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05

설계 도구와 IP

수백억 개의 트랜지스터를 손으로 그리는 사람은 없다. 설계자는 회로의 동작을 코드로 쓰고, 소프트웨어가 그 코드를 게이트로, 게이트를 도형으로 바꾼다. 이 소프트웨어가 EDA(Electronic Design Automation)다. 그리고 칩 안의 많은 부분은 처음부터 만들지 않는다. CPU 코어, 메모리 인터페이스, 고속 직렬 통신 회로는 이미 검증된 설계를 사 와서 붙인다. 이것이 설계 IP(Semiconductor IP)다. 둘을 합쳐도 반도체 매출의 몇 %에 불과하지만, 이것 없이는 선단 칩을 한 개도 만들 수 없다. 이 장은 가치사슬의 맨 앞, 칩 설계의 연필과 레고 블록을 다룬다.

글에서 도형까지: 설계 흐름

칩 설계는 추상화 단계를 하나씩 내려가는 일이다. 맨 위는 "무엇을 하는 칩인가"를 적은 사양(Specification)이다. 설계자는 이것을 하드웨어 기술 언어로 옮겨 RTL(Register-Transfer Level) 코드를 쓴다. 합성 도구가 RTL을 파운드리가 제공하는 표준 셀(AND, 플립플롭 같은 작은 회로)의 연결 목록, 즉 넷리스트(Netlist)로 바꾼다. 배치·배선 도구가 그 셀들을 다이 위에 놓고 금속선으로 이어 최종 도형을 만든다. 이 도형 파일을 파운드리에 넘기는 순간을 테이프아웃(Tape-out)이라 부른다.

① 사양 32비트 덧셈기 클록 1 GHz 면적 < 200 µm² 사람이 쓴 글 ② RTL 코드 always @(posedge clk) q <= a + b; // 대형 칩은 수천만 줄 설계자가 쓴 코드 ③ 넷리스트 XOR AND DFF 셀 수십억 개의 연결 목록 ④ 레이아웃 층마다 다각형 → 마스크 작성 논리 합성 배치 배선
그림 1. 추상화의 네 층. 위층 하나가 아래층으로 내려갈 때마다 EDA 도구가 일을 한다. 설계자가 직접 손대는 것은 주로 왼쪽 두 칸이고, 오른쪽 두 칸은 도구가 만들고 도구가 검사한다.

실제 일정은 이 순서대로 한 번 지나가지 않는다. 검증에서 버그가 나오면 RTL로 돌아가고, 타이밍이 맞지 않으면 배치·배선이나 합성으로 돌아간다. 단계들이 서로 겹쳐서 동시에 돈다. 아래 시뮬레이터는 대형 칩 하나의 일정을 시간 축 위에 펼친다. 단계를 누르면 그 단계에서 쓰는 도구와 공급사가 나온다.

SIMULATOR

사양에서 첫 실리콘까지: 설계 흐름

단계나 막대를 누른다
칩 종류
지금 시점—
동시에 도는 단계—
사양 → 첫 실리콘—
하드웨어 인력 피크—
해볼 것: ① 재생되는 동안 위쪽 상자에서 동시에 빛나는 단계 수를 센다. 검증이 시작부터 거의 끝까지 걸쳐 있다. ② 점선 화살표는 되돌아가는 반복(버그 수정, 타이밍 위반)이다. 두 단계가 같이 돌 때 점이 거꾸로 흐른다. ③ 칩 종류를 스마트폰 AP와 MCU로 바꿔 전체 기간과 인력 피크를 비교한다. (일정과 인원은 공개 사례와 업계 보도를 바탕으로 만든 교육용 모델이다. AP는 이전 세대 설계를 많이 재사용한다고 보았다. 소프트웨어 인력은 넣지 않았다.)

대형 가속기는 사양에서 첫 실리콘까지 약 2년 반이 걸리고, 그 가운데 검증이 가장 길게 걸쳐 있다. 하드웨어 인력만 피크에 수백 명이다. 스마트폰 AP는 해마다 새 칩이 나와야 하므로 이전 설계를 최대한 재사용해 기간을 줄인다. 작은 MCU는 수십 명이 1년 남짓이면 끝난다. 이 차이가 곧 다음 절의 설계비 차이다.

테이프아웃 다음도형 파일을 받은 파운드리는 광 근접 보정(OPC)을 하고 마스크를 만든 뒤 웨이퍼를 굴린다. 3 nm급이면 마스크가 약 90장, 첫 웨이퍼가 나오기까지 석 달 이상 걸린다. 마스크와 노광의 세부는 LithoBook, 공정 전체는 ProcessBook이 다룬다.

설계비는 어디로 가는가

첨단 SoC 하나의 설계비는 노드가 내려갈수록 가파르게 오른다. IBS 계열 추정으로 28 nm 칩이 약 5천만 달러였다면 5 nm는 약 5억 4천만 달러, 3 nm는 약 6억 달러다. 그 돈이 어디로 가는지 쪼개 보자. 막대 위에 마우스를 올리면 항목별 금액이 나오고, 막대를 누르면 그 노드가 선택된다.

SIMULATOR

노드별 설계비 분해

막대를 누르거나 올려 본다
보기
선택 노드—
설계비 합계—
검증 / 하드웨어 몫—
소프트웨어—
28 nm 대비—
해볼 것: ① 금액 보기에서 16 nm와 5 nm의 막대 길이를 비교한다. 7년 사이 약 5배가 됐다. ② 비율 보기로 바꿔 소프트웨어(노랑)가 노드마다 얼마나 커지는지 본다. ③ 하드웨어 항목(소프트웨어·마스크 제외) 안에서 검증의 몫을 읽는다. (합계는 IND.NODES의 설계비 추정치, 마스크는 마스크 세트 가격이다. 항목별 비율은 IBS 계열의 공개 분해를 반올림해 노드 사이를 직선으로 이은 교육용 근사다. 실제 비율은 칩 종류와 재사용 정도에 따라 크게 다르다.)

두 가지가 눈에 띈다. 첫째, 마스크 세트는 3 nm에서도 약 2,500만 달러로 전체의 몇 %에 불과하다. 돈은 대부분 사람에게 간다. 둘째, 가장 큰 덩어리는 소프트웨어(드라이버, 컴파일러, 펌웨어)이고, 하드웨어 안에서는 검증이 가장 크다. 칩을 그리는 일보다 그 칩이 맞는지 확인하는 일과 그 칩을 쓸 수 있게 만드는 일이 더 비싸다.

이 숫자들은 "처음부터 새로 만든 대형 SoC"의 추정이다. 이전 세대 블록과 사 온 IP를 많이 재사용하면 훨씬 적게 든다. 거꾸로 말하면, 재사용할 것이 없는 신생 팹리스가 선단 칩에 도전하는 비용이 그만큼 크다. 이 고정비를 판매량으로 회수하는 계산은 6장에서 한다.

검증: 실리콘에 버그를 들이지 않는 값

소프트웨어 버그는 업데이트로 고친다. 칩의 버그는 고칠 수 없다. 금속층 몇 장만 바꿔 고칠 수 있으면 다행이고, 그렇지 않으면 마스크를 다시 만들고 웨이퍼를 다시 굴려야 한다. 이것을 리스핀(Respin)이라 한다. 돈도 들지만 더 아픈 것은 시간이다. 몇 달 늦게 나온 칩은 경쟁 제품에 시장을 내준다.

그래서 검증에 사람과 장비를 쏟는다. 블록 단위 시뮬레이션, 칩 전체 시뮬레이션, 수학적으로 증명하는 포멀 검증, 회로를 거대한 하드웨어에 올려 실제 속도에 가깝게 돌리는 에뮬레이션까지 여러 겹의 그물을 친다. 그물을 촘촘히 할수록 버그는 덜 빠져나가지만 비용이 오른다. 어디가 적정선인가.

SIMULATOR

검증 투입과 버그 탈출, 리스핀 위험

그래프를 눌러 투입량을 고른다
빠져나간 버그—
리스핀 확률—
리스핀 1회 비용—
기대 총비용—
최적 투입—
해볼 것: ① 투입을 0 근처로 내린다. 버그가 그물을 거의 다 통과해 실리콘(빨강)에 쌓이고 리스핀 확률이 100%에 붙는다. ② 오른쪽(또는 아래) 그래프에서 굵은 합계 곡선의 바닥을 찾아 그 근처를 누른다. ③ 지연 손실을 500으로 올리면 최적점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는가. 노드를 16 nm로 바꾸면? (교육용 모델: 설계 버그 수는 설계비에 비례, 그중 2%가 금속 수정으로 못 고치는 치명적 버그, 그물마다 잡는 확률은 1 − e^(−k·투입·가중치), 검증 1엔지니어·년 = 35만 달러(도구·장비 포함). 리스핀 비용 = 마스크 세트 + 재설계 인건비 + 5개월 지연 손실. 점은 버그의 표본이다.)

합계 곡선은 U자다. 검증을 아끼면 리스핀 기대 손실이 폭증하고, 지나치게 쏟으면 검증비가 선형으로 쌓인다. 바닥은 생각보다 오른쪽에 있다. 지연 한 달의 손실이 클수록, 즉 잘 팔릴 칩일수록 바닥은 더 오른쪽으로 간다. 시장을 다투는 대형 칩일수록 검증 엔지니어가 설계 엔지니어보다 많아지는 이유다.

$$\mathbb{E}[C] = c_v E + \big(1 - e^{-\lambda(E)}\big)\,C_{\text{respin}},\qquad \lambda(E) = N_0\, f_c\, e^{-kE}$$
\(E\)는 검증 투입(엔지니어·년), \(c_v\)는 단위 비용, \(N_0\)는 설계에 들어간 버그 수, \(f_c\)는 금속 수정으로 고칠 수 없는 치명적 버그의 비율, \(\lambda\)는 실리콘까지 살아남는 치명적 버그의 기대 개수다. 하나라도 있으면 리스핀이다.

현실은 이 모델보다 가혹하다. 지멘스 EDA와 윌슨 리서치 그룹이 2년마다 내는 검증 조사에서, 2024년 첫 실리콘에서 바로 양산에 들어간 프로젝트는 약 14%에 그쳤다. 이전 조사들의 약 25~30%보다 낮다. 칩이 커지고, 한 칩에 아날로그·고속 인터페이스·AI 블록이 섞이면서 그물을 빠져나가는 버그가 늘었다. 그래서 EDA 회사들의 매출에서 검증 도구와 에뮬레이터가 큰 몫을 차지한다.

EDA 3사: 작은 시장, 큰 지렛대

EDA 시장은 작다. 2024년 EDA 도구 매출은 약 120억 달러, 설계 IP는 약 85억 달러로 합쳐 약 200억 달러 안팎이다(ESD Alliance·IPnest 집계 반올림). 같은 해 세계 반도체 매출 약 6,300억 달러의 약 3%다. 하지만 이 3%가 멈추면 나머지 97%가 설계를 못 한다.

2024년, 같은 눈금으로 그린 매출 EDA 도구 약 $12B 설계 IP 약 $8.5B 세계 반도체 매출 약 $630B 왼쪽 두 막대가 멈추면 아래 막대 전체의 설계가 멈춘다.
그림 2. 지렛대. EDA와 설계 IP를 합친 매출은 반도체 매출의 약 3%다. 가치사슬 부가가치로 쳐도 약 4%(SIA·BCG, 2019년)에 불과하지만, 설계 단계 전체가 여기에 기대고 있다.

시장은 세 회사가 나눠 가진다. 미국의 시놉시스(Synopsys)와 케이던스(Cadence), 그리고 독일 지멘스가 2017년 인수한 옛 멘토 그래픽스, 지멘스 EDA(Siemens EDA)다(본사 기능은 미국 오리건에 있다). 2024년 매출은 시놉시스 약 61억 달러, 케이던스 약 46억 달러다. 시놉시스는 2025년 7월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 회사 앤시스(Ansys)의 인수를 마쳐 전력·열 해석까지 품었다.

왜 새 회사가 끼어들기 어려운가. 도구가 파운드리의 공정과 함께 인증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파운드리는 새 노드를 개발할 때 EDA 회사와 함께 설계 규칙과 모델을 맞추고, "이 도구로 사인오프하면 우리가 책임진다"는 인증을 낸다. 수억 달러짜리 테이프아웃을 인증 안 된 도구에 거는 팹리스는 없다. 그리고 한 단계의 도구는 앞뒤 단계 도구와 데이터를 주고받아야 한다. 수십 년 쌓인 호환성과 신뢰가 진입 장벽이다.

그렇다면 공급사 하나가 끊기면 어떻게 될까. 아래에서 회사 이름을 눌러 끊어 본다. 각 단계에서 남은 도구 가운데 가장 나은 것이 선단 공정에 쓸 만한지를 표시한다.

SIMULATOR

EDA 공급사가 끊기면 어느 단계가 막히는가

회사 이름이나 점유 막대를 눌러 끊는다
시나리오
상위 3사 점유(CR3)—
HHI(3사 기준)—
남은 공급 점유—
막힌 단계—
선단 칩 테이프아웃—
해볼 것: ① 시놉시스 하나만 끊는다. 대부분 단계에 케이던스가 남아 있어 버틸 수 있다. ② 시놉시스와 케이던스를 함께 끊는다. 합성·배치배선·타이밍 사인오프가 한꺼번에 무너진다. ③ 지멘스 EDA만 끊으면 물리 검증(DRC·LVS)의 사실상 표준이 사라진다. (점유는 IND.CHOKEPOINTS의 EDA 항목, HHI는 '기타'를 잘게 쪼개진 다수로 보고 3사만 셌다. 단계별 강도 0~3은 공개 제품군과 파운드리 인증 현황을 바탕으로 한 교육용 판단이다. 3 = 선단 공정 인증·업계 표준, 2 = 쓸 만하나 제한, 1 = 소규모 칩·구형 공정용, 0 = 없음. 마스크 합성의 '기타'에는 ASML 계열 도구가 들어 있다.)

두 미국 회사가 함께 빠지면 선단 칩의 핵심 단계인 합성, 배치·배선, 타이밍 사인오프에 쓸 만한 대안이 사실상 없다. 그래서 EDA는 수출 통제의 수단이 됐다. 미국은 2022년 8월 GAA 트랜지스터 설계용 EDA 소프트웨어를 수출 통제 품목에 올렸고, 2025년 5월에는 중국으로 가는 EDA 전반에 허가를 요구했다가 약 6주 뒤 거둬들였다. 중국은 엠피리언(Empyrean) 같은 자국 EDA를 키우고 있지만, 2024년 무렵 매출 규모는 3사의 수십분의 1이고 강점은 아날로그·평판 디스플레이 설계 등 일부 단계에 몰려 있다. 공급망의 지정학은 14장에서 다시 다룬다.

EDA는 어떻게 파는가대부분 기간제 라이선스다. 보통 3년 단위로 계약하고, 도구를 동시에 몇 명이 쓸 수 있는지(좌석·토큰)로 값을 매긴다. 매출이 계약 기간에 걸쳐 고르게 잡히므로 반도체 경기가 출렁여도 EDA 회사의 매출은 상대적으로 덜 흔들린다. 대형 팹리스는 도구 묶음 전체를 쓰는 "엔터프라이즈 계약"을 맺는다.

IP: 사서 끼우는 회로 블록

스마트폰 AP 하나에는 CPU 코어, GPU, 신경망 가속기(NPU), 모뎀, 메모리 컨트롤러, USB·PCIe 같은 인터페이스, 보안 블록, 수백 개의 메모리 덩어리가 들어 있다. 이 모든 것을 한 회사가 처음부터 설계하는 일은 드물다. 차별화가 되는 블록만 직접 만들고, 나머지는 검증된 설계를 사서 붙인다. 이 블록이 설계 IP, 파는 회사가 IP 공급사다.

IP는 크게 셋이다. CPU·GPU·DSP 같은 프로세서 IP, 칩과 칩·메모리를 잇는 인터페이스 IP(PCIe, DDR·HBM, 이더넷 SerDes, 다이 간 연결 UCIe), 그리고 표준 셀·메모리 컴파일러 같은 물리(기반) IP다. 아래 지도에서 네모의 넓이는 2024년 매출 몫이다.

SIMULATOR

설계 IP 시장 지도

칸에 올리거나 누른다
나누는 기준
시장 규모(2024)—
1위 몫—
상위 2사—
선택한 칸—
해볼 것: ① 회사별 보기에서 Arm과 시놉시스 두 칸이 시장의 몇 %를 덮는지 본다. ② 종류별 보기로 바꿔 인터페이스 IP의 크기를 확인한다. AI 칩이 HBM·SerDes·PCIe를 대량으로 쓰면서 가장 빨리 크는 분야다. ③ 시놉시스 칸을 눌러, EDA 회사가 왜 IP도 파는지 읽는다. (몫은 IPnest 계열 보도치를 반올림한 교육용 근사이며 순위·크기 비교용이다. 색은 회사별 보기에서 본사 지역, 종류별 보기에서 IP 종류다.)

프로세서 IP는 Arm이 압도적이고, 인터페이스·기반 IP는 EDA 회사인 시놉시스와 케이던스가 크다. EDA 회사가 IP를 파는 데는 이유가 있다. 고속 인터페이스는 아날로그 회로가 섞여 있어 노드마다 새로 설계하고 실리콘으로 검증해야 한다. 파운드리와 이미 붙어서 일하는 EDA 회사가 가장 빨리 할 수 있다. 팹리스 입장에서는 "도구와 IP와 지원을 한 곳에서" 사는 셈이다.

라이선스와 로열티, 그리고 RISC-V

Arm의 사업 모델은 두 줄로 요약된다. 설계를 쓰려면 먼저 라이선스료(License fee)를 낸다. 그 설계가 들어간 칩을 팔 때마다 칩 가격의 일정 비율을 로열티(Royalty)로 낸다. Arm의 2025 회계연도(2025년 3월 마감) 매출 약 40억 달러 가운데 로열티가 약 절반을 넘는다. 해마다 수백억 개의 Arm 기반 칩이 출하되므로 칩 한 개당 평균 로열티는 10센트 안팎이지만, 최신 코어일수록 요율이 높다.

선택지는 세 가지다. Arm 같은 상용 코어를 사거나, 명령어 체계가 공개된 RISC-V를 쓰는 상용 코어를 사거나, RISC-V로 코어를 직접 설계하는 것이다. RISC-V는 2010년 UC 버클리에서 시작한 개방형 명령어 체계로, 명령어 체계 자체에는 로열티가 없다. 대신 코어를 직접 만들면 설계·검증·소프트웨어 생태계를 스스로 감당한다. 어느 쪽이 싼가는 몇 개를 파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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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올 것인가 만들 것인가: CPU 코어의 총비용

그래프를 좌우로 끌어 판매량을 고른다
판매량—
Arm식 · 칩당—
상용 RISC-V · 칩당—
자체 코어 · 칩당—
가장 싼 선택—
해볼 것: ① 판매량을 1만 개 근처로 끈다. 자체 코어는 칩당 수천 달러로 말이 안 된다. ② 오른쪽 끝(100억 개)으로 끈다. 로열티가 판매량에 비례해 쌓여 자체 코어가 가장 싸진다. ③ 판매가를 $500 이상으로 올리고 로열티율 5%를 넣는다. 교차점이 수백만 개로 당겨진다. (교육용 모델: Arm식 = 라이선스 800만 + 통합 400만 달러 + 판매가 × 로열티율. 상용 RISC-V = 라이선스 400만 + 생태계·소프트웨어 보강 1,500만 달러 + Arm식 요율의 40%. 자체 코어 = 개발비만, 로열티 0. 실제 계약은 물량 할인, 상한, 선급 로열티 등으로 훨씬 복잡하다.)

교차점은 고정비 차이를 칩 한 개의 로열티로 나눈 값이다.

$$V^{*} = \frac{F_{\text{자체}} - F_{\text{Arm}}}{r \cdot P}$$
\(F\)는 고정비(라이선스·개발비), \(r\)은 로열티율, \(P\)는 칩 판매가다. 20달러 칩에 2%면 칩당 40센트이고, 고정비 차이 8,800만 달러를 메우려면 약 2.2억 개를 팔아야 한다.

그래서 해마다 수억 개를 파는 회사들이 자체 코어를 만든다. 다만 대부분은 RISC-V가 아니라 Arm의 아키텍처 라이선스를 산다. 명령어 체계는 Arm 것을 쓰고 코어는 직접 설계하는 방식으로, 애플과 퀄컴이 대표적이다. Arm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그대로 쓰면서 로열티를 줄이고 성능을 차별화한다. RISC-V는 생태계가 아직 얇은 대신 자유도가 크다. 그래서 운영체제를 돌리는 주 CPU보다 칩 안의 관리용·제어용 코어에서 먼저 퍼졌다. 엔비디아는 GPU 안의 관리용 마이크로컨트롤러를 RISC-V 기반으로 바꿨다고 밝혔다.

계약이 사업을 흔든다라이선스 조건은 기술만큼 중요하다. 2022년 Arm은 퀄컴이 인수한 누비아(Nuvia)의 설계를 두고 퀄컴을 라이선스 계약 위반으로 제소했고, 2024년 말 미국 1심 배심원은 대부분 퀄컴 쪽 손을 들었다. 핵심 IP를 한 곳에 기대는 회사는 그 공급사의 가격·조건 변화에 노출된다. RISC-V에 대한 관심이 커진 배경 가운데 하나다.

직접 만들 것과 살 것: AX-1을 조립한다

이제 이 책의 타깃, 노바실리콘의 AI 가속기 AX-1로 돌아가자. 806 mm²짜리 다이 위에 어떤 블록이 들어가고, 그중 무엇을 직접 설계하고 무엇을 사 올 것인가. 원칙은 단순하다. 성능의 차별화가 나오는 블록은 직접 만들고, 표준을 따르는 블록은 산다. 하지만 사는 것도 공짜가 아니고, 만드는 것은 시간이 걸린다. 블록을 눌러 바꿔 가며 그 대가를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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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X-1 블록 조립: 직접 설계 vs IP 구매

블록을 눌러 직접·구매를 바꾼다
출발점
직접 설계IP 구매공통 비용(아키텍처·통합 검증, 소프트웨어, 마스크, EDA)
설계비(NRE) 합계—
IP 라이선스—
칩당 로열티—
사양 → 첫 실리콘—
일정 지연 위험—
차별화—
해볼 것: ① "전부 직접"을 누른다. 설계비가 7억 달러를 넘고, 224G SerDes와 HBM PHY 같은 아날로그 블록이 임계 경로가 되어 출시까지 40개월로 늘어난다. ② "전부 구매"를 누른다. 가장 빠르고 싸지만 차별화가 0%다. 남과 같은 칩을 가격으로만 겨루게 된다. ③ 계획안에서 텐서 코어 배열 하나만 구매로 바꿔 차별화와 로열티가 어떻게 바뀌는지 본다. (블록별 비용·기간·위험은 공개 보도와 업계 관행을 바탕으로 한 교육용 가정이다. 출시 기간 = 가장 늦은 블록 + 통합·사인오프 6개월 + 제조 4개월. 일정 지연 위험은 블록 위험도 1점당 2.5%가 독립적으로 쌓인다고 보았다. 마스크 세트는 IND.NODES의 3 nm 값이다.)

계획안은 텐서 코어 배열과 온칩 네트워크, HBM 컨트롤러를 직접 만들고 나머지를 산다. 직접 만드는 세 블록이 AX-1 성능의 대부분을 정한다. 연산 배열의 구조, 데이터를 어떻게 옮기느냐, HBM에서 얼마나 효율적으로 읽어 오느냐다. 반대로 HBM PHY와 224G SerDes는 표준을 따르는 아날로그 회로라 잘 만들어도 차별화가 거의 없고, 3 nm에서 처음부터 만들면 가장 위험하고 가장 오래 걸린다. 사는 것이 합리적이다.

"전부 직접"이 비싸고 느린 것은 예상대로다. 눈여겨볼 것은 "전부 구매"의 함정이다. 누구나 같은 IP를 같은 값에 살 수 있으므로, 그렇게 만든 칩은 남과 다를 것이 없다. 팹리스의 가치는 결국 직접 만든 블록에서 나온다.

TARGET AX-1타깃 파일 · 5장

설계비 5억 달러 가운데 사 오는 것: IP 약 —, 칩당 로열티 약 —

노바실리콘은 텐서 코어 배열, 온칩 네트워크, HBM 컨트롤러를 직접 설계한다. HBM PHY 6개, 224G SerDes, PCIe 6·CXL, 관리용 CPU 코어, 보안 블록, 클록·전원 관리, 표준 셀·SRAM 컴파일러는 산다. 위 시뮬레이터의 계획안으로 계산하면 IP 라이선스가 약 —, 직접 개발이 약 —, EDA 라이선스 약 —, 여기에 아키텍처·통합 검증, 소프트웨어, 3 nm 마스크 세트(약 —)를 더해 설계비(NRE) 합계가 약 —, 즉 약 5억 달러다. 칩당 로열티는 판매가 25,000달러의 —에 불과해, 첫해 40만 개를 팔아도 로열티 총액은 약 — 수준이다. 사양에서 첫 실리콘까지는 약 —이 걸리고, 임계 경로는 직접 만드는 텐서 코어 배열이다.

설계 도구는 시놉시스·케이던스·지멘스 EDA 세 회사의 것을 모두 쓴다. 세 회사 모두 미국 수출 통제의 적용을 받는다. 노바실리콘은 미국 회사라 당장은 문제가 없지만, AX-1의 설계 흐름이 세 회사 중 둘만 빠져도 멈춘다는 사실은 기록해 둔다.

이 장에서 정한 것직접 만들 블록 3개와 살 IP 8종. NRE 약 5억 달러, 로열티는 칩당 약 11달러.
아직 남은 문제5억 달러를 회수하려면 AX-1을 몇 개 팔아야 하는가. 다이를 더 키우면 어떻게 되는가.
다음 단계6장에서 NRE 회수, 다이 크기, 가격을 계산한다.

핵심 정리

  1. 칩 설계는 사양 → RTL → 검증 → 합성 → 배치·배선 → 사인오프 → 물리 검증 → 테이프아웃으로 내려가며, 단계들이 겹치고 되돌아간다. 대형 칩은 사양에서 첫 실리콘까지 약 2년 반이 걸린다.
  2. 선단 SoC 설계비(3 nm 약 6억 달러)는 대부분 사람에게 간다. 가장 큰 항목은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안에서는 검증이다. 마스크 세트는 몇 %에 불과하다.
  3. 검증 비용과 리스핀 기대 손실의 합은 U자이고, 잘 팔릴 칩일수록 최적 검증 투입이 커진다. 2024년 조사에서 첫 실리콘 성공률은 약 14%였다.
  4. EDA와 설계 IP는 반도체 매출의 약 3%지만, 시놉시스·케이던스·지멘스 EDA 3사가 시장의 약 75%를 쥐고 파운드리 인증으로 진입 장벽을 친다. 미국 2사가 빠지면 선단 칩 설계가 멈춘다.
  5. IP는 라이선스료 + 로열티로 판다. 고정비 차이를 칩당 로열티로 나눈 판매량을 넘으면 자체 코어가 싸진다. 대량 판매 회사가 아키텍처 라이선스나 RISC-V로 자체 코어를 만드는 이유다.
  6. 차별화가 나오는 블록은 만들고 표준 블록은 산다. 전부 사면 빠르지만 남과 같은 칩이 되고, 전부 만들면 아날로그 인터페이스가 일정을 잡아먹는다.

확인 퀴즈

1. 3 nm급 대형 SoC의 설계비에서 하드웨어 항목(소프트웨어·마스크 제외) 가운데 가장 큰 몫을 차지하는 것은?

하드웨어 안에서는 검증이 가장 크다. 칩의 버그는 출시 뒤 고칠 수 없고, 리스핀은 마스크 비용과 수개월의 지연을 부르기 때문에 여러 겹의 검증에 사람과 장비를 쏟는다. 마스크 세트는 3 nm에서도 약 2,500만 달러로 전체의 몇 %다.

2. 판매가 20달러인 칩에 Arm식 로열티 2%를 낸다. Arm식 고정비가 1,200만 달러, 자체 코어 개발비가 1억 달러라면 자체 코어가 더 싸지는 판매량은 대략?

칩당 로열티는 20 × 0.02 = 0.4달러다. 고정비 차이 8,800만 달러를 0.4달러로 나누면 약 2.2억 개. 이보다 많이 팔면 자체 코어의 총비용이 더 낮다.

3. 새 EDA 회사가 선단 공정 시장에 들어가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수억 달러짜리 테이프아웃을 파운드리 인증이 없는 도구에 거는 팹리스는 없다. 인증은 파운드리가 새 노드를 개발할 때 EDA 회사와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라 기존 3사에 유리하다. EDA 시장 자체는 반도체 매출의 몇 %로 작다.

4. AX-1의 블록 가운데 노바실리콘이 IP를 사 오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것은?

차별화가 나오는 블록(텐서 코어, 온칩 네트워크)은 만들고, 표준을 따르는 아날로그 인터페이스(HBM PHY, SerDes)는 산다. 전부 직접 만들면 로열티는 0이지만 설계비가 크게 늘고 아날로그 블록이 출시를 1년 가까이 늦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