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속, 감속, 빔 라인과 스캔
자석이 고른 이온은 이제 두 가지를 맞춰야 한다. 하나는 에너지다. 이온이 멈출 깊이를 정하는 숫자이므로, 원하는 값에 정확히 맞춰야 한다. 다른 하나는 공간이다. 빔의 단면은 수 cm인데 웨이퍼는 지름 300 mm이므로, 빔을 웨이퍼 전체에 고르게 뿌려야 한다. 이 장은 그 두 일을 하는 빔 라인을 다룬다. 그리고 저에너지 빔이 왜 그렇게 다루기 어려운지, 이 책 첫 번째 물리 장벽인 공간 전하를 만난다.
- 추출 후 가속·감속으로 최종 에너지를 정하는 방식을 이해한다.
- 공간 전하가 빔을 부풀리는 이유를 퍼비언스 \(K \propto I\sqrt{M}/E^{3/2}\)로 설명한다.
- 잔류 기체가 만드는 전자가 빔을 중화하는 효과와, 전기장이 그 효과를 지우는 이유를 안다.
- 감속 모드가 전류를 얻는 대신 에너지 오염이라는 대가를 치르는 이유를 안다.
- 스폿 빔·리본 빔과 스캔 방식, 겹침 간격과 균일도, 빔의 평행도를 이해한다.
에너지를 정하는 법
이온의 최종 에너지는 거쳐 간 전위차의 합이다. 소스에서 추출 전압 \(V_{ex}\)로 뽑고, 자석으로 고른 뒤, 가속관에서 \(V_{acc}\)를 더하거나 감속 렌즈에서 \(V_{dec}\)를 뺀다. 전하가 \(z\)가인 이온이면 에너지는 \(zq(V_{ex} \pm V)\)다. 실제 장비에서는 웨이퍼를 접지에 두고 소스와 빔 라인 일부를 높은 전위에 띄워 이 합을 만든다.
- 드리프트 모드. 추출 전압 그대로 웨이퍼까지 간다. 가장 단순하고 에너지가 깨끗하다. 수 keV 이상에 쓴다.
- 가속 모드. 자석 뒤에서 가속관으로 에너지를 더한다. 수백 keV까지. 그 이상(MeV)은 고주파 선형 가속기나 탠덤 정전 가속기를 쓴다(7장).
- 감속 모드. 높은 에너지로 뽑아 자석과 빔 라인을 지난 뒤, 웨이퍼 바로 앞에서 감속한다. 1 keV 근처나 그 아래의 저에너지에서 전류를 얻는 방법이다. 왜 그래야 하는지가 이 장의 핵심이다.
공간 전하: 빔은 스스로를 밀어낸다
이온 빔은 같은 부호의 전하 덩어리다. 이온끼리 서로 밀어내므로 빔은 날아가면서 옆으로 부푼다. 부푸는 정도는 두 가지의 경쟁이다. 단위 길이에 들어 있는 전하(전류 ÷ 속력)가 많을수록 세게 밀고, 이온이 빨리 지나갈수록 밀릴 시간이 짧다. 이 경쟁을 하나의 숫자로 묶은 것이 일반화 퍼비언스(Generalized perveance)다.
에너지에 3/2제곱으로 반비례한다는 것이 결정적이다. 같은 전류의 붕소 빔을 30 keV에서 0.5 keV로 낮추면 \(K\)는 \((30/0.5)^{1.5} \approx 460\)배가 된다. 3장의 차일드-랭뮤어 한계에 나온 숫자와 같다. 같은 물리, 곧 이온 자신의 전하가 추출과 수송을 동시에 막는다.
그래도 저에너지 빔이 아예 못 가는 것은 아니다. 빔이 빔관 속의 잔류 기체를 이온화하면 전자가 생기고, 전자는 양전하인 빔의 전위 우물에 갇힌다. 빔 속에 전자가 쌓이면 양전하를 상쇄해 공간 전하가 크게 준다. 이것을 공간 전하 중화(Space-charge neutralization)라 한다. 다만 전자는 가볍기 때문에 전기장이 있는 곳(정전 렌즈, 감속 전극, 정전 스캐너)에서는 금방 빨려 나가 중화가 사라진다. 저에너지 빔 라인을 짧게, 전기장 구간을 적게 만드는 이유다.
아래에서 빔 반지름이 빔관을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 본다. 빔관 반지름은 40 mm다. 이보다 커진 빔은 벽에 맞아 사라진다.
공간 전하로 부푸는 빔
시뮬레이터가 보여 주는 것은 저에너지 고전류 빔 라인의 설계 원칙 그대로다. 빔 라인을 짧게, 감속은 웨이퍼 바로 앞에서, 전기장 구간은 최소로. 무거운 분자 이온(BF₂⁺)이나 클러스터 이온을 쓰면 같은 도펀트 에너지에서 이온 자체의 에너지를 높일 수 있어 공간 전하가 준다. 클러스터 이온은 이온 하나가 붕소 여러 개를 나르므로 같은 도즈에 필요한 전류(전하)도 준다. 붕소 18개짜리 이온이면 전하 하나로 붕소 18개를 넣는다.
웨이퍼 전체에 고르게: 스캔
빔은 웨이퍼보다 훨씬 작다. 웨이퍼 전체에 같은 도즈를 넣으려면 빔이나 웨이퍼, 또는 둘 다를 움직여야 한다. 대표적인 방식은 셋이다.
- 스폿 빔 + 2차원 스캔. 지름 수 cm의 둥근 빔을 전기장이나 자기장으로 한 방향으로 빠르게 휘두르고, 웨이퍼를 그 수직 방향으로 천천히 움직인다.
- 리본 빔 + 1차원 기계 스캔. 빔을 웨이퍼 지름보다 넓은 띠 모양으로 펴고, 웨이퍼를 그 띠에 수직으로 지나가게 한다. 빔을 휘두르지 않으므로 저에너지 고전류에 유리하다. 대신 띠 방향의 전류 분포를 고르게 펴야 한다.
- 배치식 회전 원판. 웨이퍼 여러 장을 큰 원판에 올려 빠르게 돌리며 빔을 지나게 한다. 고전류 시대에 많이 쓰였고, 지금은 한 장씩 처리하는 방식이 주류다.
스폿 빔을 휘두를 때 빠른 방향의 한 줄과 다음 줄 사이 간격(피치)이 빔 크기에 비해 넓으면 도즈가 줄무늬로 남는다. 아래에서 피치를 빔 크기와 비교하며 균일도를 본다.
스캔 피치와 도즈 균일도
빔의 방향도 고르게 해야 한다. 스폿 빔을 한 점(스캔 꼭짓점)에서 부채꼴로 휘두르면 웨이퍼 가장자리에 닿는 빔은 기울어진다. 꼭짓점이 웨이퍼에서 1 m 떨어져 있다면 지름 300 mm 웨이퍼의 가장자리에서 \(\arctan(0.15/1) \approx 8.5°\)나 된다. 이온이 들어오는 각도는 결정 통로(9장)와 마스크 그림자(15장)를 바꾸므로, 장비는 자석이나 렌즈로 부채꼴 빔을 다시 평행하게 펴 웨이퍼 전체에서 같은 각도로 들어오게 한다.
타깃 파일
0.5 keV 붕소 빔을 웨이퍼까지 보내기
퍼비언스는 \(I\sqrt{M}/E^{3/2}\)에 비례한다. 붕소 0.5 keV를 그대로 운송하면 같은 전류의 30 keV 빔보다 약 460배 큰 공간 전하를 견뎌야 한다. 위 시뮬레이터에서 ¹¹B⁺ 0.5 keV, 2 mA는 중화가 있어도 대부분 빔관 벽에 맞는다. 선택지별로 붕소 0.5 keV에 해당하는 조건의 퍼비언스를 비교하면 이렇다(전류가 같다면).
- ¹¹B⁺ 0.5 keV 드리프트: 기준 1.
- BF₂⁺ 2.2 keV 드리프트: 약 0.23. 공간 전하가 4분의 1 아래로 준다. 불소가 함께 들어간다.
- ¹¹B⁺ 5 keV로 운송 후 웨이퍼 앞 감속: 운송 구간 약 0.03. 대신 감속 전 중성화로 에너지 오염이 생긴다.
DB-20은 이 책에서 감속 모드의 ¹¹B⁺를 기본으로 놓고, 에너지 오염이 얼마나 접합 깊이를 해치는지 15장에서 따진다. 스캔은 줄 간격을 빔 크기 정도로 두어 균일도를 1% 아래로 둔다.
핵심 정리
- 에너지는 추출·가속·감속 전위의 합 \(zq(V_{ex} \pm V)\)이다. 드리프트, 가속, 감속 모드가 있다.
- 공간 전하의 세기는 퍼비언스 \(K \propto I\sqrt{M}/E^{3/2}\). 에너지를 낮추면 급격히 커진다.
- 잔류 기체 전자가 빔을 중화해 공간 전하를 줄이지만, 전기장 구간에서는 중화가 사라진다.
- 감속 모드는 높은 에너지로 운송해 전류를 지키지만, 감속 전 중성화된 입자가 에너지 오염을 만든다.
- 스폿 빔은 2차원 스캔, 리본 빔은 1차원 기계 스캔. 줄 간격을 빔 크기 정도로 두고 여러 번 나눠 훑어 균일도를 맞춘다. 웨이퍼 전체에서 입사각이 같도록 빔을 평행하게 편다.
확인 퀴즈
같은 이온·같은 전류에서 에너지를 20 keV에서 5 keV로 낮추면 퍼비언스는?
정전 감속 렌즈 구간에서 공간 전하 문제가 특히 심해지는 이유는?
감속 모드에서 생기는 에너지 오염의 원인은?
스폿 빔 스캔에서 줄 간격을 빔 크기(σ)의 3배로 넓히면?