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탄소·물
지금까지 이 책은 팹을 돌리는 데 필요한 전력·물·가스·냉동을 하나씩 따로 다뤘다. 이 장은 그것을 한 장부에 모은다. 웨이퍼 한 장을 만드는 데 전기가 몇 kWh 들고, 물이 몇 m³ 들고, 이산화탄소가 몇 kg 나오는가? 그 숫자는 왜 공정이 미세해질수록 커지는가? 같은 팹이라도 어느 나라 전력망에 붙어 있느냐에 따라 탄소가 몇 배 달라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감축 수단이 여러 개 있을 때 무엇부터 해야 하는가? 이 장은 이 질문을 모두 계산 문제로 바꾼다. 기업 홍보 자료의 목표 문구가 아니라, 인프라 엔지니어가 직접 손으로 검산할 수 있는 식을 다룬다.
- FAB-E의 연간 전력·물 사용량에서 웨이퍼당 kWh, m³, kgCO₂e를 계산하고, 미세화와 가동률이 이 값을 어떻게 바꾸는지 설명할 수 있다.
- GHG 프로토콜의 Scope 1·2·3 경계를 구분하고, 반도체 팹에서 각 Scope에 들어가는 배출원을 나열할 수 있다.
- 공정가스(PFC·NF₃·SF₆·N₂O) 배출량을 사용량·이용률·저감 커버리지·분해 효율·GWP로 계산할 수 있다.
- 전력 배출계수의 의미와 국가별 차이, 위치 기반과 시장 기반 Scope 2의 차이를 설명할 수 있다.
- 한계감축비용 곡선(MACC)을 그리고 읽어서 감축 수단의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다.
- PPA·REC·녹색프리미엄 같은 재생에너지 조달 수단과, 연간 매칭과 시간별 매칭(24/7 CFE)의 차이를 정량적으로 비교할 수 있다.
- 취수·소비·방류를 구분하고, 가뭄 때 재이용률과 생산 유지율의 관계를 계산할 수 있다.
웨이퍼 한 장의 발자국
지속가능성 논의는 흔히 “연간 몇만 톤 감축” 같은 큰 숫자로 시작한다. 그러나 엔지니어에게는 웨이퍼 한 장 기준으로 정규화한 값이 더 쓸모 있다. 생산량이 늘어도 비교할 수 있고, 공정 노드나 팹끼리 견줄 수 있으며, 개선 효과가 진짜 효율 향상인지 생산량 감소 때문인지 가려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정규화 지표를 원단위(intensity)라고 한다.
교육용 기준 팹 FAB-E로 계산해 보자. 월 100,000장이면 연간 1,200,000장이다. 평균 전력 200 MW로 1년(8,760시간)을 돌면 약 1.75 TWh, 반올림해 1.8 TWh다.
물도 같은 방법으로 정규화한다. 초순수 25,000 m³/일을 하루 투입량 약 3,300장으로 나누면 약 7.5 m³/웨이퍼, 원수 취수 40,000 m³/일은 약 12 m³/웨이퍼다. 탄소는 전력에 배출계수를 곱한 값이 대부분이다. 한국 전력망 평균 배출계수를 약 0.45 kgCO₂/kWh로 두면 전력 몫만 1,460 × 0.45 ≈ 660 kgCO₂/웨이퍼이고, 여기에 공정가스와 연료(Scope 1) 약 250 kg을 더하면 직접 배출과 전력 간접 배출만으로 웨이퍼당 약 0.9 t이 된다.
이 발자국에서 눈여겨볼 점이 두 가지 있다. 첫째, 전력이 탄소의 대부분을 결정한다. 전력이 깨끗한 전력망(예: 수력·원자력 비중이 큰 나라)에 있으면 같은 1.5 MWh가 탄소 수십 kg에 그치고, 석탄 비중이 큰 전력망에서는 1 t에 가까워진다. 둘째, 공정가스는 양은 적어도 영향이 크다. 팹이 연간 쓰는 NF₃는 수백 톤 수준이지만 지구온난화지수가 이산화탄소의 1만 배 이상이라 몇 %만 새어 나가도 수만 톤 CO₂e가 된다. 이 장의 Scope 1 절에서 그 계산을 직접 해 본다.
전력 약 1.8 TWh/년, 초순수 약 910만 m³/년, 원수 약 1,460만 m³/년, 웨이퍼 120만 장/년. 탄소는 이 장의 계산기에서 가정에 따라 달라지지만, 한국 전력망 평균을 쓰면 전력(Scope 2) 약 80만 tCO₂, 공정가스·연료(Scope 1) 약 30만 tCO₂e가 출발점이다. 모두 교육용 가정이며 실제 팹의 공개 값과 직접 비교하지 않는다.
웨이퍼당 에너지: 미세화·가동률·지표
웨이퍼당 에너지는 두 부분으로 나뉜다. 공정 장비가 직접 쓰는 전력과, 그 장비를 돌리기 위한 시설(칠러, 공조, 초순수, 배기, 가스, 조명)이 쓰는 전력이다. 두 번째를 첫 번째로 나눈 비율을 이 장에서는 시설 오버헤드(facility overhead)라고 부르겠다. 데이터센터의 PUE(Power Usage Effectiveness)와 같은 발상으로, 시설 오버헤드 0.65는 PUE 1.65에 해당한다.
미세화는 왜 웨이퍼당 에너지를 늘리나
트랜지스터 하나당 에너지는 세대가 갈수록 줄어든다. 그러나 웨이퍼 한 장을 만드는 데 드는 에너지는 늘어난다. 이유는 공정 스텝 수다. 성숙 공정(수십 nm급)의 웨이퍼는 수백 개 스텝을 거치지만, 첨단 로직은 다중 패터닝, 더 많은 금속층, 더 복잡한 트랜지스터 구조(FinFET → GAA) 때문에 1,000개 안팎 스텝으로 늘었다. 스텝마다 진공을 뽑고, 플라즈마를 켜고, 웨이퍼를 데우고, 세정하므로 에너지가 스텝 수에 거의 비례한다.
여기에 EUV(Extreme Ultraviolet, 극자외선) 노광이 더해진다. EUV 노광기는 주석 방울에 CO₂ 레이저를 쏘아 13.5 nm 빛을 만드는데, 변환 효율이 낮아 장비 한 대가 약 1 MW급 전력을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약, 세대·출력에 따라 다름). 같은 층을 DUV 다중 패터닝으로 찍으면 노광·식각·증착 스텝이 여러 번 반복되므로, EUV가 오히려 웨이퍼당 에너지를 줄이는 층도 있다. 다만 EUV 층 수가 늘수록 노광 자체의 에너지 몫은 커진다. imec 등의 공개 연구는 첨단 로직 노드로 갈수록 웨이퍼당 에너지와 탄소가 세대마다 늘어, 최첨단 노드가 성숙 노드의 수 배에 이른다고 추정한다. 정확한 배율은 가정과 연구마다 다르므로 이 장에서는 경향만 받아들인다(LithoBook의 EUV 광원 참고).
노드별 웨이퍼당 에너지와 탄소
가동률: 놀고 있는 팹도 전기를 먹는다
팹 전력의 상당 부분은 생산량과 무관하게 나간다. 클린룸 공조와 FFU는 웨이퍼가 없어도 같은 풍량으로 돌아야 하고, 장비는 대기 상태에서도 진공을 유지하고 챔버를 데워 두며, 초순수 루프는 정체를 막으려고 계속 순환한다(5장). 이를 기저 부하(base load)라 하고, 생산량에 비례하는 부분을 변동 부하라고 하자.
가동률과 웨이퍼당 에너지
어떤 지표로 비교할 것인가
| 지표 | 정의 | 장점 | 함정 |
|---|---|---|---|
| kWh/웨이퍼 | 연간 전력 ÷ 연간 웨이퍼 수 | 가장 단순, 연도별 추세 비교 | 제품·노드 구성이 바뀌면 효율과 무관하게 변함. 300 mm와 200 mm 혼용 금지 |
| kWh/(웨이퍼·마스크층) | 위 값 ÷ 평균 마스크 수 | 공정 복잡도를 어느 정도 보정 | EUV 1층과 DUV 1층의 무게가 다름 |
| kWh/cm² | 웨이퍼 면적당 | 200 mm·300 mm 비교 가능 | 여전히 노드 차이를 반영하지 못함 |
| 시설 오버헤드(PUE형) | 시설 전력 ÷ 장비 전력 | 인프라 효율만 분리해 평가 | 장비·시설 계량 경계가 팹마다 다름(서브팹 펌프는 어디?) |
| kgCO₂e/웨이퍼 | Scope 1+2 ÷ 웨이퍼 수 | 탄소 목표와 직결 | 위치 기반/시장 기반에 따라 수 배 차이 |
| m³/웨이퍼 | 취수량(또는 UPW) ÷ 웨이퍼 수 | 물 목표와 직결 | 취수·사용·소비 중 무엇인지 명시해야 함 |
“웨이퍼당 전력 10 % 개선”이라는 보고를 받으면 먼저 분모를 확인한다. 같은 기간에 가동률이 올랐다면 기저 부하가 더 많은 웨이퍼에 나뉘어 원단위가 저절로 좋아진다. 성숙 공정 제품 비중이 늘어도 마찬가지다. 진짜 효율 개선은 가동률·제품 구성을 보정한 뒤에도 남는 몫이다. 위 시뮬레이터에서 가동률 70 % → 90 %만으로 원단위가 얼마나 좋아지는지 확인해 보자.
탄소 회계의 틀: Scope 1·2·3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은 대부분 GHG 프로토콜(Greenhouse Gas Protocol, WRI·WBCSD)의 기업 표준이 정한 세 범위로 나눠 보고한다. 이 구분은 “누가 그 배출을 통제하는가”를 기준으로 한다. 같은 이산화탄소가 두 회사 장부에 이중으로 잡히지 않도록, 직접 배출은 한 회사의 Scope 1에만, 그 회사가 산 전력의 발전 배출은 구매자의 Scope 2에, 나머지 가치사슬 배출은 Scope 3에 둔다. 온실가스는 CO₂ 하나가 아니므로 모든 가스를 지구온난화지수(GWP, Global Warming Potential)로 환산해 CO₂ 환산량(CO₂e)으로 더한다.
| 범위 | 팹의 주요 배출원 | 계산 방식 | FAB-E 규모감(교육용, 약) |
|---|---|---|---|
| Scope 1 | 공정가스(PFC·HFC·NF₃·SF₆·N₂O), LNG 연소(보일러·RTO), 냉매 누설 | 사용량 × 배출 비율 × GWP, 연료량 × 배출계수 | 20~40만 tCO₂e/년 |
| Scope 2 | 구매 전력, 구매 스팀 | 전력량 × 배출계수(위치 기반/시장 기반) | 전력망에 따라 수만~100만 t/년 |
| Scope 3 | 소재·가스·케미컬, 장비(자본재), 운송, 폐기물, 제품 사용 | 구매량(또는 금액) × 배출계수 데이터베이스 | 가정에 따라 폭이 매우 큼 |
반도체 팹의 특징은 Scope 1이 다른 제조업보다 무겁다는 점이다. 철강·시멘트처럼 연료를 대량으로 태우지는 않지만, 식각과 챔버 세정에 쓰는 불소계 가스의 GWP가 수천~수만이어서 사용량이 적어도 CO₂e가 커진다. 반대로 Scope 2는 전력 사용량 자체가 크기 때문에 대부분의 팹에서 가장 큰 항목이다. 그래서 반도체 업계의 탄소 전략은 크게 두 갈래, 공정가스 저감(Scope 1)과 재생에너지 조달(Scope 2)로 나뉜다.
Scope 1: 공정가스 배출 계산
식각 공정은 CF₄, C₄F₈, CHF₃ 같은 과불화탄소(PFC, perfluorocarbon)·수소불화탄소(HFC)를 플라즈마로 분해해 불소 라디칼을 만들고, CVD 챔버는 벽에 쌓인 막을 NF₃로 세정한다. 이 가스들은 챔버 안에서 일부만 분해·반응하고 나머지는 그대로 배기로 나간다. 또한 분해된 조각이 다시 결합해 원래 없던 CF₄가 부산물로 생기기도 한다. 배기로 나간 가스는 장비 옆의 POU 스크러버(8장)에서 연소·플라즈마로 다시 분해된다. 대기로 나가는 양은 이 단계들을 거친 나머지다.
GWP: 이산화탄소의 몇 배인가
GWP는 같은 질량의 기체가 100년 동안 이산화탄소에 비해 얼마나 많은 복사 강제력을 주는지를 나타낸다. 값은 IPCC 평가보고서가 나올 때마다 조금씩 바뀐다. 국가 인벤토리 보고는 오랫동안 제5차 평가보고서(AR5, 2014)의 값을 썼고, 최신 값은 제6차 평가보고서(AR6, 2021)에 있다. 어느 보고서 값을 썼는지 반드시 함께 적는다.
| 가스 | 주 용도 | 대기 수명 (약) | GWP100 · AR5 | GWP100 · AR6 |
|---|---|---|---|---|
| CO₂ | 기준 | — | 1 | 1 |
| CF₄ | 산화막 식각, 부산물 | 약 50,000년 | 6,630 | 7,380 |
| C₂F₆ | CVD 챔버 세정(구형), 식각 | 약 10,000년 | 11,100 | 12,400 |
| c-C₄F₈ | 고선택비 산화막 식각, 측벽 보호(Bosch) | 약 3,200년 | 9,540 | 10,200 |
| CHF₃ (HFC-23) | 산화막·질화막 식각 | 약 230년 | 12,400 | 14,600 |
| NF₃ | CVD 챔버 세정(원격 플라즈마) | 약 500년 | 16,100 | 17,400 |
| SF₆ | 실리콘 식각, 일부 세정 | 약 3,200년 | 23,500 | 25,200 |
| N₂O | 산화·질화막 CVD 원료 | 약 110년 | 265 | 273 |
GWP 값은 IPCC AR5(2014) 및 AR6(2021) 제1실무그룹 보고서의 100년 GWP. 대기 수명은 같은 보고서의 대략값이다.
공정가스 Scope 1 계산기
N₂O의 GWP는 265~273으로 PFC보다 두 자릿수 작지만, 산화막·질화막 CVD에서 원료로 수백 톤 단위를 쓰고 공정 이용률이 낮아(대부분 그대로 배출) 무시할 수 없다. 또 PFC용 연소식 스크러버는 N₂O를 잘 분해하지 못하고, 운전 조건에 따라 오히려 질소산화물(NOx)을 만든다. 그래서 N₂O는 촉매 분해 장치를 따로 두거나 연소 조건을 맞춘 별도 저감 대상으로 관리한다. 시뮬레이터에서 N₂O 분해 효율 슬라이더를 따로 둔 이유다.
연소식 스크러버는 LNG나 수소를 태우고, 플라즈마식은 전력을 쓴다. 장비 수백 대의 스크러버 연료·전력은 그 자체로 Scope 1·2 배출이다. 보통은 줄이는 PFC의 CO₂e가 훨씬 커서 남는 장사지만, GWP가 낮은 가스나 이미 미분해율이 낮은 공정에 고에너지 저감 장치를 붙이면 순감축이 작아질 수 있다. 저감 장치를 평가할 때는 “분해한 CO₂e − 저감 장치가 낸 CO₂e”로 순효과를 계산한다. 자세한 장치 구조는 8장을 보라.
Scope 2: 전력 배출계수
Scope 2는 전력 사용량에 전력 배출계수(grid emission factor, kgCO₂/kWh)를 곱한 값이다. 배출계수는 그 전력망에서 1 kWh를 만드는 데 평균적으로 나온 CO₂다. 석탄 화력은 약 0.8~1.0, LNG 복합화력은 약 0.35~0.4, 원자력·수력·풍력·태양광은 운전 중 배출이 거의 0이다(수명 주기 배출은 별도). 따라서 배출계수는 그 나라 전원 구성(generation mix)의 가중 평균이다.
| 국가·지역 | 전력 배출계수 (kgCO₂/kWh, 약) | 기준 연도 (약) | 출처 성격 |
|---|---|---|---|
| 한국 | 0.43~0.48 | 2020년대 초 | 정부 고시 국가 전력 배출계수·공식 통계 범위 |
| 대만 | 약 0.49 | 2023년 | 정부 에너지 당국 공표 값 |
| 일본 | 0.43~0.45 | 2022년 전후 | 정부 공표 전국 평균 |
| 중국 | 약 0.57 | 2022년 전후 | 정부 공표 전국 전력망 평균 |
| 미국 평균 | 약 0.37 | 2022년 | EPA eGRID 전국 평균 (주·지역별 편차 큼) |
| EU 평균 | 약 0.25 | 2023년 전후 | 유럽환경청(EEA) 통계 |
| 프랑스 | 약 0.05 | 2020년대 초 | 원자력 중심 전력망, 공식 통계 |
| 노르웨이 | 0.01~0.03 | 2020년대 초 | 수력 중심 전력망, 공식 통계 |
모든 값은 대략값이며 기관마다 산정 방식(발전단/송전단, 열병합 배분, 수입 전력 처리)이 달라 같은 나라라도 수 % 이상 차이가 난다.
전력 배출계수는 전원 구성이 바뀌면 함께 바뀐다. 석탄 발전소가 폐쇄되고 재생에너지가 늘면 몇 년 사이에 10~20 % 내려가기도 한다. 위 표는 개념을 잡기 위한 대략값이다. 실제 보고나 투자 판단에는 반드시 해당 연도에 각국 정부·공식 기관이 공표한 최신 값을 확인해 쓴다. 이 장의 모든 시뮬레이터는 배출계수를 슬라이더로 바꿀 수 있게 만들었다.
위치 기반과 시장 기반
GHG 프로토콜의 Scope 2 지침(2015)은 Scope 2를 두 방식으로 함께 보고하도록 한다. 위치 기반(location-based)은 팹이 붙어 있는 전력망의 평균 배출계수를 쓴다. 회사가 무엇을 계약했든 물리적으로 받는 전력은 전력망 평균이라는 관점이다. 시장 기반(market-based)은 회사가 맺은 전력 계약과 인증서를 반영한다. 재생에너지 PPA나 REC로 확보한 전력량은 그 발전원의 배출계수(0)를 쓰고, 나머지는 잔여 믹스(residual mix) 배출계수를 쓴다. 잔여 믹스는 다른 누군가가 이미 가져간 재생에너지 속성을 뺀 나머지 전력의 평균이므로 보통 전력망 평균보다 약간 높다.
FAB-E 탄소 장부
이제 세 Scope를 한 장부에 모은다. Scope 1은 앞 절의 공정가스에 연료 연소와 냉매 누설을 더한다. 팹은 클린룸 외기 가열·가습과 일부 공정용 온수를 위해 LNG 보일러를 쓰고, VOC를 태우는 RTO(Regenerative Thermal Oxidizer)도 연료를 쓴다. FAB-E의 연료 사용을 열량으로 연 약 200 GWh로 두고, LNG의 배출계수를 약 0.202 kgCO₂/kWh(저위발열량 기준 약 56 tCO₂/TJ)로 쓰면 약 4만 tCO₂다. 칠러 냉매(HFC 계열) 누설은 냉매 충전량 × 연간 누설률 × GWP로 계산하며 FAB-E에서는 수천 t 수준으로 가정한다.
FAB-E 탄소 회계 계산기
배출계수 0.45, 재생에너지 계약 0 %일 때: Scope 1 약 31만 t(공정가스 26.5만 + 연료 4.0만 + 냉매 0.5만), Scope 2 약 81만 t, Scope 3 약 60만 t(웨이퍼당 0.5 t 가정) → 합계 약 172만 tCO₂e, 웨이퍼당 약 1.4 t. Scope 2가 전체의 거의 절반이므로 전력 조달이 탄소 전략의 중심이 된다. 같은 팹이 프랑스 전력망에 있었다면 Scope 2는 약 9만 t으로 Scope 1의 3분의 1도 되지 않는다.
감축 수단의 우선순위: 한계감축비용 곡선
탄소를 줄이는 수단은 많다. 칠러를 바꾸고, 팬을 바꾸고, 스크러버를 늘리고, 재생에너지를 사고, 폐열을 회수한다. 예산은 한정되어 있으므로 “1톤을 줄이는 데 얼마가 드는가”로 줄을 세워야 한다. 이를 그린 것이 한계감축비용 곡선(MACC, Marginal Abatement Cost Curve)이다. 가로축은 각 수단의 연간 감축량(막대 폭), 세로축은 tCO₂e당 비용(막대 높이)이다. 막대를 싼 것부터 왼쪽에 놓는다.
FAB-E 감축비용 곡선(MACC)
| 수단 | 무엇을 바꾸나 | 감축 경로 | 관련 장 |
|---|---|---|---|
| 칠러 고효율화 | 고효율 칠러, 냉수 온도 상향, 프리쿨링 | 전력 절감 × EF | 11장 |
| FFU·팬 EC 모터 | 정속 → 가변속, 필터 압손 관리 | 전력 절감 × EF | 2장, 3장 |
| 장비 대기 모드 | 유휴 시 펌프 감속·히터 절전 | 전력 절감 × EF | — |
| 히트펌프 폐열 회수 | LNG 보일러 → 냉각수 폐열을 승온해 재열·가습 | 연료 절감 − 추가 전력 | 11장 |
| POU 스크러버 확대 | 커버리지·DRE 향상 | 공정가스 직접 감축 | 8장 |
| 공정가스 최적화 | NF₃ 이용률 향상, 저GWP 대체 가스 | 공정가스 직접 감축 | 6장 |
| N₂O 저감 | 촉매 분해 장치 | 직접 감축 | 8장 |
| 재생에너지 PPA | 장기 계약으로 재생 전력 구매 | 시장 기반 Scope 2 | 다음 절 |
| REC·녹색프리미엄 | 인증서 구매 | 시장 기반 Scope 2 | 다음 절 |
MACC는 수단들이 서로 독립이라고 가정한다. 실제로는 상호작용이 있다. 재생에너지 100 %를 달성하면 전력 효율 개선의 탄소 감축 효과는 (시장 기반으로) 0이 된다. 스크러버 커버리지를 99 %로 올린 뒤에는 공정가스 최적화로 줄일 몫이 거의 남지 않는다. 그래서 MACC는 “다른 수단을 먼저 한 뒤의 잔여 감축량”으로 순서대로 다시 계산해야 정확하다. 또 감축 비용에는 공사 중 생산 중단 위험, 기술 성숙도, 규제 같은 정량화하기 어려운 요소가 빠져 있다. MACC는 결정을 대신해 주는 도구가 아니라 토론의 출발점이다.
재생에너지 조달: PPA·REC·시간별 매칭
팹이 쓰는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바꾸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은 지붕에 태양광을 다는 것이지만, 200 MW 팹의 지붕 태양광은 많아야 수 MW 수준이다. 태양광 1 MW에 대략 1~1.5 ha의 땅이 필요하므로, 평균 200 MW를 태양광만으로 연간 매칭하려면 설비 약 1.3 GW와 수천 ha가 필요하다. 그래서 대부분의 재생에너지는 팹 바깥에서 계약으로 조달한다.
RE100은 Climate Group과 CDP가 2014년에 시작한 국제 캠페인으로, 참여 기업은 사용 전력 100 %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하겠다는 목표 연도(2050년 이전)를 공개한다. 인정하는 조달 수단은 자가 발전, 전력구매계약(PPA), 공급사 녹색 요금제, 인증서(REC 등) 구매 등이다.
| 수단 | 구조 | 장점 | 약점 |
|---|---|---|---|
| 자가 발전 | 지붕·부지 태양광 | 추가성 명확, 망 비용 없음 | 규모가 팹 수요의 1 % 안팎 |
| 물리적 PPA | 발전사와 10~20년 장기 계약, 전력과 속성 동시 구매 | 가격 고정(헤지), 추가성 높음 | 망 이용료·부대비용, 발전량 변동 위험을 구매자가 짐 |
| 가상 PPA | 차액계약 + 인증서 | 지역이 달라도 가능 | 시장가 변동에 따른 정산 위험, 회계 처리 복잡 |
| 녹색 요금제 | 전력회사가 재생 속성을 붙여 판매 | 절차 단순 | 추가성 약함, 단가 프리미엄 |
| REC 구매 | 재생에너지 공급 인증서만 구매 | 빠르고 유연 | 추가성·시간 일치가 가장 약함 |
한국은 전력 판매를 한국전력이 독점해 왔기 때문에 기업이 재생에너지를 직접 사기 어려웠다. 2021년 한국형 RE100 제도가 도입되면서 한전에 웃돈을 내고 재생에너지 사용을 인정받는 녹색프리미엄, 발전사업자와 한전을 거쳐 계약하는 제3자 PPA, 발전사업자와 직접 계약하는 직접 PPA, 공급인증서(REC) 구매, 자가 발전 같은 경로가 열렸다. 각 수단의 단가와 인정 범위는 제도 개편에 따라 바뀌므로 최신 고시를 확인해야 한다. 반도체처럼 전력 수요가 집중된 산업에서는 국내 재생에너지 공급량 자체가 병목이라는 지적이 많다.
연간 매칭과 시간별 매칭
지금까지의 RE100과 시장 기반 Scope 2는 연간 총량으로 맞춘다. 1년 동안 재생에너지 계약 전력량이 사용량과 같으면 100 %다. 그런데 팹은 밤에도, 바람이 없는 날에도 200 MW를 쓴다. 한낮의 태양광 잉여를 밤의 석탄·가스 전력과 장부상 상쇄하는 셈이다. 이 한계를 메우려는 개념이 24/7 무탄소 전력(24/7 CFE, Carbon-Free Energy)이다. 매 시간 사용량을 같은 시간·같은 전력망의 무탄소 발전으로 맞췄는지를 따진다.
PPA 포트폴리오: 연간 매칭 vs 시간별 매칭
재생에너지 조달의 품질을 따지는 세 질문이 있다. ① 추가성(additionality): 이 계약이 없었다면 그 발전소가 지어졌을까? 이미 있는 발전소의 인증서만 사면 전체 배출은 줄지 않는다. ② 시간 일치: 사용한 시간에 발전했는가? ③ 장소 일치: 같은 전력망(송전 제약 안)에서 발전했는가? 이 기준이 엄격해질수록 비용은 오르지만 실제 배출 감축과의 거리는 가까워진다. 최근에는 GHG 프로토콜 Scope 2 지침 개정 논의에서도 시간별·지역별 매칭을 강화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물: 취수·소비·물 스트레스
물 지표는 탄소보다 헷갈리기 쉽다. 같은 “물 사용량”이라는 말이 서로 다른 세 양을 가리키기 때문이다. 취수(withdrawal)는 하천·댐·지하수·공업용수 공급망에서 팹으로 들여온 양, 방류(discharge)는 처리해서 하천으로 돌려보낸 양, 소비(consumption)는 그 차이, 즉 증발하거나 제품·슬러지에 섞여 유역에서 사라진 양이다. 유역의 물 부족에 직접 영향을 주는 것은 소비이고, 가뭄 때 공급 제한을 받는 것은 취수다. 팹 안에서 처리해 다시 쓰는 재이용(reuse/recycle)은 취수를 줄인다. 처리 기술과 물 수지 계산은 9장에서 다뤘으므로 여기서는 지표와 위험의 관점에서 본다.
| 지표 | 정의 | FAB-E (약) | 쓰임 |
|---|---|---|---|
| 취수 원단위 | 취수량 ÷ 웨이퍼 수 | 약 12 m³/웨이퍼 | 공급 제한·용수 계약 |
| 소비 원단위 | (취수 − 방류) ÷ 웨이퍼 수 | 약 3 m³/웨이퍼 | 유역 물 부족 영향 |
| 재이용률 | 재이용량 ÷ 총사용량 | 약 33 % | 취수 절감 노력 |
| UPW 원단위 | UPW 생산량 ÷ 웨이퍼 수 | 약 7.5 m³/웨이퍼 | 공정 물 효율 |
| 물 환원율 | 수원에 되돌린 물 ÷ 취수 | 약 75 % | 물 중립 목표 |
물 스트레스와 가뭄 위험
같은 m³라도 어디서 쓰느냐에 따라 무게가 다르다. 세계자원연구소(WRI)의 Aqueduct 지도는 유역마다 연간 취수량을 재생 가능한 수자원량으로 나눈 기저 물 스트레스(baseline water stress)를 다섯 단계로 표시한다. 취수가 가용량의 40 %를 넘으면 “높음”, 80 %를 넘으면 “매우 높음”이다. 반도체 산업이 몰려 있는 지역 가운데 일부는 이 지표가 높거나 계절 변동이 커서, 가뭄이 들면 공업용수 공급이 줄어든다. 실제로 몇몇 지역에서는 수년에 한 번꼴로 가뭄 때 공업용수 감량 요청, 급수 차량 운송, 생산 계획 조정 같은 일이 보도되었다.
가뭄에 대한 팹의 방어 수단은 세 가지다. ① 재이용률을 올려 같은 생산에 필요한 취수를 줄인다. ② 저수조·용수 저장 용량으로 며칠을 버틴다. ③ 수원을 다변화한다(하수 재처리수, 해수 담수화, 여러 댐 연결). 이 중 재이용률은 상한이 있다. 증발로 사라지는 냉각탑 소비분과, 농축수·슬러지로 나가는 몫은 재이용할 수 없고, 재이용률을 높일수록 처리 전력과 비용이 급격히 커진다.
가뭄 시나리오: 취수 제한과 재이용률
FAB-E가 재이용률을 33 %에서 60 %로 올리면 하루 재이용량이 20,000 → 36,000 m³로 늘고, 취수는 40,000 → 24,000 m³로 준다. 추가 처리 전력을 1.5 kWh/m³로 두면 하루 24 MWh, 연 약 8.8 GWh로 FAB-E 전력의 0.5 % 정도다. 탄소로는 약 4,000 t(0.45 kg/kWh)으로 Scope 1 공정가스 저감 한 건보다 작다. 물 스트레스가 높은 지역이라면 충분히 남는 교환이다. 반대로 물이 풍부하고 전력이 탄소 집약적인 곳에서는 우선순위가 달라질 수 있다.
공개 목표를 읽는 법
반도체 기업들은 지속가능성 보고서에서 장기 목표를 공개한다. 회사마다 표현과 연도가 다르지만 일반화하면 다음과 같은 패턴이 보인다. 이 책은 특정 회사의 수치를 인용하지 않고, 목표를 읽을 때 엔지니어가 확인할 질문을 정리한다.
| 목표 유형 | 업계의 흔한 형태 (일반화) | 확인할 질문 |
|---|---|---|
| 재생에너지 | RE100 가입, 2040~2050년 100 % 목표, 중간 목표 연도 설정 | 시장 기반인가? 수단 구성(PPA vs 인증서)은? 신설 팹의 증가 수요도 포함하는가? |
| 넷제로 | Scope 1·2 2040~2050년 넷제로, 일부는 Scope 3까지 | 잔여 배출을 상쇄(크레딧)로 메우는가? 기준 연도와 경계는? |
| 공정가스 | 저감 장치 전면 설치, 저GWP 대체 가스 개발, 원단위 감축 | 절대량인가 원단위인가? GWP는 AR5인가 AR6인가? |
| 과학 기반 목표 | SBTi(Science Based Targets initiative) 승인 | 1.5 °C 경로인가? Scope 3 목표가 포함되는가? |
| 물 | 재이용률 상향, 취수 원단위 감축, 물 환원(water positive/neutral) | 취수·소비 중 무엇인가? 물 스트레스 유역별로 나눴는가? |
| 에너지 효율 | 웨이퍼당 kWh 감축, 고효율 설비 전환 | 가동률·제품 구성 보정을 했는가? |
목표를 읽을 때 가장 흔한 함정은 절대량과 원단위의 혼동이다. 웨이퍼당 탄소를 30 % 줄여도 생산량이 두 배가 되면 절대 배출은 40 % 늘어난다. AI 수요로 첨단 팹이 계속 늘어나는 시기에는 원단위 개선만으로는 절대량이 줄지 않는다. 또 하나는 경계다. 새로 짓는 팹을 목표에 넣는가, 해외 팹을 넣는가, 외주 패키징을 넣는가에 따라 같은 회사의 숫자가 크게 달라진다. 이 장의 계산기들은 이런 질문에 직접 답을 낼 수 있게 만든 것이다. 팹 건설 단계에서 전력·용수 확보를 어떻게 계획하는지는 17장에서 다룬다.
탄소 목표의 상당 부분은 경영 판단(전력 계약, 투자)이지만, 실제로 숫자를 움직이는 것은 현장의 운전 조건이다. 냉수 온도 1 °C 상향, 클린룸 풍량 재설정, 스크러버 가동률 점검, 장비 대기 모드 적용, 계량기 경계 정리 같은 일이 모여 MACC 왼쪽의 음의 비용 막대를 만든다. 그리고 그 효과를 원단위가 아니라 가동률을 보정한 값으로 보고하는 것이 신뢰를 만든다.
핵심 정리
- FAB-E의 웨이퍼당 발자국은 전력 약 1.5 MWh, 초순수 약 7.5 m³, 취수 약 12 m³, 탄소(Scope 1+2) 약 0.9 t(한국 전력망 가정)이다. 지표는 원단위로 비교하되 분모(가동률·제품 구성)를 확인한다.
- 웨이퍼당 에너지 ≈ (스텝 수 × 스텝당 에너지 + EUV 층 × 층당 에너지) × (1 + 시설 오버헤드). 미세화는 스텝 수와 EUV 층을 늘려 웨이퍼당 에너지를 키운다.
- 기저 부하 비율 \(f_0\)이 크면 감산 때 원단위가 \(f_0/u + (1-f_0)\)배로 악화된다.
- Scope 1은 공정가스·연료·냉매, Scope 2는 구매 전력, Scope 3는 공급망과 제품 사용이다. 반도체 팹은 GWP가 큰 불소계 가스 때문에 Scope 1이 다른 제조업보다 무겁다.
- 공정가스 배출 = 사용량 × (1−이용률) × (1−커버리지×DRE) × GWP. 저감 장치가 없으면 배출이 몇 배로 뛴다. GWP는 AR5/AR6 기준을 밝힌다.
- Scope 2 = 전력 × 배출계수. 배출계수는 나라마다 수십 배 차이 나고 해마다 바뀐다. 위치 기반과 시장 기반(재생 계약 0, 나머지 잔여 믹스)을 함께 보고한다.
- MACC는 감축 수단을 톤당 비용 순으로 세운 막대 그래프다. 비용 = (CRF·CAPEX + ΔOPEX − 에너지 절감액)/감축량. 전력 효율 수단의 가치는 배출계수에 비례한다.
- PPA·REC로 연간 매칭 100 %를 이루어도 시간별 CFE는 훨씬 낮다. 발전 시간대가 다른 전원과 저장을 섞어야 오른다.
- 물은 취수·소비·방류를 구분한다. 가뭄 때 생산을 지키는 필요 재이용률은 \(r^{*} = 1 - Q_{\text{avail}}/G\)이고, 재이용에는 실무 상한과 전력 비용이 있다.
확인 퀴즈
1. 평균 전력 150 MW인 팹이 연간 웨이퍼 90만 장을 생산한다. 웨이퍼당 전력은 약 얼마인가?
2. 기저 부하 비율 \(f_0 = 0.5\)인 팹의 가동률이 100 %에서 50 %로 떨어졌다. 웨이퍼당 에너지는 몇 배가 되는가?
3. NF₃ 200 kg을 사용하는 공정에서 이용률 95 %, 스크러버 커버리지 100 %, DRE 90 %이다. 배출량은 약 몇 tCO₂e인가? (GWP 16,100)
4. 위치 기반과 시장 기반 Scope 2에 대한 설명으로 옳은 것은?
5. 전력 배출계수가 아주 낮은 나라(예: 0.03 kgCO₂/kWh)의 팹에서 MACC를 그리면 칠러 효율 개선 막대는 어떻게 되는가?
6. 태양광만으로 연간 사용량의 100 %를 계약한 팹의 시간별 무탄소 전력(CFE) 비율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7. 평소 취수 40,000 m³/일, 내부 총사용 60,000 m³/일인 팹이 가뭄으로 취수를 24,000 m³/일로 제한받았다. 생산 100 %를 유지하려면 재이용률이 최소 얼마여야 하는가?
8. “웨이퍼당 탄소 30 % 감축, 같은 기간 생산량 2배”일 때 절대 배출량의 변화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