 혼잡을 넘어설 수는 없다. 좋은 AMHS는 이 법칙들 안에서 공차 주행과 레일 점유 시간을 줄이는 시스템이다.
핵심 정리
- 재진입 흐름 때문에 로트 하나는 일생 동안 약 1,000번 안팎 반송된다. 하루 이동 수 = 하루 투입 로트 × 스텝 수 × 스텝당 반송 횟수이며, FAB-E(월 10만 장)는 하루 약 15만 회, 시간당 약 6,500회 수준이다.
- 필요 차량 수 ≈ 시간당 반송 × 반송 1회 차량 점유 시간 ÷ 목표 가동률. 점유 시간은 공차·적재 주행과 호이스트 2회의 합이고, 평균 속도는 최고 속도보다 훨씬 낮다.
- AMHS는 FOUP(SEMI E47.1), 로드포트(E15.1, 약 900 mm), OHT, 스토커, OHB(STB·UTB), 리프터와 MES–MCS–차량 제어기 계층으로 이루어지고, 차량과 장비는 E84 핸드셰이크로 FOUP를 주고받는다.
- 현대 팹은 인터베이·인트라베이를 하나로 묶은 통합 단방향 레일망에서 장비 간 직접 반송을 하고, 숏컷·바이패스로 돌아가는 거리를 줄인다.
- 교통량 q = k·v. 차량 밀도가 높아지면 속도가 떨어져 처리량이 최대점을 지나 감소한다. OHT는 이송 중 차선을 점유하므로 도로보다 낮은 밀도에서 혼잡해진다. 차량 수는 최대점보다 왼쪽에서 정한다.
- 리틀의 법칙 L = λW는 분포와 무관하게 성립한다. M/M/c에서 대기는 ρ → 1에서 폭증하고, 큰 차량군은 제곱근 법칙에 따라 같은 가동률에서 훨씬 덜 기다린다(풀링).
- 반송 시간은 스텝마다 더해져 CT를 늘리고, 도착 변동과 장비 교체 공백(실효 가동률 상승)을 통해 장비 앞 대기까지 키운다. WIP = TH × CT이므로 CT 단축은 곧 WIP 감소다.
- 최근접 디스패칭은 공차 주행을 줄여 평균 대기와 용량에서 FIFO보다 유리하지만 꼬리 대기(기아)가 길다. 실무 규칙은 거리·대기 시간·우선순위·큐 타임을 함께 점수화한다.
- OHB·스토커 용량은 얼랑 B로 어림한다. 넘침 확률은 체류 시간 분포와 무관하고, 큰 버퍼일수록 평균 대비 필요한 여유 칸 비율이 작다.
- OHT는 하강 기류 속을 달리므로 저발진 차륜·비접촉 급전, 천장 구조에 매단 레일, 가가속도 제한 주행으로 입자와 진동을 관리한다.
확인 퀴즈
1. 월 60,000장을 투입하는 팹(한 달 30일)에서 로트는 25장, 공정 스텝 800개, 스텝당 반송 1.25회다. 하루 FOUP 이동 수는 약 얼마인가?
2. 시간당 3,000회 반송, 반송 1회에 차량이 평균 4분 묶이고, 목표 차량 가동률이 0.6이다. 필요한 차량 수는?
3. 단방향 OHT 루프에 차량을 계속 추가했더니 어느 순간부터 처리량이 오히려 줄었다. 가장 적절한 설명은?
4. 반송 요청이 시간당 60회, 평균 점유 3분, 차량 4대인 M/M/c 시스템의 가동률 ρ는?
5. 하루 3,000장을 투입·산출하는 팹에서 스텝당 반송 시간을 4분 줄였다. 스텝은 1,000개다. 다른 조건이 같다면 WIP는 대략 얼마나 줄어드는가?
6. 최근접 디스패칭이 FIFO보다 높은 부하를 견디는 이유와 그 대가를 바르게 짝지은 것은?
7. 평균 점유 10칸(a = 10)인 OHB에서 넘침 확률 1 % 이하가 되려면 대략 몇 칸이 필요한가?
8. OHT 레일을 장비가 놓이는 와플 슬래브가 아니라 천장 구조에 매달고, 비접촉 급전을 쓰는 주된 이유로 옳은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