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파수 응답
4장과 6장에서 구한 이득은 직류에서의 이득이다. 실제 트랜지스터의 모든 마디에는 커패시터가 매달려 있고, 신호 주파수가 올라가면 그 커패시터가 신호 전류를 땅으로 흘려 버린다. 이득은 어느 주파수부터 떨어지기 시작하고, 출력은 입력보다 늦어진다. 이 장은 그 "어느 주파수"를 손으로 어림하고 엔진으로 확인하는 법을 다룬다. 극점과 영점, 보드 선도와 s 평면, 밀러 효과와 시정수 어림법을 거쳐, AB-1의 2단 OTA를 보상 없이 두면 왜 쓸 수 없는지까지 간다.
- RC 회로 하나로 극점, −3 dB 주파수, −20 dB/dec 기울기, −45°·−90° 위상 지연의 뜻을 말한다.
- 극점·영점 위치에서 보드 선도의 직선 근사를 그리고, 실제 곡선과 어디서 얼마나 다른지 안다.
- s 평면의 극점 위치와 Q가 계단 응답의 울림·발산과 어떻게 이어지는지 설명한다.
- 공통 소스 증폭기의 \(f_{-3\,\text{dB}} = 1/(2\pi R_{out}C_L)\)와 \(\text{GBW} = g_m/(2\pi C_L)\)를 계산하고 엔진과 비교한다.
- 밀러 효과로 \(C_{gd}\)가 입력에서 \((1+A)\)배로 보이는 이유와, 그 근사가 틀리는 지점을 안다.
- 시정수 어림법으로 여러 커패시터가 있는 회로의 대역을 빠르게 추정한다.
- 보상 없는 AB-1 2단 OTA의 두 극점이 붙어 있다는 것과, \(C_c\)가 극점을 떼어 놓는 모습을 본다.
커패시터가 이득을 갉아먹는다
가장 단순한 예부터 시작한다. 저항 \(R\)을 지나 커패시터 \(C\)에 걸리는 전압을 출력으로 보는 RC 저역 통과 회로(RC low-pass)다. 직류에서 커패시터는 열린 회로이므로 출력은 입력과 같다. 주파수가 올라가면 커패시터의 임피던스 \(1/(j\omega C)\)가 작아져 신호를 땅으로 흘리고, 출력 진폭이 줄어든다. 동시에 커패시터가 충전되는 데 시간이 걸리므로 출력은 입력보다 늦게 따라온다.
증폭기의 출력 마디도 똑같다. 출력 저항 \(R_{out}\)과 부하 커패시터 \(C_L\)이 이 RC를 이룬다. 그래서 이 회로 하나를 손에 익히면 이 장의 절반을 얻는다.
아래 시뮬레이터에서 주파수를 올려 보라. 오실로스코프 위의 출력(분홍)이 작아지면서 오른쪽으로 밀리고, 아래 보드 선도 위의 점이 함께 움직인다.
주파수를 올리면 출력은 얼마나 작아지고 얼마나 늦어지나
본 것을 식으로 쓰면 다음과 같다. 전달 함수의 분모가 0이 되는 \(s = -1/(RC)\)를 극점(Pole)이라 하고, 그 크기를 2π로 나눈 \(f_c\)를 극점 주파수 또는 −3 dB 주파수라고 부른다.
위상 지연은 시간 지연으로 바꿔 읽을 수 있다. \(\Delta t = |\phi|/(360°\cdot f)\)다. 극점보다 훨씬 낮은 주파수에서는 \(\Delta t \approx RC\)로 일정하다. 즉 RC 회로는 낮은 주파수 신호를 \(RC\)만큼 늦게 내보내는 지연 소자처럼 보인다. 이 사실은 뒤의 시정수 어림법의 출발점이다.
극점과 영점, 보드 선도
실제 증폭기에는 극점이 여럿이고, 분자가 0이 되는 영점(Zero)도 있다. 전달 함수를 극점·영점으로 인수분해하면 보드 선도는 각 인수의 기여를 dB와 각도로 더하기만 하면 된다. 그래서 손으로도 빠르게 그릴 수 있다.
직선 근사는 꺾이는 점에서 가장 틀린다. 극점 하나에서 실제 곡선은 직선보다 3 dB 아래에 있고, 두 극점이 가까우면 오차가 겹쳐 6 dB까지 벌어진다. 아래 놀이터에서 극점과 영점을 직접 놓고 끌어 보라.
보드 선도 놀이터: 극점·영점을 놓고 끌기
마지막 관찰이 중요하다. 크기 그래프만 보면 좌반면 영점과 우반면 영점을 구별할 수 없다. 위상을 함께 봐야 하는 이유이고, 8장 이후의 안정도 논의가 위상에 집착하는 이유다.
s 평면에서 보는 극점: 울림과 발산
보드 선도는 \(s = j\omega\), 즉 s 평면의 허수축 위만 본 그림이다. 극점의 실제 위치는 s 평면 전체에 있고, 복소수일 수도 있다. 극점 \(p = \sigma \pm j\omega_d\)는 시간 영역에서 \(e^{\sigma t}\cos(\omega_d t)\) 꼴의 성분을 만든다. 따라서 극점이 허수축에서 멀리 왼쪽에 있을수록 빨리 사라지고, 위아래로 멀수록 빨리 진동하며, 오른쪽 반평면에 있으면 시간이 갈수록 커진다.
복소 극점 쌍은 고유 주파수 \(\omega_0 = |p|\)와 품질 계수(Quality factor) \(Q = \omega_0/(2|\sigma|)\)로 표현한다. 감쇠비는 \(\zeta = 1/(2Q)\)다. \(Q > 0.707\)이면 보드 선도에 봉우리(피킹)가 생기고 계단 응답이 오버슈트한다. 아래 세 패널은 한 전달 함수를 세 방향에서 동시에 보여 준다.
s 평면 · 보드 · 계단 응답을 한 번에
세 그림은 같은 사실을 다르게 말한다. 극점이 허수축에 다가가면(Q↑) 보드 선도의 봉우리, 계단 응답의 울림, s 평면에서의 작은 \(|\sigma|\)가 함께 나타난다. 피드백 증폭기의 안정도(10장)는 결국 폐루프 극점이 s 평면 어디에 놓이는가의 문제다.
공통 소스 증폭기의 주파수 응답
이제 트랜지스터로 돌아온다. 4장의 저항 부하 공통 소스 증폭기는 출력 마디에 \(R_{out} = R_D \parallel r_o\)와 \(C_{out} = C_L + C_{db} + C_{gd}\)를 가진다. 입력을 이상적 전압원으로 몰면 극점은 출력 마디 하나뿐이고, 회로는 이득이 있는 RC 회로가 된다.
먼저 \(R_S = 0\)인 경우, 즉 출력 극점만 있는 경우를 엔진으로 풀어 본다. 부하 저항 \(R_D\)와 \(C_L\)을 바꾸며 직류 이득, 대역, 둘의 곱을 지켜보라.
RD를 키우면 이득은 오르고 대역은 줄고, 곱은 그대로
손 계산과 엔진이 거의 같다는 것을 확인했다. 기본값(\(R_D\) = 15 kΩ, \(C_L\) = 1 pF)에서 손 계산은 다음과 같다.
GBW에 \(R_D\)가 없다는 것이 핵심이다. 출력 저항을 키워 얻은 이득은 정확히 그만큼의 대역을 내주고 산 것이다. 이득과 대역을 함께 늘리고 싶다면 \(g_m\)을 키우거나(전류를 더 쓰거나) \(C_L\)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 이것이 아날로그 설계의 가장 기본적인 맞바꿈이다.
밀러 효과: 작은 Cgd가 크게 보이는 이유
이제 입력 쪽에 신호원 저항 \(R_S\)가 있다고 하자. 입력 마디에는 \(C_{gs}\)와 함께 게이트와 드레인을 잇는 \(C_{gd}\)가 매달린다. 게이트 전압이 \(v\)만큼 오르면 드레인은 \(-Av\)만큼 내려가므로 \(C_{gd}\) 양끝 전압은 \((1+A)v\)만큼 변한다. 입력에서 보면 \(C_{gd}\)를 충전하는 데 \((1+A)\)배의 전하가 드는 셈이다. 이것을 밀러 효과(Miller effect)라고 한다.
이득을 올리면 입력 극점이 내려온다
밀러 근사는 "입력 극점이 얼마나 내려오는가"를 잘 맞힌다. 그러나 두 가지를 놓친다. 첫째, \(A\)를 직류 이득으로 고정했지만 출력 극점 위에서는 \(A\)가 줄어든다. 둘째, \(C_{gd}\)는 입력에서 출력으로 신호를 직접 넘기는 경로이기도 해서 \(s = +g_m/C_{gd}\)에 우반면 영점을 만든다. 정확한 2차 분모는 다음과 같다.
캐스코드가 밀러를 막는 방법
밀러 효과는 \(C_{gd}\) 양끝 사이의 이득에서 나온다. 그렇다면 입력 트랜지스터의 드레인을 거의 움직이지 않게 만들면 된다. 입력 트랜지스터 위에 게이트를 고정한 트랜지스터를 하나 더 쌓는 캐스코드(Cascode)가 그 방법이다. 위 트랜지스터의 소스(입력 트랜지스터의 드레인)는 \(1/g_{m2}\) 정도의 낮은 임피던스이므로, \(C_{gd1}\) 양끝 이득은 \(-g_{m1}/g_{m2} \approx -1\)로 줄어든다. 전체 이득은 위쪽 출력 마디에서 그대로 얻는다.
같은 이득, 다른 대역: 공통 소스 대 캐스코드
캐스코드는 출력 저항을 키우는 도구(4장)이기도 하지만, 여기서 보듯 고주파에서 입력과 출력을 떼어 놓는 도구이기도 하다. 대가는 전압 여유(헤드룸)와 캐스코드 마디의 추가 극점이다.
시정수 어림법
커패시터가 서너 개를 넘으면 전달 함수를 손으로 푸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개방 시정수법(Open-circuit time constants, OCTC)은 그 대신 각 커패시터마다 "다른 커패시터를 모두 떼어 냈을 때 이 커패시터 양끝에서 보이는 저항" \(R_{k}\)를 구하고, 시정수 \(\tau_k = R_k C_k\)를 모두 더한다.
이 식은 앞 절 \(D(s)\)의 1차 계수와 정확히 같다. 극점 하나가 지배적일 때 1차 계수는 그 극점의 역수에 가깝다는 것이 근거다. 그래서 이 방법은 계산이 쉬운 대신 항상 보수적이다(대역을 조금 낮게 본다). 더 중요한 장점은 어느 커패시터가 대역을 잡아먹는지 순위를 매겨 준다는 것이다.
어느 커패시터가 대역을 잡아먹나
어림법이 엔진보다 늘 조금 낮은 대역을 주는 것을 보았다. 설계 초기에는 이 정도면 충분하다. 어느 막대가 가장 긴지 보고 그 커패시터나 그 저항을 줄이는 것이 대역을 넓히는 가장 빠른 길이다.
소스 팔로워의 피킹
소스 팔로워(공통 드레인)는 이득이 1보다 조금 작은 버퍼다. 입력과 출력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므로 \(C_{gs}\) 양끝 전압은 거의 변하지 않는다. 밀러 효과가 거꾸로 작용해 \(C_{gs}\)가 \((1-A)\)배로 작아 보이는 셈이고, 그래서 입력 커패시턴스가 작다.
대신 함정이 있다. 높은 신호원 저항 \(R_S\)로 몰면, 출력에서 본 임피던스는 주파수가 오르며 \(1/g_m\)에서 \(R_S\)로 커진다. 커지는 임피던스는 인덕터처럼 행동한다. 이 "가짜 인덕터"가 부하 \(C_L\)과 만나면 LC 공진처럼 봉우리와 울림이 생긴다.
버퍼가 울린다: 소스 팔로워의 숨은 인덕터
어림 Q는 \(C_{gd}\)를 무시한 2차 근사라서 엔진보다 크게 나온다. 그래도 경향, 즉 \(g_mR_S\)가 클수록, \(C_L \approx C_{gs}\)일수록 위험하다는 것은 맞힌다. 칩 밖 패드를 모는 버퍼나 높은 임피던스 마디 뒤의 팔로워에서 흔히 만나는 문제다.
2단 증폭기의 두 극점
3장에서 70 dB를 얻으려면 2단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얻었고, 6장에서 AB-1의 1단(5트랜지스터 OTA)을 만들었다. 그 뒤에 공통 소스 2단(M6, M7)을 붙인 것이 AB-1의 2단 OTA다. 직류 이득은 두 단의 곱으로 약 71.8 dB가 된다. 그런데 높은 임피던스 마디가 두 개(1단 출력 y, 2단 출력 out)이므로 극점도 두 개다.
단순 어림으로 두 극점은 겨우 두 배 남짓 떨어져 있다. 작은 \(C_{gd6}\)가 밀러 효과로 둘을 조금 떼어 놓지만 그래도 20배가 안 된다. 직류 이득이 약 3,900배인 증폭기에서 이 정도 간격은 "붙어 있는" 것이다. 첫 극점 이후 이득은 −20 dB/dec로, 두 번째 극점 이후에는 −40 dB/dec로 떨어지는데, 71.8 dB나 되는 이득이 0 dB까지 내려오는 동안 위상은 이미 −180°를 훌쩍 넘는다. 이런 증폭기에 피드백을 걸면 발진한다(8장, 10장). 해결책은 두 마디 사이에 일부러 커패시터 \(C_c\)를 거는 것이다. 밀러 효과를 이번에는 우리 편으로 쓰는 것이다.
AB-1 OTA: 보상 없이 두면, 그리고 Cc를 걸면
\(C_c\)는 1단 출력에서 \(C_c(1+A_2)\)로 보인다. \(A_2\) ≈ 38이므로 1 pF의 \(C_c\)는 약 39 pF처럼 행동해 \(p_1\)을 수 kHz까지 끌어내린다. 동시에 높은 주파수에서 \(C_c\)는 M6의 게이트와 드레인을 묶어 M6을 다이오드처럼 만들고, 2단 출력 저항을 \(1/g_{m6}\) 정도로 낮춰 \(p_2\)를 위로 밀어 올린다. 두 극점이 반대 방향으로 갈라지는 이 현상을 극점 분리(Pole splitting)라 한다.
보상 없는 2단 OTA: 71.8 dB지만 두 극점이 0.5 MHz와 8.8 MHz에 붙어 있다
6장까지의 AB-1 OTA를 \(C_c\) 없이 엔진(AN.ota2Open({cc: 1e-15, rz: 0}))으로 돌리면 직류 이득은 71.8 dB(1단 약 102배 × 2단 약 38배)로 사양 70 dB를 넘는다. 그러나 1단 출력(R1 ≈ 608 kΩ, C1 ≈ 0.37 pF, 밀러로 커진 Cgd6 포함)과 2단 출력(R2 ≈ 50 kΩ, C2 ≈ 2.05 pF)의 두 극점이 따로 어림하면 약 0.64 MHz와 1.55 MHz, Cgd6의 밀러 결합까지 넣은 2차 모델로는 약 0.48 MHz와 8.8 MHz다. 둘 다 단위 이득 주파수 약 117 MHz보다 한참 아래여서 위상 여유는 약 −12°다. 단위 이득 버퍼로 묶으면 계단 입력에 발진한다. 두 마디 사이에 \(C_c\) = 1 pF를 걸면 밀러 효과로 1단 출력에서 \(C_c(1+A_2)\) ≈ 39 pF로 보여 첫 극점이 약 6.6 kHz로 내려가고, 두 번째 극점은 약 54 MHz로 올라간다(2차 모델). 단위 이득 주파수는 약 24 MHz가 된다.
핵심 정리
- 마디 저항 R과 마디 커패시턴스 C가 극점 f = 1/(2πRC)를 만든다. 극점 위에서 크기는 −20 dB/dec, 위상은 −90°까지 늦어진다.
- 보드 선도는 극점·영점 기여의 합이다. 직선 근사는 꺾이는 점에서 3 dB(극점이 겹치면 6 dB) 틀린다. 우반면 영점은 크기는 올리면서 위상을 늦춘다.
- s 평면에서 극점이 허수축에 가까울수록(Q↑) 피킹과 울림이 커지고, 우반면으로 넘어가면 발산한다.
- 단일 극점 증폭기에서 GBW = gm/(2πCL)는 부하 저항과 무관하다. 이득을 올리면 대역이 그만큼 준다.
- 밀러 효과로 Cgd는 입력에서 (1+A)배로 보인다. 근사는 두 극점이 가까울 때와 우반면 영점 gm/Cgd 근처에서 틀린다. 캐스코드는 Cgd 양끝 이득을 −1로 줄여 이를 막는다.
- 시정수 어림법 f−3 dB ≈ 1/(2πΣRkCk)는 보수적이지만 빠르고, 대역을 잡아먹는 커패시터의 순위를 알려 준다.
- 보상 없는 AB-1 2단 OTA는 두 극점이 붙어 있어 위상 여유가 음수다. 밀러 커패시터 Cc가 극점을 갈라 놓는다.
확인 퀴즈
1. R = 10 kΩ, C = 1 pF인 RC 저역 통과 회로에 159 MHz 사인을 넣었다. 출력 진폭과 위상에 가장 가까운 것은?
2. 이득 −49인 공통 소스 증폭기의 Cgd가 10 fF, Cgs가 50 fF다. 밀러 근사로 입력 커패시턴스는?
3. 저항 부하 공통 소스 증폭기에서 RD를 두 배로 늘렸다(M1은 여전히 포화, ro ≫ RD). 출력 극점만 있다고 할 때 맞는 것은?
4. 보드 선도의 크기 그래프만으로는 구별할 수 없지만 위상으로는 구별되는 것은?
5. 보상 없는 AB-1 2단 OTA를 단위 이득 버퍼로 묶었더니 발진했다.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