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층 식각
지금까지의 식각은 연속이었다. 라디칼과 이온이 동시에 쏟아지고, 표면은 흐르는 시간만큼 깎인다. 깎이는 양은 속도 × 시간이고, 속도는 웨이퍼의 위치와 무늬의 폭과 챔버의 기분에 따라 몇 %씩 흔들린다. 원자층 식각(ALE)은 생각을 바꾼다. 식각을 두 반쪽으로 쪼개고, 각 반쪽이 스스로 멈추게 만든다. 그러면 한 주기에 깎이는 양은 시간이 아니라 원자의 배열이 정한다. 같은 일을 몇 번 되풀이했느냐만 남는다.
- 개질과 제거 두 단계가 각각 자기 제한일 때 한 주기의 식각량(EPC)이 정해지는 원리를 설명한다.
- 포화 곡선으로 개질·제거·퍼지 시간을 정하고, 퍼지가 짧으면 자기 제한이 깨지는 이유를 말한다.
- 이온 에너지에 대한 ALE 창과 시너지 \((\text{EPC} - \alpha - \beta)/\text{EPC}\)를 계산한다.
- ALE가 거칠기와 ARDE를 줄이는 이유와 그 조건(충분한 흡착)을 이해한다.
- 열적 ALE, 준-ALE의 차이를 알고, EB-20의 정지막 제거에 ALE를 쓰는 득실을 따진다.
식각을 두 반쪽으로 쪼갠다
6장의 코번-윈터스 실험을 떠올린다. 염소나 불소 라디칼만으로는 실리콘이 느리게 깎이고, Ar 이온만으로도 느리다. 둘을 함께 쬐면 열 배 넘게 빨라진다. 연속 식각은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쓴다. ALE는 같은 두 가지를 번갈아 쓴다.
- 개질(Modification): 염소 기체(또는 라디칼)를 흘린다. 표면 원자 한두 층이 SiClₓ로 바뀐다. 염소는 표면에만 붙고 그 아래로 들어가지 못하므로, 표면이 다 덮이면 더 흘려도 아무 일이 없다. 이것이 첫 번째 자기 제한(Self-limiting)이다.
- 퍼지(Purge): 남은 염소 기체를 빼낸다.
- 제거(Removal): 낮은 에너지(수십 eV)의 Ar 이온을 쬔다. 이온은 약하게 붙은 SiClₓ 층은 떼어 내지만, 그 아래의 개질되지 않은 실리콘은 스퍼터하지 못한다. 개질층이 다 떨어지면 더 쬐어도 아무 일이 없다. 두 번째 자기 제한이다.
- 퍼지: 떨어져 나온 생성물을 빼낸다. 그리고 1로 돌아간다.
아래는 실리콘 격자 위에서 이 주기를 돌리는 그림이다. 회색 원이 실리콘, 분홍 원이 염소가 붙은 실리콘이다. 재생을 누르면 네 단계가 차례로 돈다. 이온 에너지와 흡착 시간을 바꿔 본다.
원자 격자 위의 ALE 주기
격자에서 본 것을 숫자로 적으면, 한 주기의 식각량은 두 단계의 포화도의 곱이다.
포화 곡선: 얼마나 오래 흘릴 것인가
ALE 공정을 새로 만들 때 가장 먼저 그리는 것이 포화 곡선이다. 한 단계의 시간을 바꿔 가며 EPC를 잰다. 시간이 짧으면 EPC가 시간에 따라 오르고, 충분히 길면 평평해진다. 평평해지는 곳 바로 뒤가 그 단계의 시간이다. 더 길게 하면 손해만 본다. 한 주기가 길어져 처리 속도가 떨어진다.
퍼지도 중요하다. 퍼지가 짧으면 개질 단계의 염소가 남아 있다가 이온 단계에서 연속 식각을 한다. 그러면 EPC가 이온 시간에 따라 계속 올라가 평평한 구간이 사라진다. 아래 두 그래프의 손잡이로 개질 시간과 제거 시간을 고르고, 퍼지 시간을 줄여 본다.
개질·제거·퍼지 시간과 EPC
여기서 ALE의 약점이 드러난다. 느리다. 평평한 곳에 앉으면 한 주기가 수 초이고 EPC가 0.5 nm라면 분당 5~10 nm다. 연속 식각의 수십~수백 nm/분과 견주면 열 배 이상 느리다. 그래서 ALE는 수백 nm를 파는 데 쓰지 않는다. 마지막 몇 nm, 원자 몇 층의 정밀도가 필요한 곳에만 쓴다. 장비는 빠른 가스 전환(수십~수백 ms), 주기마다 켜고 끄는 바이어스, 두 가스를 공간적으로 나눠 웨이퍼가 지나가게 하는 방식 등으로 주기 시간을 줄인다.
ALE 창과 시너지
이온 에너지를 고르는 일은 두 문턱 사이를 찾는 일이다. 아래 문턱은 개질층을 떼어 내는 데 필요한 에너지다. 개질층의 결합은 약하므로 수 eV~십수 eV면 된다. 위 문턱은 개질되지 않은 재료를 스퍼터하는 에너지다. 실리콘을 Ar 이온으로 스퍼터하려면 수십 eV가 넘어야 한다. 두 문턱 사이에서는 에너지를 바꿔도 EPC가 그대로다. 이 평평한 구간을 ALE 창(ALE window)이라 한다. 원자층 증착(ALD)의 온도 창과 같은 생각이다.
창 안에서 공정이 얼마나 "ALE다운가"를 하나의 숫자로 적는 방법이 시너지(ALE synergy)다(Kanarik 외 2015, 2017).
아래 그래프의 세로선을 끌어 이온 에너지를 고르고, 염소의 자발 식각(예: 진하게 도핑한 n형 실리콘이나 높은 온도)을 켜 본다.
이온 에너지와 ALE 창
ALE가 주는 것: 평평함과 무늬 무관성
자기 제한의 진짜 값은 EPC가 정확하다는 데만 있지 않다. 표면의 어디서나 같은 양이 깎인다는 데 있다. 연속 식각에서는 원자가 하나씩 무작위로 떨어져 나간다. 떨어지는 순서가 무작위이므로 표면은 갈수록 거칠어진다. 같은 깊이를 판 뒤의 거칠기는 판 원자 수의 제곱근에 비례해 자란다. ALE에서는 한 주기에 맨 위 층이 거의 통째로 떨어진다. 튀어나온 원자는 옆까지 드러나 있어 더 잘 개질되고 더 잘 떨어지며, 움푹한 곳은 덜 깎인다. 그래서 거칠기가 자라지 않고 오히려 줄기도 한다.
연속 식각 대 ALE: 표면 거칠기
같은 이유로 ALE는 무늬의 폭에도 둔감하다. 10장에서 본 ARDE는 좁고 깊은 바닥에 라디칼이 덜 도착해서 생긴다. 연속 식각은 도착하는 만큼 깎이므로 좁은 곳이 느리다. ALE에서는 좁은 바닥에 염소가 늦게 도착하더라도, 흡착 시간을 충분히 길게 주면 결국 바닥도 다 덮인다. 덮임이 포화되면 넓은 곳이든 좁은 곳이든 EPC가 같다. 조건이 하나 붙는다. 가장 좁은 바닥까지 포화될 만큼 흡착 시간이 길어야 한다.
폭이 다른 트렌치를 ALE로
ET.coburn, ET.slotView). ALE의 EPC = 0.5 nm × (1 − exp(−비 × 흡착 시간/τ)). 연속 식각의 속도 = 0.5 nm × 비.)표에서 연속 식각과 ALE를 나란히 둔다.
| 연속 식각 (RIE) | 원자층 식각 (ALE) | |
|---|---|---|
| 깎이는 양을 정하는 것 | 속도 × 시간 | EPC × 주기 수 |
| 속도 | 수십~수백 nm/분 | 수 nm/분 |
| 이온 에너지 | 수백 eV~수 keV | 수십 eV(창 안) |
| 표면 손상층 | 수 nm | 약 1 nm 안팎 |
| 거칠기 | 깊이에 따라 자란다 | 그대로이거나 준다 |
| ARDE, 웨이퍼 균일도 | 속도의 산포를 그대로 받는다 | 포화되면 작다 |
| 선택비 | 화학과 고분자로 만든다 | 개질이 한 재료에만 일어나게 해서 만든다(무한대에 가까울 수 있다) |
열적 ALE와 준-ALE
지금까지 본 것은 이온으로 개질층을 떼는 플라스마 ALE(Plasma ALE, directional ALE)다. 이온이 위에서 오므로 이방성이다. 측벽은 이온을 받지 않아 개질되어도 떨어지지 않는다.
이온 없이 열과 화학만으로 개질층을 떼는 방법도 있다. 열적 ALE(Thermal ALE)다. 예를 들어 Al₂O₃는 HF로 표면을 AlF₃로 바꾸고, 트라이메틸알루미늄(TMA)을 흘려 리간드를 교환시키면 AlF₃가 휘발성 생성물로 떨어진다(George 그룹). 이온이 없으므로 등방성이다. 구멍의 측벽과 아래쪽 숨은 면도 똑같이 깎인다. 3차원 구조에서 측면으로 수 nm만 정확히 파고들어야 할 때, 예를 들어 게이트 올 어라운드 트랜지스터에서 나노시트 사이 막을 옆으로 걷어 낼 때 쓴다. 대신 온도 창이 있어(Al₂O₃의 경우 수백 °C에서 주기당 약 0.1~0.8 Å) 느리다.
| 종류 | 개질 | 제거 | 방향 | 예 |
|---|---|---|---|---|
| 플라스마 ALE | Cl₂, 불화탄소 고분자, H₂ 플라스마 | 낮은 에너지 Ar⁺ 이온 | 이방성 | Si, GaN, SiO₂, 질화막 |
| 열적 ALE | HF(불화), 산화 | 리간드 교환(TMA, DMAC 등), 열 | 등방성 | Al₂O₃, HfO₂, W(산화 후) |
| 준-ALE | 얇은 고분자 증착, 표면 개질 | 이온·라디칼(부분적 자기 제한) | 대체로 이방성 | SiO₂(C₄F₈ 증착 + Ar⁺), 질화막(H₂ + F) |
준-ALE(Quasi-ALE)는 한쪽 단계가 완전히 자기 제한이 아닌 경우다. 산화막 ALE가 대표적이다. C₄F₈ 플라스마로 1 nm 안팎의 불화탄소 막을 얇게 입히고, Ar 이온으로 그 막과 아래 산화막의 혼합층을 떼어 낸다. 고분자 막 두께가 증착 시간에 비례하므로 EPC도 시간에 따라 조금씩 변한다. 그래도 단계를 나누면 각각을 따로 조절할 수 있어, 산화막은 깎이고 질화막·실리콘 위에는 고분자가 남는 높은 선택비를 얻는다(13장의 F/C 지도를 주기마다 오가는 셈이다). 질화막도 수소 플라스마로 표면 몇 nm를 개질하고, 개질된 층만 불소 라디칼로 걷어 내는 준-ALE가 보고되어 있다. 실무에서 "ALE"라고 부르는 공정의 상당수가 준-ALE다.
EB-20의 정지막을 한 층씩 걷어 낸다
EB-20의 주 식각은 질화막 위에서 멈췄다(14장). 이제 그 질화막 15 nm를 걷어 내 아래 실리콘을 드러내야 한다. 13장에서는 CH₃F/O₂ 연속 식각으로 이 일을 했다. 그런데 이 트렌치가 트랜지스터의 소스·드레인에 닿는 접촉이라면 요구가 까다로워진다. 실리콘을 1 nm도 파지 말 것, 수백 eV 이온이 실리콘 결정에 남기는 손상층을 만들지 말 것, 트렌치 바닥 모서리까지 남김없이 걷어 낼 것.
아래 단면은 트렌치 바닥 부근만 크게 그린 것이다. 두 방법을 같은 시간 축에서 돌린다. 연속 식각은 빠르지만 바닥 모서리가 늦게 열리고, 모서리를 열기 위한 과식각 동안 가운데 실리콘이 파이고, 이온이 실리콘 표면에 손상층을 남긴다. ALE는 한 주기에 약 0.5 nm씩 평평하게 내려가고, 실리콘에 닿으면 개질이 거의 일어나지 않아 멈춘다.
정지막 15 nm 걷어 내기: 연속 식각 대 ALE
ALE의 셈은 간단하다. 질화막 15 nm ÷ 0.5 nm/주기 = 30주기다. 주기 하나가 3초면 90초, 연속 식각의 네 배쯤 걸린다. 그 대가로 얻는 것은 시간이 아니라 주기 수로 정해지는 두께, 모서리까지 같은 깊이, 실리콘 손실과 손상의 거의 0이다. 실제 공정에서는 둘을 섞는 일이 많다. 질화막의 대부분을 연속 식각으로 빠르게 걷고, 마지막 몇 nm만 ALE로 걷는다. 그러면 시간은 연속 식각에 가깝고, 실리콘에 닿는 순간의 조건은 ALE가 된다.
타깃 파일
정지막 15 nm를 30주기로
EB-20의 정지막 질화막 15 nm(과식각 뒤 약 12.8 nm)를 실리콘을 건드리지 않고 걷어 내야 할 때, 한 주기에 약 0.5 nm를 떼는 ALE를 쓴다. 표면 몇 층을 개질하고(예: 수소 플라스마 또는 불화탄소 얇은 막), 수십 eV의 Ar 이온이나 불소 라디칼로 개질층만 떼어 낸다. 15 nm면 30주기, 과식각 뒤 남은 약 13 nm면 26주기 남짓이다. 개질·제거를 각각 포화시키고 퍼지를 충분히 두면 EPC가 이온 에너지 수십 eV 구간에서 거의 일정하고(ALE 창), 시너지가 90% 안팎 이상이 된다.
얻는 것은 셋이다. 바닥 가운데와 모서리가 같은 주기에 함께 열리고(흡착이 좁은 바닥까지 포화될 만큼 길다면), 실리콘에 닿은 뒤로는 개질이 거의 일어나지 않아 실리콘 손실이 주기당 0.02 nm 수준이며, 이온 에너지가 낮아 손상층이 약 1 nm 안쪽이다. 잃는 것은 속도다. 주기 3초면 90초로, 연속 식각(약 20~27초)의 서너 배다. 그래서 대부분을 연속으로 걷고 마지막 몇 nm만 ALE로 바꾸는 혼합이 현실적이다.
핵심 정리
- ALE는 식각을 개질과 제거 두 단계로 나누고, 각각이 스스로 멈추게 해 한 주기의 식각량(EPC)을 원자 배열로 정한다. 깎이는 두께 = EPC × 주기 수.
- EPC는 개질과 제거의 포화도의 곱이다. 포화 곡선으로 각 단계의 시간을 정하고, 퍼지가 짧으면 두 단계가 섞여 연속 식각이 되어 자기 제한이 깨진다.
- 이온 에너지는 개질층 제거 문턱과 맨 표면 스퍼터 문턱 사이(ALE 창)에서 고른다. 시너지 \(S = (\text{EPC} - \alpha - \beta)/\text{EPC}\)가 클수록 이상적이다.
- ALE는 표면을 평평하게 유지하거나 매끈하게 하고, 흡착이 가장 좁은 바닥까지 포화되면 ARDE와 웨이퍼 불균일이 작아진다.
- 플라스마 ALE는 이방성, 열적 ALE(불화 + 리간드 교환)는 등방성이다. 한쪽 단계가 완전히 자기 제한이 아닌 준-ALE도 널리 쓴다.
- 대가는 속도다(분당 수 nm). 그래서 마지막 몇 nm와 손상·손실이 허락되지 않는 곳에 쓴다.
확인 퀴즈
ALE 공정에서 Cl₂ 흡착 시간을 두 배로 늘렸는데 EPC가 거의 변하지 않았다. 이것이 뜻하는 것은?
개질만 되풀이하면 주기당 0.02 nm, 이온 단계만 되풀이하면 주기당 0.03 nm, 둘을 함께 하면 주기당 0.50 nm가 깎인다. ALE 시너지는?
이온 에너지를 ALE 창보다 훨씬 높게 올렸을 때 일어나는 일로 가장 알맞은 것은?
ALE로 폭이 다른 트렌치를 깎았는데 여전히 좁은 트렌치가 얕았다. 가장 먼저 늘려 볼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