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과 전력 품질
첨단 메모리·로직 팹 하나는 중소 도시 하나만큼의 전기를 쉬지 않고 쓴다. 그런데 팹에서 정말 무서운 것은 전기 요금보다 0.1초다. 수십 km 떨어진 송전선에 벼락이 떨어져 전압이 0.1초 동안 절반으로 꺼지면, 그 순간 수백 대의 장비가 멈추고 챔버 안의 웨이퍼가 버려지며 재가동에 하루가 걸리기도 한다. 이 장은 전기가 154 kV 송전선에서 장비 전원 단자까지 오는 길을 따라가며, 변압기와 역률 같은 “에너지의 문제”와 순간 전압 강하·고조파 같은 “품질의 문제”를 함께 계산한다.
- 154/345 kV 수전 → 22.9 kV 배전 → 380/220 V 저압으로 이어지는 팹 전력 계통을 단선도로 읽을 수 있다.
- 팹의 부하 구성과 일 부하 곡선을 설명하고, 부하율·연간 전력량·웨이퍼당 전력량을 계산할 수 있다.
- 변압기 무부하손·부하손으로 효율 곡선을 그리고, 역률 보상에 필요한 커패시터 용량을 계산할 수 있다.
- 순간 전압 강하의 원인과 크기(전압 분배 모델)를 설명하고, SEMI F47-0706 곡선(50 %/0.2 s, 70 %/0.5 s, 80 %/1 s)과 ITIC 곡선으로 사건을 판정할 수 있다.
- 전압 강하 1회의 손실과 연간 기대 손실을 계산하고, UPS·DRUPS·ESS·비상발전기의 역할과 용량을 비교할 수 있다.
- 고조파 왜형률(THD)을 계산하고 접지·등전위 본딩의 목적을 설명할 수 있다.
팹은 거대한 전기 소비자다
교육용 기준 팹 FAB-E는 평균 약 200 MW를 쓴다. 가정 한 곳이 한 달에 약 300 kWh(평균 약 0.4 kW)를 쓴다고 보면 50만 가구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 전력은 1년 내내 거의 일정하게 흐른다. 공정 장비는 휴일 없이 돌고, 클린룸 공조는 사람이 없어도 멈추지 않으며, 진공 펌프와 스크러버는 웨이퍼가 없어도 대기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그래서 팹의 부하율(load factor, 평균 전력 ÷ 최대 전력)은 0.85~0.95로, 낮과 밤의 차이가 큰 상업 건물(약 0.4~0.6)보다 훨씬 높다.
전력이 어디로 가는지 나눠 보면 그림 10-1과 같다. 공정 장비(장비에 딸린 진공 펌프·히터·RF 전원 포함)가 절반 가까이를 쓰고, 그 장비들이 내는 열을 치우는 냉동 플랜트와 클린룸 공기를 만드는 공조가 나머지의 대부분을 쓴다. 비율은 공정 구성과 기후에 따라 크게 달라지므로 여기서는 교육용 가정값으로 둔다.
| 부하 | 특성 | 전압 강하에 대한 민감도 | 보통의 백업 |
|---|---|---|---|
| 공정 장비 | RF 전원, 히터, 로봇, 제어기, 진공 펌프. 장비 수가 많고 부하가 일정 | 매우 높음. 제어기 리셋·인터록 동작이 곧 웨이퍼 스크랩 | 일부 제어부만 UPS, 본체는 계통 전원 |
| 냉동 플랜트 | 대형 원심 칠러(수 MW급 전동기), 냉각탑 팬, 펌프 | 중간. 칠러가 서면 재기동에 수십 분 | N+1 대수, 일부 펌프만 비상전원 |
| 공조 | MAU·FFU·순환 팬. 인버터 구동 다수 | 중간. 인버터가 트립하면 차압·온도가 흔들림 | FFU 일부 UPS, 비상발전기 |
| 배기·스크러버 | 독성·가연성 가스 처리 | 안전상 매우 중요 | 비상발전기 필수, 제어부 UPS |
| 감시·안전 | 가스 감지기, FMCS(15장), 화재 설비, 비상조명 | 정지 불가 | UPS + 비상발전기 |
일 부하 곡선
팹의 부하는 평평하지만 완전히 일정하지는 않다. 가장 크게 움직이는 것은 외기 온도에 따라 달라지는 냉동·공조 부하다. 한여름 오후에는 냉각탑의 습구 온도가 올라 칠러 효율이 떨어지고, 외기조화기(MAU)는 더 뜨겁고 습한 공기를 식혀야 한다. 겨울에는 반대로 외기로 냉수를 만드는 프리쿨링(11장)이 가능해 냉동 전력이 크게 준다. 아래 시뮬레이터는 이 관계를 단순한 선형 모델로 표현한다.
FAB-E 일 부하 곡선
평균 약 200 MW × 8,760 h ≈ 연간 약 1.75 TWh. 월 10만 장, 연 120만 장을 투입하면 웨이퍼당 약 1.5 MWh다. 300 mm 웨이퍼 한 장을 만드는 데 한국 가정 한 곳이 약 5개월 동안 쓰는 전기가 드는 셈이다. 전기 요금을 kWh당 약 150원으로 잡으면 연간 전력비는 약 2,600억 원 규모다(2026년 산업용 요금 수준을 가정한 교육용 계산). 전력 1 %를 아끼면 연 26억 원이고, 반대로 전압 강하 한 번이 그보다 큰 손실을 낼 수 있다는 것이 이 장의 뒷부분 주제다.
수전에서 장비까지: 154 kV에서 220 V로
한국의 전력 계통은 발전소에서 765 kV·345 kV·154 kV 송전망으로 전기를 보내고, 변전소에서 22.9 kV로 낮춰 배전한 뒤, 주상·패드 변압기에서 380/220 V로 바꿔 소비자에게 공급한다(주파수 60 Hz). 수십~수백 MW를 쓰는 팹은 22.9 kV 배전선으로는 감당할 수 없으므로 154 kV(초대형 단지는 345 kV)로 직접 받는다. 이를 특고압 수전이라 하고, 팹 부지 안에 자체 변전소를 둔다.
왜 높은 전압으로 받는가는 3상 전력 식에서 바로 보인다.
그림 10-2에서 읽어야 할 설계 원칙은 세 가지다. 첫째, 이중 수전이다. 한 회선이 고장 나거나 점검으로 빠져도 다른 회선이 팹 전체를 받을 수 있도록 각 회선과 변압기의 용량에 여유를 둔다(N−1 기준). 둘째, 모선 분할이다. 22.9 kV 모선을 둘로 나누고 같은 기능의 부하(예: 칠러 1·3호기는 A, 2·4호기는 B)를 교차 배치하면 한쪽 모선 사고에도 절반의 설비가 살아남는다. 셋째, 부하 등급이다. 모든 부하를 비상전원으로 받칠 수는 없으므로 안전·감시 부하, 순간 정지가 치명적인 부하, 몇 분 멈춰도 되는 부하를 나누고 전원 계통을 다르게 설계한다(이 장 8절).
| 전압 | 구분 | 팹에서 쓰는 곳 |
|---|---|---|
| 345 kV | 초고압 송전 | 초대형 반도체 단지의 수전(복수 팹을 묶어 받음) |
| 154 kV | 고압 송전 | 일반적인 대형 팹 수전, 자체 변전소 GIS |
| 22.9 kV | 배전(특고압) | 팹 안 주 배전 모선, 대형 칠러 전동기, 유닛 변전소 1차 |
| 6.6 / 3.3 kV | 고압 | 일부 팹의 대형 전동기 전용 계통(설계에 따라 사용) |
| 380 / 220 V | 저압(3상 4선식) | 공정 장비, 펌프, FFU, 조명. 장비 내부는 다시 208 V·DC 24 V 등으로 변환 |
154 kV 이상의 개폐 설비는 대부분 가스절연개폐장치(GIS, Gas-Insulated Switchgear)다. 차단기·단로기·모선을 금속 용기에 넣고 SF₆ 가스로 절연해 공기 절연 변전소보다 면적을 크게 줄인다. 문제는 SF₆의 지구온난화지수가 매우 크다는 점(100년 기준 CO₂의 약 23,500배, IPCC AR5)이다. 누설 관리와 회수가 필수이고, 최근에는 SF₆ 대체 절연 가스를 쓰는 개폐 장치도 도입되고 있다. 공정에서 쓰는 SF₆과 함께 16장의 Scope 1 배출에 들어간다.
변압기: 두 종류의 손실과 효율
팹의 전기는 수전에서 장비까지 보통 두 번(154 → 22.9 kV, 22.9 kV → 380 V) 변압기를 지난다. 대형 변압기 효율은 99 %를 넘지만, 200 MW에 1 %는 2 MW이고 이것이 1년 내내 열로 흩어진다. 변압기 손실은 성격이 다른 두 가지로 나뉜다.
- 무부하손(no-load loss, 철손) \(P_0\): 철심을 교번 자화할 때 생기는 히스테리시스 손실과 와전류 손실. 전압이 걸려 있는 한 부하와 상관없이 일정하다.
- 부하손(load loss, 동손) \(P_k\): 권선 저항의 \(I^2R\) 손실(와전류 표류 손실 포함). 정격 부하에서의 값 \(P_k\)를 기준으로 부하율 \(x\)의 제곱에 비례한다.
이중 수전과 N−1 설계 때문에 팹 변압기는 평소 정격의 40~60 % 정도로 운전되는 일이 많다. 한 대가 빠져도 나머지가 부하를 넘겨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 구간은 효율 곡선의 꼭대기 근처다. 반대로 증설을 대비해 크게 깔아 둔 변압기가 오랫동안 10~20 %로 돌면 무부하손 비중이 커져 효율이 떨어진다. 이것이 아몰퍼스 합금 철심처럼 무부하손이 작은 변압기가 저부하 배전용으로 쓰이는 이유다.
변압기 효율 곡선과 연간 손실
역률과 무효전력 보상
교류 회로에서 전동기나 변압기 같은 유도성 부하는 자계를 만들기 위해 전원과 에너지를 주고받는다. 이 왕복 에너지는 일을 하지 않지만 선로에 전류를 흘린다. 실제로 일을 하는 유효전력 \(P\)(W), 왕복하는 무효전력 \(Q\)(var), 둘의 벡터 합인 피상전력 \(S\)(VA)의 관계가 전력 삼각형이다.
팹의 역률 문제는 시대에 따라 바뀌었다. 예전에는 직입 기동 전동기가 많아 지상 역률이 낮았고, 22.9 kV 모선에 커패시터 뱅크를 달아 보상하는 것이 표준이었다. 지금은 펌프·팬·칠러 대부분이 인버터(VFD, Variable Frequency Drive)로 구동된다. 인버터의 다이오드 정류기는 기본파 역률은 1에 가깝지만 고조파 전류를 만들어 “왜형 역률”을 떨어뜨린다(이 장 9절). 또 밤이나 휴일에 부하가 줄었는데 커패시터가 그대로 붙어 있으면 무효전력이 거꾸로 계통에 들어가는 진상 상태가 되어 전압이 오른다. 그래서 대형 팹은 고정 커패시터 대신 단계 제어 커패시터, SVC(Static Var Compensator), STATCOM 같은 동적 보상 장치를 쓰기도 한다.
한국전력의 전기공급약관은 기준 역률(지상 90 %)을 두고, 역률이 그보다 낮거나 높으면 기본요금을 가감하며 심야 시간의 진상 역률도 관리한다. 세부 조건과 요율은 약관 개정에 따라 달라지므로 실무에서는 최신 약관을 확인한다.
역률 보상 계산기 (22.9 kV 모선)
순간 전압 강하: 정전보다 흔하고 더 비싼 사건
팹 전력 사고의 대부분은 완전한 정전이 아니다. 전압이 0.05~0.5초 동안 정격의 50~90 %로 떨어졌다가 돌아오는 순간 전압 강하(voltage sag 또는 voltage dip)다. 사람은 형광등이 깜빡이는 정도로 느끼지만, 정밀 장비의 제어 전원과 접촉기에는 충분히 큰 충격이다. IEEE 1159는 전압이 0.1~0.9 pu로 0.5사이클~1분 동안 떨어지는 현상을 sag로, 0.1 pu 아래로 떨어지는 것을 순간 정전(interruption)으로 구분한다.
원인
- 낙뢰와 송전선 고장: 가장 큰 원인이다. 낙뢰가 송전선이나 철탑에 떨어져 애자에 섬락이 생기면 1선 지락 고장이 된다. 한국에서는 여름 장마·뇌우철(6~8월)에 집중된다. 수목 접촉, 조류, 산불, 태풍에 의한 고장도 있다.
- 배전·구내 고장: 케이블 절연 열화, 굴착 공사 중 케이블 손상, 구내 차단기 오동작.
- 큰 부하의 기동: 대형 전동기를 직입 기동하면 정격의 5~7배 기동 전류가 흘러 수 초 동안 전압이 몇 % 떨어진다. 깊이는 얕지만 길다.
- 변압기 투입: 대형 변압기를 처음 계통에 넣을 때 흐르는 돌입 전류(inrush current).
대부분의 송전선 고장은 1선 지락이다. 1선 지락은 세 상 가운데 한 상만 크게 떨어뜨리고, 팹까지 오는 동안 변압기 결선(Δ-Y)을 거치며 두 상이 함께 떨어지는 모양으로 바뀐다. 그래서 장비가 보는 전압 강하는 보통 3상 고장보다 얕다. 이 장의 계산은 가장 단순한 3상 평형 고장을 기준으로 한다.
깊이를 결정하는 전압 분배
방사형 계통에서 팹이 연결된 모선(PCC, Point of Common Coupling)의 전압은 전원 임피던스 \(Z_S\)와 모선~고장점 선로 임피던스 \(Z_F\)의 전압 분배로 근사할 수 있다.
고장 거리 → 잔류 전압 → 연간 트립 횟수
SEMI F47과 ITIC: 장비가 견뎌야 하는 곡선
전압 강하를 설비 쪽에서 모두 막으려면 팹 전체에 UPS를 달아야 하는데, 수백 MW 규모에서는 비용과 손실 때문에 비현실적이다. 그래서 반도체 업계는 장비가 일정 수준의 강하는 스스로 견디도록 요구하는 길을 택했다. 그것이 SEMI F47 (Specification for Semiconductor Processing Equipment Voltage Sag Immunity)이다. 2000년 처음 제정(F47-0200)되었고, 널리 인용되는 개정판이 F47-0706이다. 시험 방법은 SEMI F42가 정한다.
| 잔류 전압 (정격 대비) | 지속 시간 (s) | 60 Hz 사이클 | 50 Hz 사이클 |
|---|---|---|---|
| 50 % | 0.05 ~ 0.2 | 3 ~ 12 | 2.5 ~ 10 |
| 70 % | 0.2 ~ 0.5 | 12 ~ 30 | 10 ~ 25 |
| 80 % | 0.5 ~ 1.0 | 30 ~ 60 | 25 ~ 50 |
SEMI F47-0706의 요구 견딤 곡선. 장비는 이 계단선 위쪽(더 얕고 더 짧은 강하)에서 정지 없이 동작을 계속해야 한다. 0.05 s 미만과 1 s 초과 구간, 50 % 아래의 강하는 요구 범위 밖이다. 판에 따라 문구와 시험 조건이 보완되므로 실무에서는 최신판을 확인한다.
F47보다 먼저 나온 기준이 컴퓨터 전원을 위한 CBEMA 곡선(1970년대, Computer Business Equipment Manufacturers Association)이고, 이를 단순화·개정한 것이 ITIC 곡선(Information Technology Industry Council, 2000년 개정)이다. ITIC는 120 V 단상 IT 장비를 위한 곡선으로, 0 V(완전 정전)도 20 ms까지는 견디도록 요구하고(전원 콘덴서의 홀드업), 70 %는 0.5 s까지, 80 %는 10 s까지, 90 % 이상은 계속 견디도록 한다. 위쪽(과전압) 한계도 있다는 점이 F47과 다르다.
F47을 만족시키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장비 본체의 제어 컴퓨터는 UPS로 받쳐 두어도, 전원 계통 어딘가에 있는 약한 고리 하나가 전체를 멈추게 한다. 대표적인 약한 고리는 다음과 같다.
- EMO·인터록 회로의 AC 릴레이와 전자 접촉기: 코일 전압이 정격의 약 60~75 % 아래로 1~2사이클만 떨어져도 접점이 떨어진다. 접촉기가 떨어지면 히터·펌프·RF 전원이 꺼지고 장비가 알람 상태로 간다.
- DC 전원 공급기: 출력 콘덴서의 홀드업 시간이 수 ms~수십 ms인 제품은 50 % 강하를 0.2 s 버티지 못한다.
- 인버터·서보 드라이브: DC 링크 저전압 보호가 걸려 트립한다.
- 장비 보조 설비: 진공 펌프, 칠러, 히트 익스체인저, POU 스크러버가 멈추면 본체가 멀쩡해도 공정이 중단된다.
대책으로는 릴레이 코일을 DC 전원으로 바꾸거나, 코일 홀드인 장치(coil hold-in device), 소형 UPS·커패시터 보상기, 인버터의 순간 정전 재기동 설정을 쓴다. 대부분 장비 한 대당 수십~수백만 원 수준으로, 웨이퍼 몇 장의 값보다 싸다.
전압 강하 판정기: SEMI F47 · ITIC · 실제 장비
F47의 핵심은 “누가 무엇을 책임지는가”를 나눈 것이다. 곡선 위쪽의 흔한 강하는 장비 제조사가 책임지고, 곡선 아래쪽의 깊고 긴 강하와 정전은 팹(설비)이 UPS·DRUPS·동적 전압 보상기(DVR, Dynamic Voltage Restorer)로 책임진다. 팹은 장비 구매 사양서에 F47 충족(시험 성적서)을 넣고, 설비 대책은 그 아래 영역만 겨냥해 용량을 줄인다.
전압 강하 한 번의 값
전압 강하로 장비가 멈추면 손실은 세 갈래로 생긴다. 첫째, 챔버 안에서 공정 중이던 웨이퍼가 스크랩되거나 재작업 대상이 된다. 식각·증착 도중 플라스마가 꺼진 웨이퍼, 확산로에서 온도 프로파일이 깨진 배치는 대개 살릴 수 없다. 둘째, 재가동 시간이다. 진공을 다시 뽑고, 온도를 안정시키고, 챔버를 시즈닝하고, 모니터 웨이퍼로 재인증하는 데 장비에 따라 몇 시간에서 하루 이상 걸린다. 그동안 그 장비가 처리했을 웨이퍼만큼 생산이 줄어든다. 셋째, 보이지 않는 손실이다. 멈추지는 않았지만 공정 조건이 흔들린 웨이퍼가 나중에 수율 저하로 나타난다(YieldBook 참고).
전압 강하 손실 기대값과 대책 비교
FAB-E가 연간 10회의 의미 있는 전압 강하를 겪고 그중 3~4회가 장비 정지로 이어진다고 하자. 기본값으로 계산하면 1회 트립 손실은 약 470만 달러, 연간 기대 손실은 약 1,600만 달러다. 장비 F47 보강으로 트립 확률을 12 %로 낮추면 연간 약 1,100만 달러를 아낀다. 같은 돈을 전기 요금에서 아끼려면 전력을 약 4 %(연 약 70 GWh) 줄여야 한다. 전력 품질 투자가 에너지 절감보다 회수가 빠른 경우가 많은 이유다.
UPS·DRUPS·ESS·비상발전기
장비 내성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깊은 강하와 정전에는 설비 측 백업이 필요하다. 백업 장치는 “얼마나 빨리 넘겨받는가(절체 시간)”와 “얼마나 오래 버티는가(자립 시간)”로 구분된다.
| 장치 | 절체 시간 | 자립 시간 | 장점 | 약점 |
|---|---|---|---|---|
| 정적 UPS (이중 변환) | 0 ms | 5~15분 (배터리) | 완벽한 무순단, 전압·주파수 정형 | 상시 변환 손실 3~6 %, 배터리 교체·화재 관리 |
| DRUPS | 0 ms (회전기 상시 연결) | 플라이휠 수~십수 초 + 엔진 연료만큼 | MW급, 배터리 없음, 수명 김 | 소음·진동, 기계 정비, 큰 설치 공간 |
| BESS (리튬이온) | 수 ms~수십 ms (PCS 제어) | 수십 분~수 시간 | 피크 저감·요금 절감과 겸용 | 화재 위험, 셀 열화 |
| 비상 디젤 발전기 | 약 10 s (기동) + ATS | 연료 저장량만큼 (보통 수십 시간) | 장시간 정전 대응, 단가 낮음 | 순간 강하에는 무력, 정기 부하 시험 필요 |
| 정지형 절체 스위치 (STS) | 약 4 ms (¼사이클) | — | 두 전원 사이 고속 절체 | 두 전원이 동시에 강하하면 무의미 |
비상발전기는 화재·안전 법규가 요구하는 부하(배기, 가스 감지, 소방 펌프, 비상조명)를 받는다. 미국 NFPA 110은 정전 후 10초 안에 부하를 받는 등급(Type 10)을 두며, 국내 법규도 비상전원의 기동과 용량을 정하고 있다. 반도체 팹은 법적 최소치보다 훨씬 넓은 범위, 즉 독성 가스 배기와 스크러버, 질소 공급, 일부 공조까지 발전기로 받친다. 공정이 멈추는 것보다 독성 가스가 처리되지 않는 것이 더 큰 사고이기 때문이다(14장).
정전 타임라인과 백업 용량
발전기는 실제 부하를 걸어 보지 않으면 기동 실패, 연료 열화, 절체 회로 결함을 알 수 없다. 많은 정전 사고에서 문제는 백업 장치가 없어서가 아니라, 시험하지 않은 백업이 필요한 순간에 동작하지 않아서 생겼다. 정기 부하 시험과 실제 절체 훈련, 배터리 내부 저항 측정이 백업 설계만큼 중요하다(15장).
고조파와 THD
저항 같은 선형 부하는 전압과 같은 모양의 사인파 전류를 흘린다. 하지만 정류기를 가진 부하(인버터, DC 전원, UPS 입력단, LED 조명)는 전압 꼭짓점 근처에서만 전류를 뽑아 쓰므로 전류가 찌그러진다. 주기적인 찌그러진 파형은 기본파(60 Hz)와 그 정수배 주파수 성분, 즉 고조파(harmonics)의 합으로 나타낼 수 있다(푸리에 급수).
고조파 전류는 계통 임피던스를 지나며 고조파 전압을 만든다. 계통 리액턴스는 주파수에 비례하므로 h차 성분에서는 h배 커진다. 단락비 \(R_{sc} = I_{sc}/I_L\)(부하 전류 대비 단락 전류)로 쓰면 고조파 전압은 다음과 같이 근사된다.
고조파의 문제는 여러 가지다. 변압기와 케이블의 추가 발열(와전류 손실은 주파수 제곱에 비례), 역률 보상 커패시터와 계통 리액턴스 사이의 공진, 3상 4선식에서 3의 배수 고조파(triplen harmonics)가 중성선에 더해져 흐르는 과전류, 전압 왜곡에 따른 다른 장비의 오동작이다. 미국 IEEE 519는 PCC에서의 전압 왜곡 한도를 정한다. 2014년판 기준으로 1 kV 이하에서 THD 8 %(개별 5 %), 1~69 kV에서 5 %(개별 3 %), 69~161 kV에서 2.5 %(개별 1.5 %)다. 대책으로는 다펄스 정류기, 능동 전단(AFE, Active Front End) 인버터, 수동 고조파 필터, 능동 고조파 필터(AHF)가 쓰인다.
고조파 합성기: 파형 · 스펙트럼 · THD
접지와 등전위, 그리고 정전기
접지(grounding/earthing)는 세 가지 일을 한다. 첫째는 안전이다. 절연이 파괴되어 장비 외함에 전압이 걸려도 접지를 통해 고장 전류가 흘러 차단기가 빨리 동작하게 하고, 사람이 닿는 금속 부분의 전위를 낮게 유지한다. 둘째는 낙뢰 보호다. 피뢰침과 인하 도선으로 들어온 수십 kA의 낙뢰 전류를 대지로 흘린다(IEC 62305). 셋째는 기능 접지다. 계측·통신 장비의 신호 기준 전위를 안정시키고 노이즈를 줄인다.
한국은 2021년부터 한국전기설비규정(KEC)에 따라 IEC 방식의 계통 접지(TN, TT, IT)를 쓴다. 대형 건물은 대개 TN-S(보호 도체 PE와 중성선 N을 분리) 방식을 쓰고, 건물 전체의 금속 구조물·배관·덕트·장비 외함을 하나의 망으로 묶는 등전위 본딩(equipotential bonding)을 한다. 접지의 핵심은 “접지 저항이 몇 Ω인가”보다 “어느 두 점 사이에도 위험한 전위차가 생기지 않는가”다.
클린룸은 정전기(ESD, Electrostatic Discharge)에 특히 불리한 환경이다. 습도가 45 % 안팎으로 관리되어 건조한 편이고, 웨이퍼·FOUP·레티클·석영 부품처럼 절연성 표면이 많으며, 단방향 기류가 마찰 대전을 돕는다. 대전된 표면은 입자를 정전기력으로 끌어당기고(2장), 방전 순간의 전류와 전자기 펄스는 소자와 장비 제어부를 손상시킨다. 그래서 도전성 바닥과 작업복, 손목 접지대, 장비 로드포트의 접지, 레티클 취급 구역의 이오나이저를 함께 쓴다. ESD 관리 프로그램은 ANSI/ESD S20.20이나 IEC 61340-5-1을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자기장·전자기 간섭과 이오나이저의 세부는 12장에서 다룬다.
계측 장비의 신호선 차폐를 양쪽 끝에서 서로 다른 접지점에 연결하면, 두 접지점 사이의 작은 전위차가 차폐선에 전류를 흘리는 접지 루프가 생긴다. 대형 전동기·인버터가 가까이 있으면 이 전류에 고조파가 실려 센서 신호에 잡음으로 나타난다. 등전위 본딩을 촘촘히 하고, 신호 접지를 한 점에서 잡거나 차폐 연결 방식을 주파수에 맞게 고르는 것이 대책이다. 전력 품질 문제가 “측정 데이터의 이상”으로 처음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핵심 정리
- FAB-E는 평균 약 200 MW, 연간 약 1.75 TWh(웨이퍼당 약 1.5 MWh)를 쓴다. 공정 장비가 절반 가까이, 냉동·공조가 3분의 1 이상이며, 들어간 전기는 거의 모두 열이 되어 냉동 부하로 돌아온다.
- 대형 팹은 154/345 kV로 이중 수전하고, 주변압기로 22.9 kV 이중 모선을 만든 뒤 유닛 변전소에서 380/220 V로 낮춘다. N−1 여유, 모선 분할, 부하 등급 구분이 설계의 뼈대다.
- 변압기 효율은 무부하손(철손)과 부하손(동손)이 같아지는 부하율 \(x^* = \sqrt{P_0/P_k}\)에서 최대다. 역률 보상 용량은 \(Q_C = P(\tan\varphi_1 - \tan\varphi_2)\)이고, 손실은 \((\mathrm{PF}_1/\mathrm{PF}_2)^2\) 비율로 준다.
- 팹 전력 사고의 대부분은 정전이 아니라 0.05~0.5 s의 순간 전압 강하다. 깊이는 고장점까지의 전기적 거리(\(V = Z_F/(Z_S+Z_F)\)), 길이는 보호 장치 동작 시간이 정한다.
- SEMI F47-0706은 장비가 50 % 0.2 s, 70 % 0.5 s, 80 % 1 s의 강하를 견디도록 요구한다. ITIC(구 CBEMA) 곡선은 0 V 20 ms부터 정상 전압까지를 다루는 IT 장비 기준이다. 곡선 위는 장비, 아래는 설비가 책임진다.
- 전압 강하 손실 기대값 = 횟수 × 트립 확률 × (스크랩 + 재가동 동안의 생산 손실)이다. 장비 보강과 동적 보상은 에너지 절감보다 회수가 빠른 경우가 많다.
- 정적 UPS·DRUPS는 0 ms 절체로 순간 강하를 막고, 비상발전기는 약 10 s 뒤부터 장시간 정전을 맡는다. 독성 가스 배기·감시 부하는 반드시 백업한다. 시험하지 않은 백업은 백업이 아니다.
- 정류기형 부하는 고조파 전류를 만들고, 고조파 전압은 \(V_h \approx I_h h / R_{sc}\)로 계통이 약할수록 커진다. 접지와 등전위 본딩은 안전·낙뢰 보호·노이즈 관리의 기반이고, 클린룸 정전기는 이오나이저가 함께 다룬다.
확인 퀴즈
1. 평균 200 MW, 최대 220 MW인 팹의 부하율과 연간 전력량에 가장 가까운 것은?
2. 무부하손 \(P_0\) = 80 kW, 정격 부하손 \(P_k\) = 500 kW인 변압기의 효율이 최대가 되는 부하율은?
3. 유효전력 10 MW, 역률 0.8인 부하를 역률 1.0으로 보상하려면 필요한 커패시터 무효전력은?
4. 전원 임피던스 \(Z_S\) = 2 Ω인 154 kV 모선에서 고장점까지 선로 임피던스가 3 Ω일 때 팹 모선의 잔류 전압(3상 고장, 크기만 고려)은?
5. 다음 전압 강하 가운데 SEMI F47-0706이 장비에 견디도록 요구하지 않는 것은?
6. 154 kV 송전선 고장으로 0.1 s 동안 전압이 50 %로 떨어졌다. 다음 중 이 사건을 막는 데 효과가 없는 것은?
7. 연간 전압 강하 12회, 트립 확률 25 %, 1회 트립 손실 400만 달러일 때 연간 기대 손실은? 트립 확률을 5 %로 낮추는 대책의 연간 가치는?
8. 6펄스 정류기 부하(\(I_5\) = 20 %, \(I_7\) = 14 %, \(I_{11}\) = 9 %, \(I_{13}\) = 8 %)를 단락비 20인 모선에 연결했다. 옳은 설명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