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0

전력과 전력 품질

첨단 메모리·로직 팹 하나는 중소 도시 하나만큼의 전기를 쉬지 않고 쓴다. 그런데 팹에서 정말 무서운 것은 전기 요금보다 0.1초다. 수십 km 떨어진 송전선에 벼락이 떨어져 전압이 0.1초 동안 절반으로 꺼지면, 그 순간 수백 대의 장비가 멈추고 챔버 안의 웨이퍼가 버려지며 재가동에 하루가 걸리기도 한다. 이 장은 전기가 154 kV 송전선에서 장비 전원 단자까지 오는 길을 따라가며, 변압기와 역률 같은 “에너지의 문제”와 순간 전압 강하·고조파 같은 “품질의 문제”를 함께 계산한다.

팹은 거대한 전기 소비자다

교육용 기준 팹 FAB-E는 평균 약 200 MW를 쓴다. 가정 한 곳이 한 달에 약 300 kWh(평균 약 0.4 kW)를 쓴다고 보면 50만 가구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 전력은 1년 내내 거의 일정하게 흐른다. 공정 장비는 휴일 없이 돌고, 클린룸 공조는 사람이 없어도 멈추지 않으며, 진공 펌프와 스크러버는 웨이퍼가 없어도 대기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그래서 팹의 부하율(load factor, 평균 전력 ÷ 최대 전력)은 0.85~0.95로, 낮과 밤의 차이가 큰 상업 건물(약 0.4~0.6)보다 훨씬 높다.

전력이 어디로 가는지 나눠 보면 그림 10-1과 같다. 공정 장비(장비에 딸린 진공 펌프·히터·RF 전원 포함)가 절반 가까이를 쓰고, 그 장비들이 내는 열을 치우는 냉동 플랜트와 클린룸 공기를 만드는 공조가 나머지의 대부분을 쓴다. 비율은 공정 구성과 기후에 따라 크게 달라지므로 여기서는 교육용 가정값으로 둔다.

FAB-E 평균 전력 약 200 MW의 용도 (교육용 가정) 공정 장비 90 MW (45 %) 냉동 44 (22 %) 공조 26 배기·스크러버 12 (6 %) 가스·CDA(질소 ASU 포함) 12 (6 %) 초순수·폐수 10 (5 %) 조명·사무·기타 6 (3 %) 들어간 전기는 거의 전부 열이 된다 → 200 MW ÷ 3.517 kW/RT ≈ 약 57,000 RT FAB-E 칠러 용량 약 60,000 RT(11장)와 맞물린다. 냉동 전력은 다시 열을 만들어 냉각탑으로 버려진다.
그림 10-1. FAB-E의 전력 용도. 막대 길이는 평균 전력에 비례한다. 공정 장비 다음으로 큰 소비처가 “장비가 낸 열을 치우는 일(냉동)”과 “클린룸 공기를 만드는 일(공조)”이라는 점이 팹 전력의 특징이다. 값은 교육용 가정이며 실제 팹은 공정 구성(노광·식각·증착 비중), 기후, 설비 효율에 따라 크게 다르다.
부하특성전압 강하에 대한 민감도보통의 백업
공정 장비RF 전원, 히터, 로봇, 제어기, 진공 펌프. 장비 수가 많고 부하가 일정매우 높음. 제어기 리셋·인터록 동작이 곧 웨이퍼 스크랩일부 제어부만 UPS, 본체는 계통 전원
냉동 플랜트대형 원심 칠러(수 MW급 전동기), 냉각탑 팬, 펌프중간. 칠러가 서면 재기동에 수십 분N+1 대수, 일부 펌프만 비상전원
공조MAU·FFU·순환 팬. 인버터 구동 다수중간. 인버터가 트립하면 차압·온도가 흔들림FFU 일부 UPS, 비상발전기
배기·스크러버독성·가연성 가스 처리안전상 매우 중요비상발전기 필수, 제어부 UPS
감시·안전가스 감지기, FMCS(15장), 화재 설비, 비상조명정지 불가UPS + 비상발전기

일 부하 곡선

팹의 부하는 평평하지만 완전히 일정하지는 않다. 가장 크게 움직이는 것은 외기 온도에 따라 달라지는 냉동·공조 부하다. 한여름 오후에는 냉각탑의 습구 온도가 올라 칠러 효율이 떨어지고, 외기조화기(MAU)는 더 뜨겁고 습한 공기를 식혀야 한다. 겨울에는 반대로 외기로 냉수를 만드는 프리쿨링(11장)이 가능해 냉동 전력이 크게 준다. 아래 시뮬레이터는 이 관계를 단순한 선형 모델로 표현한다.

$$P(t) = P_{\text{tool}}\,u + P_{\text{cool,ref}}\,f_u\,\max\!\big(0.35,\ 1 + 0.018\,(T(t) - 20)\big) + P_{\text{air,ref}}\,\big(1 + 0.012\,|T(t) - 18|\big) + P_{\text{etc}}$$
\(u\): 장비 가동률, \(T(t) = T_m + \tfrac{\Delta T}{2}\cos\!\big(2\pi(t-15)/24\big)\): 오후 3시에 최고가 되는 외기 온도(°C), \(f_u\): 가동률에 따른 열부하 비율. 계수 0.018/°C와 0.012/°C는 냉동·공조 전력의 외기 민감도를 나타내는 교육용 가정값이다. 0.35는 겨울철 프리쿨링으로도 남는 최소 냉동 전력(펌프·냉각탑 팬)을 뜻한다.
SIMULATOR

FAB-E 일 부하 곡선

계절
평균 전력—
최대 전력—
부하율—
하루 전력량—
연간 환산—
웨이퍼당 전력량—
해볼 것: ① 계절을 바꾸며 냉동(하늘색) 띠의 두께를 보자. 여름과 겨울의 차이가 장비 부하 변화보다 크다. ② 가동률을 90 %에서 60 %로 낮추면 전력은 약 20 %만 준다. 공조·배기·가스처럼 웨이퍼 수와 무관한 “고정 부하”가 크기 때문에, 가동률이 떨어지면 웨이퍼당 전력량은 오히려 늘어난다. ③ 여름 피크가 수전 계약 용량(점선 250 MW)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확인하자. 남는 여유는 장비 증설과 대형 전동기 기동 전류를 위한 것이다. 모델은 교육용 근사이며, 실제 팹의 계절 변동은 기후와 설비에 따라 다르다.
FAB-E의 전력 숫자

평균 약 200 MW × 8,760 h ≈ 연간 약 1.75 TWh. 월 10만 장, 연 120만 장을 투입하면 웨이퍼당 약 1.5 MWh다. 300 mm 웨이퍼 한 장을 만드는 데 한국 가정 한 곳이 약 5개월 동안 쓰는 전기가 드는 셈이다. 전기 요금을 kWh당 약 150원으로 잡으면 연간 전력비는 약 2,600억 원 규모다(2026년 산업용 요금 수준을 가정한 교육용 계산). 전력 1 %를 아끼면 연 26억 원이고, 반대로 전압 강하 한 번이 그보다 큰 손실을 낼 수 있다는 것이 이 장의 뒷부분 주제다.

수전에서 장비까지: 154 kV에서 220 V로

한국의 전력 계통은 발전소에서 765 kV·345 kV·154 kV 송전망으로 전기를 보내고, 변전소에서 22.9 kV로 낮춰 배전한 뒤, 주상·패드 변압기에서 380/220 V로 바꿔 소비자에게 공급한다(주파수 60 Hz). 수십~수백 MW를 쓰는 팹은 22.9 kV 배전선으로는 감당할 수 없으므로 154 kV(초대형 단지는 345 kV)로 직접 받는다. 이를 특고압 수전이라 하고, 팹 부지 안에 자체 변전소를 둔다.

왜 높은 전압으로 받는가는 3상 전력 식에서 바로 보인다.

$$P = \sqrt{3}\,V_L I_L \cos\varphi \quad\Rightarrow\quad I_L = \frac{P}{\sqrt{3}\,V_L \cos\varphi},\qquad P_{\text{loss}} = 3 I_L^2 R$$
\(V_L\): 선간 전압, \(I_L\): 선전류, \(\cos\varphi\): 역률, \(R\): 상당 선로 저항. 250 MW를 역률 0.95로 받을 때 22.9 kV이면 \(I_L \approx 6{,}600\) A, 154 kV이면 약 990 A다. 전류가 1/6.7이 되므로 같은 선로라면 손실은 약 1/45로 준다.
변전소 A · 154 kV 1회선 변전소 B · 154 kV 2회선 154 kV GIS 모선 모선 연락 주변압기 154/22.9 kV 상시 개방 22.9 kV 모선 A 22.9 kV 모선 B 칠러·냉각탑대형 전동기 유닛 변전소→380 V 장비 UPS 계통제어·감시 공조·FFU인버터 다수 유닛 변전소→380 V 장비 배기·UPW·가스안전 부하 비상발전기 점선: 비상 모선(정전 시 발전기가 받는 부하)
그림 10-2. 팹 수전 계통의 개략 단선도(single-line diagram). 154 kV 두 회선을 가능하면 서로 다른 변전소에서 받고, GIS 모선과 주변압기를 거쳐 22.9 kV 이중 모선으로 나눈다. 두 모선 사이의 연락 차단기는 평소 열어 두어 한쪽 고장이 다른 쪽으로 번지지 않게 하고, 한쪽 수전이나 변압기가 빠지면 닫아서 부하를 넘긴다. 안전·감시 부하는 비상 모선으로 묶어 발전기와 UPS가 받는다. 실제 구성(변압기 수, 모선 방식, 중간 전압 6.6 kV 사용 여부)은 팹마다 다르다.

그림 10-2에서 읽어야 할 설계 원칙은 세 가지다. 첫째, 이중 수전이다. 한 회선이 고장 나거나 점검으로 빠져도 다른 회선이 팹 전체를 받을 수 있도록 각 회선과 변압기의 용량에 여유를 둔다(N−1 기준). 둘째, 모선 분할이다. 22.9 kV 모선을 둘로 나누고 같은 기능의 부하(예: 칠러 1·3호기는 A, 2·4호기는 B)를 교차 배치하면 한쪽 모선 사고에도 절반의 설비가 살아남는다. 셋째, 부하 등급이다. 모든 부하를 비상전원으로 받칠 수는 없으므로 안전·감시 부하, 순간 정지가 치명적인 부하, 몇 분 멈춰도 되는 부하를 나누고 전원 계통을 다르게 설계한다(이 장 8절).

전압구분팹에서 쓰는 곳
345 kV초고압 송전초대형 반도체 단지의 수전(복수 팹을 묶어 받음)
154 kV고압 송전일반적인 대형 팹 수전, 자체 변전소 GIS
22.9 kV배전(특고압)팹 안 주 배전 모선, 대형 칠러 전동기, 유닛 변전소 1차
6.6 / 3.3 kV고압일부 팹의 대형 전동기 전용 계통(설계에 따라 사용)
380 / 220 V저압(3상 4선식)공정 장비, 펌프, FFU, 조명. 장비 내부는 다시 208 V·DC 24 V 등으로 변환
GIS와 SF₆

154 kV 이상의 개폐 설비는 대부분 가스절연개폐장치(GIS, Gas-Insulated Switchgear)다. 차단기·단로기·모선을 금속 용기에 넣고 SF₆ 가스로 절연해 공기 절연 변전소보다 면적을 크게 줄인다. 문제는 SF₆의 지구온난화지수가 매우 크다는 점(100년 기준 CO₂의 약 23,500배, IPCC AR5)이다. 누설 관리와 회수가 필수이고, 최근에는 SF₆ 대체 절연 가스를 쓰는 개폐 장치도 도입되고 있다. 공정에서 쓰는 SF₆과 함께 16장의 Scope 1 배출에 들어간다.

변압기: 두 종류의 손실과 효율

팹의 전기는 수전에서 장비까지 보통 두 번(154 → 22.9 kV, 22.9 kV → 380 V) 변압기를 지난다. 대형 변압기 효율은 99 %를 넘지만, 200 MW에 1 %는 2 MW이고 이것이 1년 내내 열로 흩어진다. 변압기 손실은 성격이 다른 두 가지로 나뉜다.

$$\eta(x) = \frac{x\,S_r\cos\varphi}{x\,S_r\cos\varphi + P_0 + x^2 P_k},\qquad x^* = \sqrt{\frac{P_0}{P_k}}$$
\(S_r\): 정격 용량(kVA), \(x\): 부하율(실제 부하 ÷ 정격), \(x^*\): 효율이 최대가 되는 부하율. \(d\eta/dx = 0\)을 풀면 무부하손과 부하손이 같아지는 \(P_0 = x^2 P_k\)에서 효율이 최대다.
철심(규소강판 적층) 1차 권선 2차 권선 자속 Φ 무부하손 P₀ (철손) 히스테리시스 + 와전류. 전압이 걸리면 항상 부하손 x²·Pₖ (동손) 권선 I²R. 부하율의 제곱에 비례 P₀ x²Pₖ x* (효율 최대)
그림 10-3. 변압기 손실의 두 성분. 철심의 무부하손은 부하가 0이어도 생기고, 권선의 부하손은 부하율의 제곱으로 커진다. 두 손실이 같아지는 부하율 \(x^*\)에서 효율이 최대다. 대형 전력용 변압기는 보통 \(P_0\)가 \(P_k\)보다 훨씬 작아 \(x^*\)가 30~50 % 근처에 온다.

이중 수전과 N−1 설계 때문에 팹 변압기는 평소 정격의 40~60 % 정도로 운전되는 일이 많다. 한 대가 빠져도 나머지가 부하를 넘겨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 구간은 효율 곡선의 꼭대기 근처다. 반대로 증설을 대비해 크게 깔아 둔 변압기가 오랫동안 10~20 %로 돌면 무부하손 비중이 커져 효율이 떨어진다. 이것이 아몰퍼스 합금 철심처럼 무부하손이 작은 변압기가 저부하 배전용으로 쓰이는 이유다.

SIMULATOR

변압기 효율 곡선과 연간 손실

변압기
효율 η—
무부하손 / 부하손—
총 손실—
최대 효율 부하율 x*—
연간 손실 전력량—
연간 손실 비용—
해볼 것: ① 세 변압기의 곡선 꼭대기가 어느 부하율에 있는지 비교하자. 아몰퍼스는 \(P_0\)가 작아 꼭대기가 왼쪽으로 가고 저부하 효율이 높다. ② 몰드 변압기를 부하율 10 %에 두면 손실의 대부분이 무부하손이다. “크게 깔고 적게 쓰는” 설계의 비용이다. ③ 주변압기를 130 %(과부하)로 올리면 부하손이 무부하손의 수십 배가 된다. 손실은 열이고, 권선 온도가 절연 수명을 깎는다. 손실 값은 공개 규격·카탈로그 범위를 참고한 교육용 가정(약)이며, 연간 값은 부하율이 1년 내내 일정하다고 가정한 것이다.

역률과 무효전력 보상

교류 회로에서 전동기나 변압기 같은 유도성 부하는 자계를 만들기 위해 전원과 에너지를 주고받는다. 이 왕복 에너지는 일을 하지 않지만 선로에 전류를 흘린다. 실제로 일을 하는 유효전력 \(P\)(W), 왕복하는 무효전력 \(Q\)(var), 둘의 벡터 합인 피상전력 \(S\)(VA)의 관계가 전력 삼각형이다.

$$S^2 = P^2 + Q^2,\qquad \text{역률 } \mathrm{PF} = \cos\varphi = \frac{P}{S},\qquad Q_C = P\,(\tan\varphi_1 - \tan\varphi_2)$$
\(\varphi_1\): 보상 전 위상각, \(\varphi_2\): 목표 위상각, \(Q_C\): 필요한 커패시터(진상) 무효전력. 커패시터는 유도성 부하와 반대 방향의 무효전력을 공급해 선로가 실어 나르는 \(Q\)를 줄인다.
보상 전: PF 0.82 P = 40 MW Q = 27.9 Mvar S = 48.8 MVA φ₁ = 34.9° 커패시터 보상 후: PF 0.97 Q_C = −17.9 Mvar P = 40 MW (그대로) 10.0 S = 41.2 MVA 전류 −15 %, 선로 손실 −29 %
그림 10-4. 역률 보상의 원리. 유효전력 40 MW는 그대로인데 커패시터가 무효전력 17.9 Mvar를 현장에서 공급하므로 선로가 나르는 피상전력이 48.8 MVA에서 41.2 MVA로 준다. 전류는 피상전력에, 선로 손실은 전류의 제곱에 비례한다. 같은 변압기·케이블로 더 많은 유효전력을 보낼 수 있게 되는 셈이다.

팹의 역률 문제는 시대에 따라 바뀌었다. 예전에는 직입 기동 전동기가 많아 지상 역률이 낮았고, 22.9 kV 모선에 커패시터 뱅크를 달아 보상하는 것이 표준이었다. 지금은 펌프·팬·칠러 대부분이 인버터(VFD, Variable Frequency Drive)로 구동된다. 인버터의 다이오드 정류기는 기본파 역률은 1에 가깝지만 고조파 전류를 만들어 “왜형 역률”을 떨어뜨린다(이 장 9절). 또 밤이나 휴일에 부하가 줄었는데 커패시터가 그대로 붙어 있으면 무효전력이 거꾸로 계통에 들어가는 진상 상태가 되어 전압이 오른다. 그래서 대형 팹은 고정 커패시터 대신 단계 제어 커패시터, SVC(Static Var Compensator), STATCOM 같은 동적 보상 장치를 쓰기도 한다.

한국전력의 전기공급약관은 기준 역률(지상 90 %)을 두고, 역률이 그보다 낮거나 높으면 기본요금을 가감하며 심야 시간의 진상 역률도 관리한다. 세부 조건과 요율은 약관 개정에 따라 달라지므로 실무에서는 최신 약관을 확인한다.

SIMULATOR

역률 보상 계산기 (22.9 kV 모선)

필요 커패시터 Q_C—
선전류 (전 → 후)—
선로 손실 (전 → 후)—
확보되는 피상전력—
해볼 것: ① 목표 역률을 0.95에서 1.00으로 올릴 때 필요한 커패시터가 얼마나 급하게 늘어나는지 보자. 마지막 몇 %가 가장 비싸다. 실무에서 0.95~0.98 근처를 목표로 삼는 이유다. ② 목표 역률을 보상 전 역률보다 낮게 두면 보상이 필요 없다고 나온다. ③ 손실 감소율은 \(1-(\mathrm{PF}_1/\mathrm{PF}_2)^2\)로 R과 무관하다. R은 절대 손실(kW)만 바꾼다. 선간 전압 22.9 kV, 3상 평형 부하를 가정했다.

순간 전압 강하: 정전보다 흔하고 더 비싼 사건

팹 전력 사고의 대부분은 완전한 정전이 아니다. 전압이 0.05~0.5초 동안 정격의 50~90 %로 떨어졌다가 돌아오는 순간 전압 강하(voltage sag 또는 voltage dip)다. 사람은 형광등이 깜빡이는 정도로 느끼지만, 정밀 장비의 제어 전원과 접촉기에는 충분히 큰 충격이다. IEEE 1159는 전압이 0.1~0.9 pu로 0.5사이클~1분 동안 떨어지는 현상을 sag로, 0.1 pu 아래로 떨어지는 것을 순간 정전(interruption)으로 구분한다.

RMS 100 % RMS 50 % 고장 발생 차단기가 고장 제거 약 5.5사이클 ≈ 0.09 s (60 Hz) 전압이 돌아와도 장비는 이미 멈췄을 수 있다
그림 10-5. 전형적인 순간 전압 강하. 송전선에서 고장이 나면 고장점으로 큰 전류가 흐르며 주변 모선 전압이 함께 떨어진다. 보호 계전기가 고장을 감지하고 차단기가 고장 구간을 떼어 낼 때까지(154 kV 주보호 기준 보통 0.1초 안팎) 전압이 낮게 유지되고, 차단 후 즉시 회복된다. 전압 강하의 깊이는 고장 지점까지의 전기적 거리가, 지속 시간은 보호 장치의 동작 시간이 결정한다.

원인

대부분의 송전선 고장은 1선 지락이다. 1선 지락은 세 상 가운데 한 상만 크게 떨어뜨리고, 팹까지 오는 동안 변압기 결선(Δ-Y)을 거치며 두 상이 함께 떨어지는 모양으로 바뀐다. 그래서 장비가 보는 전압 강하는 보통 3상 고장보다 얕다. 이 장의 계산은 가장 단순한 3상 평형 고장을 기준으로 한다.

깊이를 결정하는 전압 분배

방사형 계통에서 팹이 연결된 모선(PCC, Point of Common Coupling)의 전압은 전원 임피던스 \(Z_S\)와 모선~고장점 선로 임피던스 \(Z_F\)의 전압 분배로 근사할 수 있다.

$$V_{\text{sag}} = \frac{Z_F}{Z_S + Z_F}\ \text{(pu)},\qquad Z_S = \frac{V_n^2}{S_{sc}},\qquad Z_F = z\,d$$
\(S_{sc}\): 모선의 3상 단락 용량(VA), \(V_n\): 공칭 선간 전압, \(z\): 선로 단위 길이 임피던스(Ω/km, 154 kV 가공선 약 0.4), \(d\): 고장점까지 거리. 임피던스 각 차이는 무시했다. 장비가 견디는 한계 전압 \(V_c\)가 주어지면, \(V_{\text{sag}} < V_c\)가 되는 “취약 거리”는 \(d_c = \dfrac{Z_S\,V_c}{z\,(1-V_c)}\)이다.
(a) 전압 분배 모델 계통 전원 Z_S PCC Z_F = z·d 고장점 팹 고장점이 가까울수록 Z_F가 작아 PCC 전압이 깊이 떨어진다 (b) 취약 영역 (area of vulnerability) 팹 모선 반경 d_c 안의 고장 → V < V_c 트립 트립 견딤
그림 10-6. (a) 순간 전압 강하의 깊이를 정하는 전압 분배. (b) 장비가 견디는 한계 전압 \(V_c\)를 정하면 모선에서 반경 \(d_c\) 안쪽 선로에서 난 고장만 장비를 멈추게 한다. 이 “취약 영역” 안의 선로 총 길이에 고장률을 곱하면 연간 트립 횟수를 추정할 수 있다. 장비의 \(V_c\)를 낮출수록(더 깊은 강하를 견딜수록) 취약 영역이 빠르게 줄어든다.
SIMULATOR

고장 거리 → 잔류 전압 → 연간 트립 횟수

수전 전압
전원 임피던스 Z_S—
잔류 전압 V_sag—
취약 거리 d_c—
예상 트립 횟수—
해볼 것: ① 단락 용량을 키워 보자(강한 계통). \(Z_S\)가 작아져 같은 거리의 고장에서도 전압이 덜 떨어지고, \(d_c\)가 \(Z_S\)에 비례하므로 취약 거리와 연간 트립 횟수도 함께 준다. 강한 계통에 붙은 팹이 전압 강하에 덜 시달리는 이유다. ② 장비 한계 전압을 70 %에서 50 %로 낮추면(SEMI F47 수준의 내성) 취약 거리가 절반 아래로 준다. ③ 선로 고장률은 낙뢰가 잦은 지역·계절에 커진다. 선로 길이가 \(d_c\)보다 길다고 가정했고, 단위 길이 임피던스는 154 kV 0.4 Ω/km, 345 kV 0.3 Ω/km로 둔 근사다.

SEMI F47과 ITIC: 장비가 견뎌야 하는 곡선

전압 강하를 설비 쪽에서 모두 막으려면 팹 전체에 UPS를 달아야 하는데, 수백 MW 규모에서는 비용과 손실 때문에 비현실적이다. 그래서 반도체 업계는 장비가 일정 수준의 강하는 스스로 견디도록 요구하는 길을 택했다. 그것이 SEMI F47 (Specification for Semiconductor Processing Equipment Voltage Sag Immunity)이다. 2000년 처음 제정(F47-0200)되었고, 널리 인용되는 개정판이 F47-0706이다. 시험 방법은 SEMI F42가 정한다.

잔류 전압 (정격 대비)지속 시간 (s)60 Hz 사이클50 Hz 사이클
50 %0.05 ~ 0.23 ~ 122.5 ~ 10
70 %0.2 ~ 0.512 ~ 3010 ~ 25
80 %0.5 ~ 1.030 ~ 6025 ~ 50

SEMI F47-0706의 요구 견딤 곡선. 장비는 이 계단선 위쪽(더 얕고 더 짧은 강하)에서 정지 없이 동작을 계속해야 한다. 0.05 s 미만과 1 s 초과 구간, 50 % 아래의 강하는 요구 범위 밖이다. 판에 따라 문구와 시험 조건이 보완되므로 실무에서는 최신판을 확인한다.

F47보다 먼저 나온 기준이 컴퓨터 전원을 위한 CBEMA 곡선(1970년대, Computer Business Equipment Manufacturers Association)이고, 이를 단순화·개정한 것이 ITIC 곡선(Information Technology Industry Council, 2000년 개정)이다. ITIC는 120 V 단상 IT 장비를 위한 곡선으로, 0 V(완전 정전)도 20 ms까지는 견디도록 요구하고(전원 콘덴서의 홀드업), 70 %는 0.5 s까지, 80 %는 10 s까지, 90 % 이상은 계속 견디도록 한다. 위쪽(과전압) 한계도 있다는 점이 F47과 다르다.

1 ms 10 ms 0.1 s 1 s 10 s 100 s 지속 시간 (로그 축) 0 %50 %70 %100 %120 %140 % SEMI F47: 50 % · 0.05~0.2 s 70 % · ~0.5 s 80 % · ~1 s ITIC: 0 V 20 ms ITIC 90 % ITIC 과전압 한계 곡선 사이 = 장비가 정상 동작해야 하는 영역
그림 10-7. SEMI F47-0706(굵은 계단선)과 ITIC(가는 선) 곡선. 가로축은 강하 지속 시간(로그), 세로축은 잔류 전압이다. F47은 0.05~1 s의 세 계단만 규정하고, ITIC는 0 V 20 ms에서 시작해 정상 전압 범위까지 이어진다. ITIC가 짧은 완전 정전에 더 엄격하고, F47은 반도체 장비에서 실제로 문제가 된 0.1~0.5 s대의 중간 깊이 강하에 초점을 맞춘다.

F47을 만족시키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장비 본체의 제어 컴퓨터는 UPS로 받쳐 두어도, 전원 계통 어딘가에 있는 약한 고리 하나가 전체를 멈추게 한다. 대표적인 약한 고리는 다음과 같다.

대책으로는 릴레이 코일을 DC 전원으로 바꾸거나, 코일 홀드인 장치(coil hold-in device), 소형 UPS·커패시터 보상기, 인버터의 순간 정전 재기동 설정을 쓴다. 대부분 장비 한 대당 수십~수백만 원 수준으로, 웨이퍼 몇 장의 값보다 싸다.

SIMULATOR

전압 강하 판정기: SEMI F47 · ITIC · 실제 장비

사건 예
장비의 실제 내성
사건—
SEMI F47 요구 범위—
ITIC 허용 영역—
이 장비는—
—
해볼 것: ① “보강 전 장비”로 두고 사건 예를 차례로 눌러 보자. 규격이 견디라고 요구하는 사건에서 멈추는 경우가 바로 F47 미충족이다. ② 같은 사건을 “F47 충족 장비”로 바꾸면 결과가 어떻게 달라지는가? ③ 재폐로 순간 정전(0 %, 0.4 s)은 어떤 장비도 스스로 못 견딘다. 이 영역은 장비가 아니라 UPS·DRUPS 같은 설비의 몫이다. 세 장비의 내성 곡선은 전형적인 경향을 단순화한 교육용 가정이다.
장비 규격과 설비 대책의 경계

F47의 핵심은 “누가 무엇을 책임지는가”를 나눈 것이다. 곡선 위쪽의 흔한 강하는 장비 제조사가 책임지고, 곡선 아래쪽의 깊고 긴 강하와 정전은 팹(설비)이 UPS·DRUPS·동적 전압 보상기(DVR, Dynamic Voltage Restorer)로 책임진다. 팹은 장비 구매 사양서에 F47 충족(시험 성적서)을 넣고, 설비 대책은 그 아래 영역만 겨냥해 용량을 줄인다.

전압 강하 한 번의 값

전압 강하로 장비가 멈추면 손실은 세 갈래로 생긴다. 첫째, 챔버 안에서 공정 중이던 웨이퍼가 스크랩되거나 재작업 대상이 된다. 식각·증착 도중 플라스마가 꺼진 웨이퍼, 확산로에서 온도 프로파일이 깨진 배치는 대개 살릴 수 없다. 둘째, 재가동 시간이다. 진공을 다시 뽑고, 온도를 안정시키고, 챔버를 시즈닝하고, 모니터 웨이퍼로 재인증하는 데 장비에 따라 몇 시간에서 하루 이상 걸린다. 그동안 그 장비가 처리했을 웨이퍼만큼 생산이 줄어든다. 셋째, 보이지 않는 손실이다. 멈추지는 않았지만 공정 조건이 흔들린 웨이퍼가 나중에 수율 저하로 나타난다(YieldBook 참고).

$$E[L_{\text{year}}] = \lambda\; p_{\text{trip}}\; \Big( \underbrace{N_{\text{tool}}\, f\, w\, v}_{\text{스크랩}} + \underbrace{f\,\dot W\,T_r\,m}_{\text{생산 손실}} \Big)$$
\(\lambda\): 연간 전압 강하 횟수, \(p_{\text{trip}}\): 강하가 장비 정지로 이어질 확률, \(N_{\text{tool}}\): 장비 수(FAB-E 약 1,500대), \(f\): 한 번 트립에 멈추는 장비 비율, \(w\): 장비당 챔버 안 웨이퍼 수, \(v\): 공정 중 웨이퍼 가치, \(\dot W\): 팹 시간당 웨이퍼 처리량(월 10만 장 ≈ 시간당 약 137장), \(T_r\): 복구 시간, \(m\): 웨이퍼 한 장 생산이 늦어질 때 잃는 이익. 생산 손실 항은 “멈춘 장비 비율만큼 팹 처리량이 준다”는 교육용 근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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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압 강하 손실 기대값과 대책 비교

대책
트립 확률 p_trip—
1회 손실 (스크랩)—
1회 손실 (생산)—
1회 트립 총손실—
연간 기대 손실—
“대책 없음” 대비 절감—
해볼 것: ① 기본값에서 스크랩과 생산 손실 중 어느 쪽이 큰가? 챔버 안 웨이퍼가 25장인 배치형 장비(확산로)가 많은 구역이라면 w를 키워 보자. ② 복구 시간을 8시간에서 48시간으로 늘리면 생산 손실이 지배적이 된다. 재가동 절차를 줄이는 것도 전력 품질 대책이다. ③ 대책 버튼을 바꿔 연간 절감액을 보고, 그 돈으로 몇 년 안에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자. 대책별 트립 확률(35 %, 12 %, 3 %, 0.5 %)과 모든 금액은 교육용 가정이며 특정 팹의 실적이 아니다.
FAB-E의 한 해

FAB-E가 연간 10회의 의미 있는 전압 강하를 겪고 그중 3~4회가 장비 정지로 이어진다고 하자. 기본값으로 계산하면 1회 트립 손실은 약 470만 달러, 연간 기대 손실은 약 1,600만 달러다. 장비 F47 보강으로 트립 확률을 12 %로 낮추면 연간 약 1,100만 달러를 아낀다. 같은 돈을 전기 요금에서 아끼려면 전력을 약 4 %(연 약 70 GWh) 줄여야 한다. 전력 품질 투자가 에너지 절감보다 회수가 빠른 경우가 많은 이유다.

UPS·DRUPS·ESS·비상발전기

장비 내성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깊은 강하와 정전에는 설비 측 백업이 필요하다. 백업 장치는 “얼마나 빨리 넘겨받는가(절체 시간)”와 “얼마나 오래 버티는가(자립 시간)”로 구분된다.

(a) 정적 UPS (온라인 이중 변환) 계통 정류기 DC 링크 배터리 인버터 부하 바이패스(STS) 절체 0 ms · 자립 5~15분 효율 약 94~97 % (b) DRUPS (디젤 회전형) 계통 초크 부하 M/G 플라이휠 클러치 디젤 엔진 플라이휠이 수~십수 초 버티는 동안 엔진 기동 · MW급 (c) ESS + 비상발전기 계통 발전기 ATS BESS+PCS 부하 발전기 기동 약 10 s, ATS 절체 ESS는 피크 저감·주파수 보조 겸용
그림 10-8. 백업 전원의 세 가지 구성. (a) 정적 UPS는 평소에도 정류기→인버터를 거쳐 전력을 공급하므로 정전 순간 절체 시간이 0이다. (b) DRUPS는 계통과 부하 사이에 회전기(전동기 겸 발전기)를 두고 플라이휠의 운동 에너지로 엔진이 기동할 때까지 버틴다. 배터리가 없고 MW 단위 대용량에 유리하다. (c) 비상발전기는 기동에 약 10초가 걸리므로 그동안의 공백을 UPS나 배터리 에너지 저장 장치(BESS)가 메운다.
장치절체 시간자립 시간장점약점
정적 UPS (이중 변환)0 ms5~15분 (배터리)완벽한 무순단, 전압·주파수 정형상시 변환 손실 3~6 %, 배터리 교체·화재 관리
DRUPS0 ms (회전기 상시 연결)플라이휠 수~십수 초 + 엔진 연료만큼MW급, 배터리 없음, 수명 김소음·진동, 기계 정비, 큰 설치 공간
BESS (리튬이온)수 ms~수십 ms (PCS 제어)수십 분~수 시간피크 저감·요금 절감과 겸용화재 위험, 셀 열화
비상 디젤 발전기약 10 s (기동) + ATS연료 저장량만큼 (보통 수십 시간)장시간 정전 대응, 단가 낮음순간 강하에는 무력, 정기 부하 시험 필요
정지형 절체 스위치 (STS)약 4 ms (¼사이클)—두 전원 사이 고속 절체두 전원이 동시에 강하하면 무의미

비상발전기는 화재·안전 법규가 요구하는 부하(배기, 가스 감지, 소방 펌프, 비상조명)를 받는다. 미국 NFPA 110은 정전 후 10초 안에 부하를 받는 등급(Type 10)을 두며, 국내 법규도 비상전원의 기동과 용량을 정하고 있다. 반도체 팹은 법적 최소치보다 훨씬 넓은 범위, 즉 독성 가스 배기와 스크러버, 질소 공급, 일부 공조까지 발전기로 받친다. 공정이 멈추는 것보다 독성 가스가 처리되지 않는 것이 더 큰 사고이기 때문이다(14장).

$$E_{\text{bat}} = \frac{P_{\text{UPS}}\; t_{\text{auto}}}{\eta_{\text{inv}}\;\mathrm{DoD}},\qquad E_{\text{fly}} = \tfrac12 J\left(\omega_1^2 - \omega_2^2\right) \ge P\,t_{\text{bridge}},\qquad V_{\text{fuel}} \approx s_{\text{fc}}\,P_{\text{gen}}\,t$$
\(t_{\text{auto}}\): 자립 시간, \(\eta_{\text{inv}}\): 인버터 효율(약 0.95), DoD: 허용 방전 심도(약 0.8), \(J\): 플라이휠 관성 모멘트, \(\omega_1, \omega_2\): 방전 전후 각속도, \(t_{\text{bridge}}\): 엔진이 부하를 받을 때까지의 시간, \(s_{\text{fc}}\): 디젤 연료 소비율(대형 발전기 약 0.25~0.28 L/kW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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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 타임라인과 백업 용량

무순단 장치
저장 에너지 필요량—
발전기 (3 MW급, N+1)—
연료 소비—
FAB-E 피크 대비 백업 비율—
—
해볼 것: ① 정전 시간을 0.2초로 두고 재생해 보자. 발전기는 아직 기동도 못 했는데 계통이 돌아온다. 순간 강하·순간 정전에 발전기가 소용없는 이유다. 그 사이 “일반 부하”는 이미 멈췄다. ② 정전을 1시간으로 늘리고 “발전기 기동 실패”를 켜면 정적 UPS는 배터리 시간만큼, DRUPS는 플라이휠 몇 초만 버틴다. ③ 무순단 장치를 DRUPS로 바꾸면 저장 에너지 단위가 kWh에서 MJ로 바뀐다. 에너지는 작지만 출력이 크다. 장비 대수·효율·연료율은 교육용 가정(약)이다.
“백업이 있다”와 “백업이 동작한다”는 다르다

발전기는 실제 부하를 걸어 보지 않으면 기동 실패, 연료 열화, 절체 회로 결함을 알 수 없다. 많은 정전 사고에서 문제는 백업 장치가 없어서가 아니라, 시험하지 않은 백업이 필요한 순간에 동작하지 않아서 생겼다. 정기 부하 시험과 실제 절체 훈련, 배터리 내부 저항 측정이 백업 설계만큼 중요하다(15장).

고조파와 THD

저항 같은 선형 부하는 전압과 같은 모양의 사인파 전류를 흘린다. 하지만 정류기를 가진 부하(인버터, DC 전원, UPS 입력단, LED 조명)는 전압 꼭짓점 근처에서만 전류를 뽑아 쓰므로 전류가 찌그러진다. 주기적인 찌그러진 파형은 기본파(60 Hz)와 그 정수배 주파수 성분, 즉 고조파(harmonics)의 합으로 나타낼 수 있다(푸리에 급수).

$$i(t) = \sum_{h} \sqrt2\, I_h \cos(h\omega t + \theta_h),\qquad \mathrm{THD}_I = \frac{\sqrt{\sum_{h\ge2} I_h^2}}{I_1},\qquad I_{\text{rms}} = I_1\sqrt{1 + \mathrm{THD}_I^2}$$
\(I_h\): h차 고조파 전류 실효값. 6펄스 정류기의 이상적인 선전류는 \(h = 6k \pm 1\)(5, 7, 11, 13, …)차만 가지며 크기는 \(I_h/I_1 = 1/h\)다. 12펄스 정류기는 5·7차가 상쇄되어 11·13차부터 남는다.

고조파 전류는 계통 임피던스를 지나며 고조파 전압을 만든다. 계통 리액턴스는 주파수에 비례하므로 h차 성분에서는 h배 커진다. 단락비 \(R_{sc} = I_{sc}/I_L\)(부하 전류 대비 단락 전류)로 쓰면 고조파 전압은 다음과 같이 근사된다.

$$V_h\,[\%] \approx I_h\,[\%] \times \frac{h}{R_{sc}},\qquad \mathrm{THD}_V = \sqrt{\textstyle\sum_h V_h^2}$$
\(I_h[\%]\): 부하 기본파 전류 대비 h차 전류 비율. 단락비가 작은(약한) 계통일수록 같은 고조파 전류가 더 큰 전압 왜곡을 만든다.

고조파의 문제는 여러 가지다. 변압기와 케이블의 추가 발열(와전류 손실은 주파수 제곱에 비례), 역률 보상 커패시터와 계통 리액턴스 사이의 공진, 3상 4선식에서 3의 배수 고조파(triplen harmonics)가 중성선에 더해져 흐르는 과전류, 전압 왜곡에 따른 다른 장비의 오동작이다. 미국 IEEE 519는 PCC에서의 전압 왜곡 한도를 정한다. 2014년판 기준으로 1 kV 이하에서 THD 8 %(개별 5 %), 1~69 kV에서 5 %(개별 3 %), 69~161 kV에서 2.5 %(개별 1.5 %)다. 대책으로는 다펄스 정류기, 능동 전단(AFE, Active Front End) 인버터, 수동 고조파 필터, 능동 고조파 필터(AHF)가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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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조파 합성기: 파형 · 스펙트럼 · THD

부하 예
전류 THD_I—
I_rms / I₁—
파고율—
전압 THD_V (PCC)—
중성선 전류 / I₁—
—
해볼 것: ① “6펄스 정류기”에서 전류 THD는 약 27 %인데, 단락비 20이면 각 고조파 전압이 모두 약 5 %로 같아진다. 차수가 높을수록 전류는 작지만 계통 리액턴스는 크기 때문이다. ② 단락비를 100으로 올리면(강한 계통) 같은 부하가 전압을 훨씬 덜 찌그러뜨린다. ③ “단상 SMPS 다수”는 3차 고조파가 커서 3상 4선식 중성선 전류가 상전류보다 커질 수 있다. 중성선 전류는 평형 3상에서 3의 배수 차수가 세 상 모두 같은 위상으로 더해진다고 보고 \(3 I_3\)로 계산했다(9차 이상은 생략). 판정 기준은 1~69 kV 모선(THD_V 5 %, 개별 3 %)을 가정했다.

접지와 등전위, 그리고 정전기

접지(grounding/earthing)는 세 가지 일을 한다. 첫째는 안전이다. 절연이 파괴되어 장비 외함에 전압이 걸려도 접지를 통해 고장 전류가 흘러 차단기가 빨리 동작하게 하고, 사람이 닿는 금속 부분의 전위를 낮게 유지한다. 둘째는 낙뢰 보호다. 피뢰침과 인하 도선으로 들어온 수십 kA의 낙뢰 전류를 대지로 흘린다(IEC 62305). 셋째는 기능 접지다. 계측·통신 장비의 신호 기준 전위를 안정시키고 노이즈를 줄인다.

한국은 2021년부터 한국전기설비규정(KEC)에 따라 IEC 방식의 계통 접지(TN, TT, IT)를 쓴다. 대형 건물은 대개 TN-S(보호 도체 PE와 중성선 N을 분리) 방식을 쓰고, 건물 전체의 금속 구조물·배관·덕트·장비 외함을 하나의 망으로 묶는 등전위 본딩(equipotential bonding)을 한다. 접지의 핵심은 “접지 저항이 몇 Ω인가”보다 “어느 두 점 사이에도 위험한 전위차가 생기지 않는가”다.

지표 팹 건물 (클린룸·서브팹) 수뢰부(피뢰침) 인하 도선 메시 접지망 주접지단자 공정 장비 외함 PE 배관·덕트 등전위 본딩 도체 이오나이저 + / − 이온 모든 금속을 한 망으로 → 어디를 만져도 같은 전위
그림 10-9. 팹 접지 개념도. 건물 기초 아래의 메시 접지망, 주접지단자를 통한 보호 도체(PE) 연결, 장비 외함·배관·덕트·이중 바닥 지지대를 묶는 등전위 본딩, 피뢰 설비의 인하 도선이 하나의 체계를 이룬다. 클린룸의 정전기는 접지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절연체(웨이퍼 캐리어, 석영, 레티클)에 쌓인 전하는 이오나이저가 공급하는 이온으로 중화한다.

클린룸은 정전기(ESD, Electrostatic Discharge)에 특히 불리한 환경이다. 습도가 45 % 안팎으로 관리되어 건조한 편이고, 웨이퍼·FOUP·레티클·석영 부품처럼 절연성 표면이 많으며, 단방향 기류가 마찰 대전을 돕는다. 대전된 표면은 입자를 정전기력으로 끌어당기고(2장), 방전 순간의 전류와 전자기 펄스는 소자와 장비 제어부를 손상시킨다. 그래서 도전성 바닥과 작업복, 손목 접지대, 장비 로드포트의 접지, 레티클 취급 구역의 이오나이저를 함께 쓴다. ESD 관리 프로그램은 ANSI/ESD S20.20이나 IEC 61340-5-1을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자기장·전자기 간섭과 이오나이저의 세부는 12장에서 다룬다.

접지 루프와 노이즈

계측 장비의 신호선 차폐를 양쪽 끝에서 서로 다른 접지점에 연결하면, 두 접지점 사이의 작은 전위차가 차폐선에 전류를 흘리는 접지 루프가 생긴다. 대형 전동기·인버터가 가까이 있으면 이 전류에 고조파가 실려 센서 신호에 잡음으로 나타난다. 등전위 본딩을 촘촘히 하고, 신호 접지를 한 점에서 잡거나 차폐 연결 방식을 주파수에 맞게 고르는 것이 대책이다. 전력 품질 문제가 “측정 데이터의 이상”으로 처음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핵심 정리

  1. FAB-E는 평균 약 200 MW, 연간 약 1.75 TWh(웨이퍼당 약 1.5 MWh)를 쓴다. 공정 장비가 절반 가까이, 냉동·공조가 3분의 1 이상이며, 들어간 전기는 거의 모두 열이 되어 냉동 부하로 돌아온다.
  2. 대형 팹은 154/345 kV로 이중 수전하고, 주변압기로 22.9 kV 이중 모선을 만든 뒤 유닛 변전소에서 380/220 V로 낮춘다. N−1 여유, 모선 분할, 부하 등급 구분이 설계의 뼈대다.
  3. 변압기 효율은 무부하손(철손)과 부하손(동손)이 같아지는 부하율 \(x^* = \sqrt{P_0/P_k}\)에서 최대다. 역률 보상 용량은 \(Q_C = P(\tan\varphi_1 - \tan\varphi_2)\)이고, 손실은 \((\mathrm{PF}_1/\mathrm{PF}_2)^2\) 비율로 준다.
  4. 팹 전력 사고의 대부분은 정전이 아니라 0.05~0.5 s의 순간 전압 강하다. 깊이는 고장점까지의 전기적 거리(\(V = Z_F/(Z_S+Z_F)\)), 길이는 보호 장치 동작 시간이 정한다.
  5. SEMI F47-0706은 장비가 50 % 0.2 s, 70 % 0.5 s, 80 % 1 s의 강하를 견디도록 요구한다. ITIC(구 CBEMA) 곡선은 0 V 20 ms부터 정상 전압까지를 다루는 IT 장비 기준이다. 곡선 위는 장비, 아래는 설비가 책임진다.
  6. 전압 강하 손실 기대값 = 횟수 × 트립 확률 × (스크랩 + 재가동 동안의 생산 손실)이다. 장비 보강과 동적 보상은 에너지 절감보다 회수가 빠른 경우가 많다.
  7. 정적 UPS·DRUPS는 0 ms 절체로 순간 강하를 막고, 비상발전기는 약 10 s 뒤부터 장시간 정전을 맡는다. 독성 가스 배기·감시 부하는 반드시 백업한다. 시험하지 않은 백업은 백업이 아니다.
  8. 정류기형 부하는 고조파 전류를 만들고, 고조파 전압은 \(V_h \approx I_h h / R_{sc}\)로 계통이 약할수록 커진다. 접지와 등전위 본딩은 안전·낙뢰 보호·노이즈 관리의 기반이고, 클린룸 정전기는 이오나이저가 함께 다룬다.

확인 퀴즈

1. 평균 200 MW, 최대 220 MW인 팹의 부하율과 연간 전력량에 가장 가까운 것은?

부하율 = 평균 ÷ 최대 = 200/220 ≈ 0.91. 연간 전력량은 평균 전력 × 8,760 h = 200 MW × 8,760 h ≈ 1.75 TWh다. 최대 전력을 곱하면 1.93 TWh로 과대 추정된다.

2. 무부하손 \(P_0\) = 80 kW, 정격 부하손 \(P_k\) = 500 kW인 변압기의 효율이 최대가 되는 부하율은?

\(x^* = \sqrt{P_0/P_k} = \sqrt{0.16} = 0.4\). 이때 부하손 \(0.4^2 \times 500 = 80\) kW가 무부하손과 같다. 16 %는 제곱근을 빼먹은 값이다.

3. 유효전력 10 MW, 역률 0.8인 부하를 역률 1.0으로 보상하려면 필요한 커패시터 무효전력은?

\(\tan\varphi_1 = 0.6/0.8 = 0.75\), \(\tan\varphi_2 = 0\)이므로 \(Q_C = 10 \times 0.75 = 7.5\) Mvar. 피상전력 12.5 MVA의 0.6배인 7.5 Mvar와 같은 값이다.

4. 전원 임피던스 \(Z_S\) = 2 Ω인 154 kV 모선에서 고장점까지 선로 임피던스가 3 Ω일 때 팹 모선의 잔류 전압(3상 고장, 크기만 고려)은?

\(V = Z_F/(Z_S + Z_F) = 3/5 = 0.6\) pu. 40 %는 \(Z_S/(Z_S+Z_F)\), 즉 전원 임피던스에 걸리는 전압 강하분이다.

5. 다음 전압 강하 가운데 SEMI F47-0706이 장비에 견디도록 요구하지 않는 것은?

0.2~0.5 s 구간의 요구는 70 %다. 60 %·0.4 s는 계단선 아래(더 깊음)이므로 규격 범위 밖이고, 이 사건으로 장비가 멈춰도 F47 위반이 아니다. 나머지 셋은 모두 계단선 위에 있다.

6. 154 kV 송전선 고장으로 0.1 s 동안 전압이 50 %로 떨어졌다. 다음 중 이 사건을 막는 데 효과가 없는 것은?

비상발전기는 기동해서 부하를 받기까지 약 10초가 걸리므로 0.1초짜리 강하가 끝난 뒤에야 준비된다. 순간 강하는 0 ms로 동작하는 UPS·DRUPS나 장비 자체의 내성으로 막아야 한다.

7. 연간 전압 강하 12회, 트립 확률 25 %, 1회 트립 손실 400만 달러일 때 연간 기대 손실은? 트립 확률을 5 %로 낮추는 대책의 연간 가치는?

\(12 \times 0.25 \times 400 = 1{,}200\)만 달러. 대책 후 \(12 \times 0.05 \times 400 = 240\)만 달러이므로 절감액(대책의 연간 가치)은 960만 달러다.

8. 6펄스 정류기 부하(\(I_5\) = 20 %, \(I_7\) = 14 %, \(I_{11}\) = 9 %, \(I_{13}\) = 8 %)를 단락비 20인 모선에 연결했다. 옳은 설명은?

\(\sqrt{0.2^2+0.14^2+0.09^2+0.08^2} \approx 0.27\). 고조파 전압은 \(20\times5/20 = 5\), \(14\times7/20 \approx 4.9\), \(9\times11/20 \approx 5.0\), \(8\times13/20 = 5.2\) %로 차수가 높아도 줄지 않는다. 합하면 약 10 %로 IEEE 519 권고(1~69 kV에서 5 %)를 넘는다. 6펄스 정류기에는 3차 성분이 없다. 51 %는 비율을 제곱하지 않고 단순히 더한 값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